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 계열 모델 중에는 어떤 모델이 가장 잘 팔릴까? 아마 대부분 A6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국내 한정으로는 맞는 말이다. 큰 차를 선호하는 시장 성향이 강하고, 실제로도 준대형급 세단이 워낙 잘 팔리다 보니 A6를 인기 모델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수입차 시장 대표 모델=준대형 세단’은 거의 상식으로 굳어졌지만 이는 어디까지는 국내 상황에서 비롯된 상식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해 아우디의 글로벌 판매량은 190여만 대에 이른다. 이 중에서 A 계열 모델의 판매량을 보면 A6 26만 6,932대, A4 23만 6,744대, A3 23만 4,547대다. A6가 조금 앞서지만 세 모델이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2022년에는 A4 23만 2,481대, A3 20만 1,119대, A6 19만 3,617대다. 수치를 보면 그리 크지 않은 차이로 세 모델이 엎치락뒤치락하며 균형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의 모델 구성은 트렌드에 따라 바뀐다. 최근 10여 년 사이 SUV 선호가 이어지면서 세단 모델이 줄어들고, 공간을 중시하는 풍조가 지속되면서 차체 크기도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국내에 국한된 관점에서만 보면 오류를 범하기 쉽다. 크기가 작은 A3 같은 차는 인기가 없거나 SUV에 밀려 사라질 운명이라고 판단하기 쉬운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판매량 수치에서 보듯 A3는 형님 모델인 A4, A6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건재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우디 내에서 A3의 확고한 위치는 SUV와 비교해도 확실히 드러난다. A3와 동급 SUV인 Q3의 2023년 판매량은 22만 1,398대다. A3는 23만 4,547대를 기록해 Q3보다 소폭 앞선다. 2022년에는 Q3가 23만 8,691대로 A3의 20만 1,119대보다 많이 팔렸다. 판매량 수치는 변동을 보이지만 차이는 크지 않고, A3와 Q3가 아우디 내 중요도 면에서는 비슷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A3의 사례에서 보듯 SUV가 강세라고 하지만 각 모델의 존재 가치를 판단하려면 브랜드, 지역, 모델 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아우디 A3는 1996년 선보여 30여 년 가까이 시장을 지키는 유서 깊은 모델이다. 크기는 준중형급이고 차체 형태는 해치백과 세단으로 나뉜다. 국내에는 선호도 높은 세단이 들어온다. SUV 시장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여전히 세단 선호도 또한 역시 높은 편이다. 판매 상위권에 여전히 세단이 다수 포함되고, 특히 수입차 시장은 세단이 강세를 보인다. 세단이 건재한 이유는 시장에 필요한 존재 가치와 매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아우디 A3는 수입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단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매력 넘치는 차종으로 꼽힌다. 어떤 면에서 A3 세단은 매력적인 존재일까? 어떤 매력이 있길래 시장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까?
먼저 A3 세단은 고급 준중형 세단을 원하는 수요를 충족한다. 고급차는 차급과 무관하게 고급차다. 소형차든 준중형차든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나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급성을 유지한다. 준중형 세단 시장에도 고급차를 타려는 수요는 있기 마련이다. 브랜드의 특색을 담은 디자인,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 각종 첨단 기술과 편의 장비 등 고급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요소를 차 크기에 상관없이 누리고 싶어 한다. A3는 작아도 고급스러운 차를 원하는 이에게 제격이다.
디자인이 멋진 차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날렵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은 A3를 비롯해 아우디 모델 전반을 아우르는 특징이다. 세단의 막내 A3도 역동적인 감성을 물씬 풍긴다. 비례를 잘 살려 매끈하게 뻗은 차체와 세련되고 날렵한 프런트는 스포츠 세단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조각한 듯이 선과 면을 강조한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첫눈에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역동적인 외관 못지않게 성능 또한 강력하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일반 모델은 2.0L 직분사 터보 엔진이 들어가 204마력의 출력과 30.59kg·m의 토크로 호쾌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A3 세단은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를 갖춰 성능을 더 디테일하게 구현한다. 효율, 다이내믹, 컴포트, 자동, 개별 모드 중에서 개인의 운전 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모드로 선택해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편안한 승차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A3 세단은 고성능 모델로 세분된다. 고성능 S3와 초고성능 RS 3가 모두 나온다. S3는 고성능답게 310마력, RS 3는 407마력의 강력한 힘으로 차원이 다른 고성능의 세계로 인도한다. 고성능이라도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으면 가벼운 차체에서 비롯되는 민첩성이 가속성이 우수해 운전의 재미가 커진다. A3 세단은 일반적인 모델 외에 두 종류의 고성능 모델이 나와 성능을 중시하는 이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
A3 준중형 세단은 입문용 모델로 제격이다. 럭셔리 수입차에 입문할 때는 보통 가장 엔트리 모델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세단은 A4급부터 있다 보니, 엔트리 세단에서 시작하고 싶어도 고를만한 차종이 마땅치 않다. A3는 A4의 엔트리로 가격이나 크기 면에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 역할을 해낸다. 특히 첫차로 타기에도 제격이다. A3의 길이는 4495mm로 대략 4.5m 정도다. 길이가 적절해서 운전하거나 주차하기 수월하고, 몸에 딱 맞는 듯한 일체감도 크다. 복잡한 대도시에 거주한다면 A3 세단을 타고 다닐 때 크기에서 오는 이점이 상당하다. 정작 A3만한 크기의 세단을 사려고 해도 선택할 만한 차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A3는 여전히 자동차 시장에서 매력적인 존재로 통한다.
풍부한 첨단 장비도 A3 세단의 특징이다. 입문용 모델이라고 해도 아우디라는 프리미엄 브랜드 소속이어서 고급성, 기술, 첨단 장비 등이 상위 트림 못지않으므로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 웰컴 세리머니 기능을 포함하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 방향지시등,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10.1인치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 운전자 시야에 추가 정보를 표시해 주는 버추얼 콕핏 플러스, 프리센스 프런트와 사이드 어시스트, 파크 어시스트, 앰비언트 라이트, 뱅앤올룹슨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등 트림에 따라 다양한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A3 세단은 패밀리카로도 제격이다. 굳이 큰 차가 필요하지 않거나 큰 짐을 자주 실을 일이 없다면 준중형 세단을 패밀리카로 만족하며 탈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어린 3, 4인 가족에게는 A3 세단이 알맞다. A3의 휠베이스는 2634mm로 길이에 비해 긴 편이고, 트렁크 용량도 425L나 되어서 탑승자와 짐 모두 소화해 낼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을 제공한다. 뒷좌석 헤드룸을 고려해 헤드라이닝을 파 놓은 구조나 깊고 넓어서 활용도가 높은 트렁크처럼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구성 덕분에 차급 이상의 여유가 돋보인다.
입문용 모델과 연관 지어 고려할 부분은 가격이다. 럭셔리 수입 세단은 대중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편이다. A3 세단은 아우디 내에서 세단 중 가장 엔트리 모델로 가격 접근성이 우수하다. 시작 가격 4000만 원대 초반으로 럭셔리 수입 세단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구매자에게 적절한 가격대를 제시한다. A3 세단이 없었다면, 아우디 세단 구매자는 가격대가 더 높은 A4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격 측면에서 A3 세단은 부담을 줄여 접근성을 높인다.
세단은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존재를 이어가고 대중화된 모델이다. A3 세단은 고급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여전히 구매 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모델로 인식된다. 특히 고급차와 세단 선호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는 A3 세단의 매력이 더 돋보인다.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