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이 속담엔 부모에겐 어떤 자식도 예외 없이 모두 소중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를 자동차 업계에 대입해도 크게 이상하진 않다. 엄청난 자본을 투자해 플랫폼을 개발하고, 그런 플랫폼을 통해 오랫동안 연구된 신차가 세상에 나온다는 건 차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마치 자식을 낳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자신들이 내놓은 모델이 많은 고객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잘 팔리는 차, 오랫동안 사랑받는 자동차가 있는 반면,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단종되기도 하고, 좀처럼 판매량을 끌어 올리지 못한 채 명맥만 유지하는 모델들도 있다. 현실이 이렇기에 브랜드별로 회사를 먹여 살린다고 할 수 있는 자동차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소수의 모델이 브랜드 볼륨을 키우며 캐시카우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선 역할을 다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독일 신차 시장에서 아우디가 기뻐할 만한 결과가 하나 나왔다. 독일은 유럽 제1의 자동차 시장이다. 자국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 모두가 치열하게 경쟁한다. 특히 자국 브랜드 간 경쟁이 그 어떤 곳보다 뜨겁다. 인기 있는 자동차라고 해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판매량을 일정 수준 꾸준히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여러 모델이 동시에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는 것은 더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우디는 달랐다.
▶2023년 1~3분기 독일 시장 주요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량
(자료=독일연방자동차청)
메르세데스 벤츠 : (21종) 210,843대
아우디 : (16종) 184,784대
BMW : (18종) 169,234대
볼보 : (6종) 29,766대
포르쉐 : (7종) 25,918대
랜드로버 : (7종) 10,610대
렉서스 : (6종) 2,533대
재규어 : (6종) 2,409대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가운데 경쟁사보다 더 적은 모델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아우디는 특히 그 중에서도 5개 모델이 3분기까지 2만 대 이상 팔리는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앞서 말했듯이 판매량 기준으로 인기 모델은 보통 1~2개, 많아야 3개 정도다. 특히 독일의 경우 국민차 브랜드라 불리는 폭스바겐 정도를 제외하면 이처럼 골고루 높은 판매량을 보이기는 쉽지 않은데, 그것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이렇게 편식 없이 팔려 나간 것이다.
▶2023년 1~3분기 독일 프리미엄 3사 핵심 모델 판매량 비교
(자료: 독일연방자동차청)
• 메르세데스
1위 : C-클래스 (35,685대)
2위 : GLC (26,453대)
3위 : GLA (19,319대)
4위 : E-클래스 (18,613대)
5위 : V-클래스 (15,574대)
• 아우디
1위 : A4 (26,696대)
2위 : A3 (25,100대)
3위 : A6 (23,253대)
4위 : Q5 (20,049대)
5위 : Q3 (20,038대)
• BMW
1위 : X1 (26,159대)
2위 : 3시리즈 (26,017대)
3위 : X3 (18,822대)
4위 : 4시리즈 (18,238대)
5위 : 5시리즈 (17,337대)
3사의 상위 모델 판매량을 보면 아우디만이 유일하게 5개 모델 모두 2만 대를 넘겼다. 이는 양산 브랜드까지 포함해도 7개 모델이 판매량을 2만 대 넘긴 폭스바겐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한다. 포드와 오펠, 스코다 등 독일에서 자국 브랜드 못지않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양산 브랜드조차 1~2개 모델만이 2만 대 판매량을 넘겼을 뿐이다. 아우디가 얼마나 독일에서 꾸준하게 다양한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아우디 A6의 경우 지난해 독일에서 5시리즈와 E-클래스를 따돌리고 판매 1위를 한 것이 일회성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올해의 판매량이 증명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도 아우디 Q4의 선전이 눈부셨다. 같은 기간 Q4 e-트론은 13,189대가 팔렸는데 전기차로서 1만 대 이상 팔린 건 엔진 자동차 2만 대 이상 팔린 것 이상의 선전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1~3분기 주요 전기차 판매량 순위
(자료=독일 연방자동차청)
1위 : 테슬라 모델 Y(38,608대)
2위 : 폭스바겐 ID.4 / ID.5(29,353대)
3위 : 폭스바겐 ID.3(17,995대)
4위 : 피아트 500-e(16,117대)
5위 : 스코다 엔야크(14,146대)
6위 : 아우디 Q4(13,189대)
110여 종의 전기차가 경쟁 중인 독일에서 Q4는 출시 때부터 꾸준하게 판매량에서 최상위 그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고성능 모델 e-트론 GT, 뛰어난 완성도의 고급 전기 SUV Q8 e-트론과 함께 Q4 e-트론은 아우디가 전기차 시대를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아우디는 차종 구분 없이 골고루 독일 운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스타일, 운전의 재미, 일상성, 편안함, 경제성 등 자동차 선택의 이유도 다양하고 꽤나 까다로운 소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일에서 얻은 결과다. 이들의 글로벌 마켓 공략이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탄탄한 내수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독일인들에게 최고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