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스포츠카의 화려한 등장과 아름다운 퇴장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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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 e-트론 GT

아우디 스포츠카의 화려한 등장과 아름다운 퇴장의 역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 [제품 이야기] TT와 R8이 물러나고 e-트론 GT가 새 시대를 연다

아우디 e-트론 GT

자동차 회사를 대표하는 모델은 세 종류다. 첫째, 가장 크고 고급스럽고 비싼 기함이다. 보통 라인업의 맨 위에 자리 잡은 대형 세단이 기함 역할을 한다. 아우디에서는 A8이다. 두 번째는 인기 모델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만큼 인지도가 높고 대중적인 차다. 전 세계 기준 아우디 베스트셀링 모델은 연간 30만 대 넘게 팔리는 SUV Q5다. 국내에서는 A6 세단이 가장 인기가 많다. 세 번째는 자동차의 본질인 힘과 속도를 추구하는 스포츠카다. 순수하게 성능지향적인 스포츠카는 자동차 회사가 얼마나 자동차에 진심인지 보여준다. 아우디에는 R8이나 e-트론 GT 같은 스포츠카가 있다.

아우디 TT 1세대

현대적인 아우디 스포츠카의 시초는 TT다. 1995년 콘셉트카로 발표된 후 1998년에 양산차로 선보인 TT는 경량 스포츠 쿠페이고 로드스터 모델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작은 스포츠카지만 현대적이고 개성 넘치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아우디 브랜드의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표현 방식은 아우디 디자인이 바뀌는 전환점이 되었다. TT는 아우디 브랜드 안에서 스포츠카가 얼마나 상징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입증했다.

아우디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된 TT

스포츠카로서 TT는 시대 변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2023년 출시 25주년을 맞이한 TT는 11월 공식적으로 생산이 종료되었다. TT의 단종은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는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TT 마지막 생산 모델은 2.0L 터보 엔진과 콰트로를 갖춘 TTS 쿠페다. 생산 종료를 기념하기 위해 1세대 TT 쿠페와 로드스터, 2세대 TT 두 대가 생산 현장에 함께 했다. 마지막 모델의 앞 유리에는 1998년 2월 18일부터 2023년 11월 10일까지 모두 66만2,762대가 생산되었다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25년 동안 66만 대가 팔린 TT는 스포츠카 역사에 성공한 아우디 모델로 기록되었다. TT를 생산하던 헝가리 기요르 공장에서는 아우디 Q6 e-트론을 생산한다.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변화하는 차종 전략을 TT의 퇴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우디 R8과 TT

TT와 함께 아우디를 상징하는 스포츠카는 R8이다. 성능으로 따지면 R8은 스포츠카보다는 슈퍼카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2006년 선보인 R8은 미드십 슈퍼카로 역동성을 중시하는 아우디의 특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초창기 V8 420마력에서 시작해 V10 525마력이 추가되었고, 현재는 620마력까지 출력이 커졌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R8은 TT와 마찬가지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으며 아우디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내연기관 모델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R8 역시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현역에서 물러난다.

TT와 R8 모두 시장 반응이 좋았고 드림카로 자리매김한 터라 두 차의 단종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다. 전동화 시대에 맞춰 두 차의 후속 모델이 나올 거라는 기대 또한 크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계보를 잇는 모델이 나오리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아우디 e-트론 GT

R8은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지만 대를 잇는 모델은 이미 나왔다.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나온 아우디 e-트론 GT가 실질적으로 R8의 후계자라 할 수 있다. 설사 R8의 직속 후계 모델이 나중에 나온다 하더라도, 그때까지는 e-트론이 R8의 역할을 대신한다. 라인업의 꼭대기에 자리 잡은 상징성으로 보나 성능으로 따지나 e-트론 GT는 R8의 대를 잇는다.

e-트론 GT는 2021년에 선보였고, R8은 2023년 단종되었으니 3년에 걸쳐 두 차가 공존하는 시기가 이어졌다. R8과 e-트론 GT는 각각 아우디의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상징하는 모델 역할을 하며 전환기 시대를 준비해 온 셈이다. 이제 자연스레 R8이 e-트론 GT에 자리를 물려주는 왕권 교체가 이뤄진다.

