요즘은 프로젝트 외에, 평소에 어떤 그림들을 그리나요?
늘상 소지하고 다니는 그림 노트가 있어요. 작은 스케치북에 가족과의 여행, 업무 미팅할 때의 모습, 광고 촬영 현장, 내가 좋아하는 바이크와 자동차 혹은 영화 등… 일상 속의 수많은 장면에서 받은 느낌과 그 때의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기록해요. 그 자리에서 그리는 것도 있고, 집이나 호텔로 돌아온 후 눈으로 보고 느꼈던 이미지들을 그린 것도 있죠. 글이 아닌 그림으로 적는 일기인 셈이예요. 지금까지 그린 그림 노트의 수가 굉장히 많아요.
다른 라이브 드로잉 작가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요?
소재가 다양하다는 점이예요. 보통 작가 본인이 좋아하거나 주목하는 하나의 소재를 지속적으로, 여러 버전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에 반해 내 드로잉은 소재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아주 사소한 주변의 일상적인 사람과 사물부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 어떤 장소의 풍경들, 장면들에서 받은 느낌을 다양하고 자유롭게 표현해요. 행사장에서 그릴 땐 구경 온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요. 어떤 걸 그릴까요, 하고. 그게 무엇이든, 관객의 요청에 따라 즉석에서 바로 그려내요. 그동안 보고 느끼고 기억했던 내 머리 속의 자료와 지식들을 끄집어내는 거죠. 그리는 대상의 100퍼센트가 아닌, 특징적인 이미지를 캐치하고 기억해 60~70퍼센트 정도 구현한다고 할 수 있어요.
밑그림 없이 즉석에서 펜 종류를 이용해 한 번의 필치로 그리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실수를 하거나 원래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표현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많죠. 그래서 바둑 둘 때처럼 서너 수를 더 앞서 예측하면서 그려요. 이 부분을 그리면서 다음에 그릴 것을 미리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도 실수를 할 때가 많아요. 계속 라이브 드로잉 작업을 하다 보니 실수를 적절히 보완해 내는 순발력이 점점 느는 것 같아요(웃음). 생각했던 대로 결과물이 나온 적은 별로 없어요. 그럴 때마다 머리 속이 과부하 상태가 되기도 하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짜릿함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