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아우디 Q8 오너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서 이 차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가’라는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다. 수많은 차주들이 다양한 의견을 냈는데 크게 2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그들은 Q8의 어떤 점을 좋아했을까? 독일 유력 자동차매체들의 평가와 더불어 이들의 의견을 소개한다.
SUV인데 이토록 세련된 디자인이라니
역시 가장 많은 얘기가 나온 것은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었다. 유럽에서도 SUV는 인기 있는 차종이다. 하지만 SUV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덩치가 크고, 친환경적이지 않고, 유럽의 도시 생활자들에겐 어울리지 않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온다. 형태적으로도 그렇다.
여전히 유럽인들 눈에는 해치백이 예쁜 자동차이며 컨버터블이 낭만적 모델이다. 이에 비하면 SUV는 스타일에서 매력을 덜 느끼게 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즉, SUV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그런데 Q8 오너들은 이런 비판에서 조금 자유롭다. Q8뿐 아니라 아우디 SUV 오너들 대부분 디자인에서 만족도가 높다. 큰 단점 하나가 지워진 셈이다.
독일의 유력 매체 슈피겔은 Q8 관련한 기사에 제목을 ‘Schicker Brocken’이라고 달았다. 우리말로는 ‘세련된 덩어리’쯤 된다. SUV를 큰 덩어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비판적 시각과 궤를 같이하지만 좋은 스타일까지 부정하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 앞에 ‘세련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다.
어떤 이는 ‘Q7의 쿠페형 모델이 아니다. Q8은 그것대로의 매력을 가진 독립적인 SUV일 뿐이다. 그것도 아주 멋진 형태를 하고 있는…’이라며 스타일에 대한 만족을 나타냈고, 또 다른 이는 ‘2년째 타고 다니지만 볼 때마다 매일 새롭고 매일 즐겁다’고 했다. 작지 않은 덩치의 SUV가 스타일로 칭찬받기는 쉽지 않다. 그걸 Q8이 해냈다. ‘우아하고 부분적으로 섬세하기까지 한 2톤짜리’라는 표현으로 Q8에 대한 첫인상을 표현했다. 자동차 매체 모터1의 기자 또한 Q8을 두고 ‘우아한 SUV 쿠페의 선언문’이라고 묘사했다. 이런 식으로 Q8의 디자인을 칭찬하는 기사는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Q8을 구입해 타고 다니는 차주들 반응 또한 언론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불평할 점을 찾기가 불가능한 완벽한 균형
Q8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이 차가 매우 균형 잡힌 SUV라는 것이다. Q8은 Q7의 쿠페형 모델로 출발했다. 일반적으로 쿠페 SUV는 지붕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라인이 비스듬하다. 기본형 모델보다 스포티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한 포인트다. 다만 그렇다 보니 2열 헤드룸이 아무래도 손해를 본다. 트렁크 공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Q8은 Q7과 스타일을 달리하면서도 공간의 손해를 최소화한다. 헤드룸은 어지간한 장신이 아니면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 아우디 특유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재주가 Q8에도 적용된 덕에 이 차는 공간이 넉넉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공간 활용성이 좋은 것이다.
앞서 소개한 슈피겔은 ‘공간적 측면에서 동급 모델에 비해 월등하다’고 Q8을 평했다. 한 독일의 오너는 ‘Q7을 처분하며 Q8을 사기 전 고민했던 게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라고 했다. 이런 절묘한 균형감은 단순히 공간과 스타일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여러 첨단 기능과 고급스러운 소재의 구성, 그리고 단단한 만듦새 등, ‘시각적으로나 기술적으로 Q8은 더 현대적이고 더 매력적인 패키지’라고 했다. 모터1의 시승기에서도 ‘크고 무거운 자동차를 악마화하는 하드코어 순수주의자들조차 이것(Q8)의 드라이빙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Q8의 한 차주는 일반 모드에서의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감은 다이내믹 모드에서 받는 단단하고 강렬한 주행 분위기와 기분 좋은 차이를 보인다. 잘 조화를 이뤘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SUV 특유의 탁 트인 시야 확보와 함께 운전대를 돌릴 때 느끼는 그 의외(?)의 민첩함은 운전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Q8은 스타일과 공간, 스타일과 기술, 또한 주행 질감의 대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어느 한쪽이 크게 떨어짐 없이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진짜 고성능 엔진이 들어간 걸 원하는 이에겐 RS Q8이라는 멋진 괴물이 준비돼 있다.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이처럼 거의 모든 면에서 높은 만족감을 주는 SUV라면, 그 다양한 선택의 기준을 거의 충족하는 모델이라면 거부하기 쉽지 않다. 독일의 한 오너가 쓴 글은 Q8의 매력을 잘 설명한다.
“지난 여름휴가에서 난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고 그로스글로크너(오스트리아 알프스 최고봉)로 가는 어지러운 알파인 로드를 너무 편하게 달렸다. 또 뮌헨 공항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태우고 회사에 올 때는 그렇게 모던할 수 없는 에스코트 자동차였다. 와인을 사오는 길에 헬레네 피셔(독일의 유명 가수)의 노래를 듣는 순간, Q8은 내게 최고의 휴식 공간이었다. 이 차에 불평할 점을 찾으라고? 미션 임파서블.”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