아우디 RS e-트론 GT

e-트론 GT가 R8의 자리를 물려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된다. 스포츠카의 기본 요소인 성능만 봐도 e-트론 GT는 아우디 브랜드의 최고 모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충분하다. R8에 들어가는 V10 5.2L 자연흡기 엔진의 최고출력은 620마력이고 최대토크는 59.1kg・m에 이른다. 최고속도는 시속 331km까지 올라가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3.1초 만에 끝낸다.

RS e-트론 GT의 출력은 최대 646마력이고 토크는 84.7kg・m나 된다. 정지상태에서는 시속 100km까지는 3.3초 만에 도달한다. 파워트레인 수치로는 R8을 넘어서고 성능은 비등하다. e-트론 GT는 전기차지만 아우디의 내연기관 모델과 마찬가지로 콰트로 시스템을 도입했다. 앞뒤에 전기모터를 배치해 네바퀴굴림 특성을 구현한다. 동력원은 전기로 바뀌었지만 아우디의 고유한 시스템을 이어받아 정체성을 이어간다.

아우디 RS e-트론 GT

e-트론 GT는 R8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큰 화제를 모았다. 아우디는 대형 SUV e-트론으로 전기차 시장에 발을 들인 뒤, 다음 타자로 고성능 스포츠카 e-트론 GT를 들고나왔다. 대중성 높은 일반 모델에 앞서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를 먼저 선보였다. 역동성을 중시하는 브랜드 특색이 e-트론 GT 출시 전략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e-트론 GT는 고성능 모델인 RS가 함께 나왔다. 아우디의 특기인 고성능 모델 RS가 전기차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린다. RS e-트론 GT는 전기차의 성능 표현 방식을 보여주고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낸다.

아우디 스포츠카의 계보는 TT, R8, e-트론 GT로 이어지지만 세 모델이 전부는 아니다. 아우디 스포츠카의 또 다른 큰 축은 고성능 모델이다. S와 RS로 대표되는 아우디의 고성능 모델은 끊임없이 새 모델이 나온다. S는 1990년 S2, RS는 1994년 RS 2에서 시작해 꾸준하게 라인업을 늘려왔다. 지금은 거의 모든 모델에 S 또는 RS가 함께 나온다.

아우디 RS 7과 RS 6 퍼포먼스

S와 RS가 지향하는 바는 고성능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성능은 모델 급에 따라 차이가 난다. 특히 RS 중에서도 최상위급은 정통 스포츠카인 R8과 맞먹는 성능을 발휘한다. RS 6 아반트 퍼포먼스는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630마력과 86.68kg・m에 이르는 막강한 힘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도 3.4초 만에 끝낸다. RS 7 퍼포먼스도 RS 6와 성능은 동일하다. R8이 2023년에 단종된다고는 하지만, 미드십 쿠페를 고집하지 않고 성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RS 6 아반트와 RS 7도 충분히 대안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아우디 RS 7, RS 6, R8 스파이더, R8, e-트론 GT

자동차 시장은 전동화라는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동력원의 변화라는 중대한 전환점에서 스포츠카의 운명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화려하게 등장한 아우디의 TT와 R8은 시대 변화에 따라 전기차에 자리를 물려주며 아름다운 퇴장을 맞이했다. 전기차 e-트론 GT는 TT와 R8이 그랬듯이 화려하게 등장해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 간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TT와 R8의 궤를 잇는 새로운 전기차가 나올 수도 있다. 아우디 스포츠카의 화려한 등장과 아름다운 퇴장, 역사는 반복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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