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이야기]안전 역시 아우디의 특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자동차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디자인, 성능, 편의장비 등은 차종이나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어도 안전만큼은 어느 차든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자동차 기술의 발전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하지만, 안전은 자동차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분야다.
자동차의 안전 시스템은 크게 능동과 수동으로 나뉜다. 능동 안전 시스템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충돌을 경고하거나 자동으로 제동 또는 회피 조향하는 등 사고를 막는 안전장치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달릴 때와 사고 직전까지 사용되는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요즘 차에 대부분 달리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능동 안전 시스템이다.
아우디 모델을 예로 들면, A6에는 프리센스 360이 달려있다. 250km/h 까지는 싱글 프레임 부분의 레이더 센서가 전방의 차량을 감지하여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리고 시각적, 청각적 경고를 주어 충돌 방지 보조기능을 한다. 시속 85km 이내의 범위에서는 룸미러에 달린 전방 카메라가 최대 100m 거리 안에 있는 차와 보행자를 감지하여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리고 비상정지 기능을 시작한다. 사이드 어시스트는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으로 뒤쪽에 달린 레이더 센서가 후측방의 차를 감지한다.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릴 때 작동하고 사각지대에 차가 들어오면 사이드미러의 LED로 경고한다. 교차로 보조 시스템은 시야가 좋지 않은 교차로와 출구에서 운전자를 지원한다. 접근하는 차를 감지해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 경고한다. 이 밖에도 아우디 자동차는 다양한 능동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수동 안전 시스템은 충돌했을 때 충격을 흡수하거나 완화해 탑승자의 부상 정도를 줄인다. 탑승자의 행동 없이도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사고 후 부상 방지가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사고가 나는 순간과 사고 후에 적용되는 기술을 말한다. 안전벨트, 에어백, 헤드레스트 등이 주요한 수동 안전 시스템이다.
수동 안전 시스템은 사고가 나기 전에는 진가를 알기 힘들다. 그렇다고 효과가 좋은지 알아보고자 일부러 사고를 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안전도를 위해 자동차 제조사는 개발 단계에서 다양한 충돌 시험을 거친다. 출시 후에는 공인 테스트 기관에서 충돌 시험 결과를 내놓아 안전도를 알려준다.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아우디 A6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2021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서 1등급을 받았다. 충돌 안전성 부문에서 60점 중 59.85점을 받았고, 여러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별 5개를 기록했다. 부분 정면충돌, 측면충돌, 어린이 안전성 부문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능동과 수동 안전 모두 중요하지만, 기술 발달과 전자 장비의 발달로 능동 안전의 비중이 더 커지는 추세다. 능동 안전을 강조하더라도 수동 안전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수동 안전은 기본 중의 기본이어서 체감하기 쉽지 않더라도 최고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수동 안전 수준이 높은 차일수록 완성도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아우디는 오래전부터 수동 안전에 공을 들여왔다. 85년 전인 1938년, 아우토 유니온의 일원인 DKW는 안전 설계를 위해 DKW F7에 전복 테스트를 했다. 경사로에서 차를 여러 차례 굴렸는데도 엔진이 멀쩡하고 차체 역시 거의 손상되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아우토 유니온은 중앙 테스트 부서를 두고 충돌 테스트 시설을 운영했다. 1970년에는 아우디의 본거지인 잉골슈타트에 첫 번째 충돌 시험장이 생겼다. 1972년 아우디는 충돌 테스트 더미를 처음으로 사용했고, 날이 갈수록 충돌 테스트는 더 다양하고 정교해졌다.
1986년, 아우디는 특허받은 혁신 기술인 프로콘-텐(programmed contraction and tension) 안전 구속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면충돌 시 엔진이 승객 공간 쪽으로 밀려들어 가는데, 이때 엔진에 연결된 강철 케이블과 풀리가 앞쪽 안전벨트를 조이고 스티어링 휠도 잡아당겨 운전자의 머리 부상 위험을 크게 줄인다. 충돌 시 발생하는 현상을 안전 기술로 구현한 획기적인 시도였다.
1999년 A3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충돌 테스트에도 디지털화가 이뤄졌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지능적인 알고리즘의 기반을 닦았고,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머신 러닝의 비중을 높였다. 오랜 기간 쌓아 올린 안전 노하우에 힘입어 유로 NCAP이나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테스트에서 아우디 모델은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자동차의 기본인 수동 안전을 강화하고 다가오는 미래 안전 기준 강화에 대비할 목적으로 아우디는 최근에 자동차 안전 센터(AFZ)를 개설했다. 1억 유로를 들여 3년에 걸쳐 만든 시설에는 1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현재 알려진 모든 테스트를 수행한다. 이전보다 테스트 종류도 늘었고, 시장의 요구사항을 뛰어넘는 테스트도 할 수 있다.
핵심 시설의 면적은 바닥 크기 130×110m, 높이는 20m로 이전보다 훨씬 넓다. 복합 충돌 시험장은 50×50m 크기이고 기둥이 없이 확 트인 공간으로 구성했다. 가속 트랙의 길이는 250m이고 현재 일반적인 안전 요구 사항을 초과하는 속도로 테스트할 수 있다. 차선을 추가해 자동차 두 대가 직각으로 충돌하는 상황도 구현해 낸다.
충돌 시험장에는 무게 100t짜리 충돌 블록을 이동과 회전이 자유롭게 배치해서 다양한 충돌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충돌 차선 여러 개를 교차하면 두 차 사이의 충돌을 비롯해 총체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움직이는 바닥’은 자동차가 옆으로 움직이며 장애물에 부딪히는 상황을 구현해 낸다. 벨트 시스템과 에어백은 지연 장치를 갖춘 새로운 관성 이동 슬라이드 덕분에 효율성이 높아졌다.
충돌 시험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비는 인체와 비슷한 더미다. AFZ에는 생후 18개월 유아부터 몸무게가 102kg 나가는 성인까지 60여 개에 이르는 더미를 사용한다. 정교한 토르(THOR, Test device for Human Occupant Restraint) 더미에는 최대 150개에 이르는 데이터 수집용 센서가 달려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고속 카메라와 움직임 추적기는 테스트에서 연속된 충돌 순간을 캡처하고, 각종 센서는 물리적인 판독 값을 제공한다. 테스트 후 변형된 부분을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하는 데는 3D 스캔을 사용한다.
시뮬레이션은 실제 충돌 테스트를 보완하는 동시에 개발 과정의 효율을 높인다. 요즘에는 보행자와 충돌 또는 정면이나 측면 충돌 등 거의 모든 사고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아우디 전문가들은 개발 단계에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 훨씬 전에 매달 수만 건의 충돌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단일 모델의 차체 충돌 설계에는 최대 100가지 하중을 고려해 6만 건 이상의 계산이 이뤄진다.
현재 아우디의 각 모델은 출시 전에 두 자릿수 이상의 테스트 시나리오를 거친다. 능동 안전 기술이 주목받아도 여전히 수동 안전은 중요하고, 시뮬레이션이 발달해도 실제 충돌 테스트는 유의미한 결과 값을 얻는 데 필요하다. 전기차 시대가 오고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하는 등 자동차 시장은 급변하지만,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기는 안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우디 자동차 안전 센터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자동차 제조사가 추구하고 집중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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