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세계에서 차별화는 결국 성능, ‘퍼포먼스’다."
자동차 분야에는 심장을 자극하는 단어가 있다. 주로 자동차의 본질 중에서 성능이나 속도를 표현하는 말이다. 고성능 모델 이름을 지을 때는 주로 이런 특성을 반영한다. 아우디 고성능 모델은 S와 RS로 나뉘는데 RS는 독일어로 ‘RennSport’, 영어로 ‘Racing Sport’를 나타낸다. 경주에 나가는 자동차처럼 성능을 키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이 내용은 잘 알려져서 자동차와 아우디에 관심 있으면 한 번쯤 넘게 들어봤을 터다.
그러면 RS보다 강한 모델을 만들면 이름을 어떻게 붙여야 할까? S와 RS를 뛰어넘는 제3의 알파벳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할까? RS의 성능 수준은 이미 높아서 양산용으로 더 강하게 만들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라인업 전체에 걸쳐 제3의 알파벳 모델을 두려면 수요부터 따져봐야 한다. 결국 한두 모델 더 추가하는 상황에는 별도의 분류를 두기보다는 수식어를 붙여 해결하는 편이 낫다. 대부분 프리미엄 브랜드가 좀 더 특별한 고성능 모델에 이 방법을 쓴다. 아우디가 들고 온 단어는 ‘퍼포먼스’다. 이 단어 역시 자동차의 성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RS 6 아반트와 RS 7의 출력은 현재 600마력인데, 퍼포먼스 모델은 30마력을 더해 630마력으로 높였다. 토크도 81.58kg・m에서 86.68kg・m로 커졌다. 터보차저의 부스트 압력도 2.4바에서 2.6바로 높아졌다. 이렇게 엔진 성능을 강화해서 0→시속 100km 가속은 3.6초에서 3.4초로 줄었다.
이미 기본형 RS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퍼포먼스 에디션을 왜 만들었을까? 고성능 세계에서는 성능을 키우면 부수적으로 손댈 부분이 많아져서 큰 폭으로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적은 수치 개선을 이루는데도 여러 부분을 건드려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든다. 미세한 단위로 성능을 다루다 보니 작은 변화도 체감 효과는 크게 나타난다. RS 같은 고성능 모델에도 갈증을 느끼는 사람은 따로 튜닝해서 성능을 키운다. 제조사에서 성능을 키운 모델이 나온다면 굳이 따로 개조하지 않고도 처음부터 고성능 위의 고성능 모델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희소한 차를 원하거나 남보다 더 강한 차를 찾는 수요는 늘 존재한다. RS 6 아반트나 RS 7만 되어도 아우디 고성능의 최상위 모델이지만 더 강한 차를 찾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모델이 필요하다. 퍼포먼스 에디션은 희소한 차와 차별화된 성능을 원하는 수요에 대응한다.
고성능 시장 안에서 경쟁도 고려해야 한다. 성능 경쟁은 자동차 역사에서 변하지 않고 이어지는 트렌드다. 고성능 모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요즘에는 고성능 모델이 늘어나고 시장이 커지는 추세라 경쟁이 더 치열하다. 이름값을 제대로 하려면 그에 맞는 성능을 보여줘야 한다.
퍼포먼스 에디션이 RS 일부 모델에만 적용되고 자주 나오지 않아서 조금 낯선 면이 있지만, 생긴 지는 20년이 넘었다. RS 6 1세대(A6 5세대 기반)는 2002년에 선보였는데 이미 그때 플러스 모델이 선보였다. 기본형의 450마력 출력을 480마력으로 높인 플러스 모델은 999대 한정판으로 나왔다. RS 6 플러스는 아우디 안에서 공식적으로 맨 처음 제한 최고속도를 시속 250km에서 280km로 높인 모델이다. 제한을 걸지 않은 최고속도는 시속 300km 이상 올라갔다.
2세대에도 RS 6 플러스가 나왔다. 출력은 기본형과 같은 580마력을 유지하는 대신 제한 최고속도를 시속 303km로 높였다. 3세대에 들어와서 스페셜 에디션의 이름이 ‘플러스’에서 ‘퍼포먼스’로 바뀌었다. 출력을 기본형보다 45마력 높여 604마력에 맞췄고, 오버부스트 기능을 이용하면 토크는 76.5kg・m까지 올라갔다. 제한 최고속도는 시속 250km, 280km, 305km로 구분했다.
최신 RS 6 아반트와 RS 7 퍼포먼스는 수식어에 걸맞게 여러 부분을 손봤다. 방음재를 덜어내 엔진 사운드를 더 생생하게 들리도록 했다. 셀프 록킹 센터 디퍼렌셜이 가볍고 작아져서, 코너링에서 더 정교하게 움직이고 핸들링 한계에서 언더스티어를 줄인다. 콘티넨탈 스포트 콘택트 7 285/30 타이어는 22인치 휠과 조합해, 마르고 젖은 노면에서 더 나은 접지력을 제공한다.
주행모드는 모두 6개로 이피션시, 컴포트, 오토, 다이내믹, 맞춤형 RS 1과 RS 2다. 엔진 컨트롤 유닛과 변속기 프로그램도 조정해서 역동성을 키우고 성능을 최적화했다. 제한속도를 시속 280km로 높이는 RS 다이내믹 패키지는 기본 장비다. 옵션인 다이내믹 패키지 플러스를 선택하면, 제한속도는 시속 305km로 올라가고 세라믹 브레이크가 추가된다(국내 기본 사양). 외부와 실내에도 새로운 색상과 옵션을 추가하는 등 변화를 줬다.
고성능 모델의 매력은 일반형과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된 디테일이다. 안팎에 고성능만의 요소를 더해 은근하게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RS 6 퍼포먼스도 아우디의 고성능 모델이어서 차별화된 디테일이 돋보인다. 차체 앞뒤에는 RS 6 배지를 달았고 그릴, 리어 디퓨저, 루프레일, 윈도우 몰딩에는 블랙 패키지를 적용해 고성능 모델만의 강인한 분위기가 살아난다. 사이드 몰딩과 사이드 미러, 프런트 립, 리어 디퓨저 라인, 에어 인테이크 블레이드에는 카본 패키지가 적용해 역동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22인치 5-V 스포크 트래퍼조이드 스타일 휠, 세라믹 브레이크, 레드 캘리퍼 역시 RS 모델만의 역동성을 강조하는 요소다. 실내에는 대시보드 상단과 숄더에 나파 가죽 패키지를 적용하고 기어봉과 센터콘솔, 도어 암레스트에는 디나미카 패키지를 더해 역동적이면서 우아한 감성을 표현했다. RS 스포츠 시트에는 RS 모델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RS 로고 레드 스티칭을 적용해 일반 모델과 차별화한다.
퍼포먼스는 말 그대로 성능을 키운 에디션이다. 고성능 세계에서 희소성과 차별화는 성능에서 나온다. 이미 최상을 추구하는 아우디 모델이지만 더 앞선 성능을 바라는 고객의 요구를 퍼포먼스 에디션으로 대응한다. 더불어 고성능 위의 고성능으로 RS의 무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