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Flagship, 기함)은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깃발 있는 배다. 지휘관이 이끄는 함선을 뜻하는 군사 용어로 요즘에는 제품에 자주 사용된다. 주력 상품, 최고의 제품을 의미한다. 자동차가 대표적인데 완성차 브랜드가 내놓는 최고의 모델을 뜻한다. 가장 크고, 가장 좋은 세단에 주로 사용되며, 요즘은 SUV에도 적용된다.
플래그십 모델은 가장 큰 세그먼트 자동차이자 고가 세단이기 때문에 높은 출력을 자랑하고 고품질 소재가 많이 들어간다. 다양한 첨단 기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최신 기술 또한 우선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스타일의 경우 실험적이기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우아하게 드러내는 것, 오너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렇다 보니 플래그십 모델은 젊은 고객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대의 중년층 이상에서 대체로 소비됐다.
대형 플래그십 모델은 직접 운전대를 잡기보다 2열의 넓고 편안한 좌석에 앉아 이동하기에 어울린다. 그래서 쇼퍼 드리븐 자동차로도 불린다. 하지만 요즘은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 젊은 고객이 많다. 또한 연령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 없는 고객이 늘고 있다. 중후한 대형 세단이라는 표현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다.
당연히 트렌디한 플래그십, 직접 운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플래그십 세단에 대한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정한 고급스러움과 현대적 세련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기함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데 아우디는 이 까다로운 요구를 오히려 반긴다. S8 L이 있기 때문이다.
최고 출력 571PS, 최대 토크 81.58kg.m, 0-100km/h 3.9초. 스포츠카 스펙이 아니다. S8 L 제원표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힘이 부족해서, 고급스럽지 않아서, 직접 운전하기 어색해서, 편안하지가 않아서, 가치를 드러내지 못해서'라는 부정적 인식과는 거리가 먼 플래그십 프리미엄 세단이다.
최근 한국에 들어온 S8 L은 스타일과 주행 능력이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고급 세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자이퉁은 시승기에서 '스포츠와 럭셔리 사이의 놀라운 균형을 보여주었다.'고 극찬했다. 디자인만 봐도 다이나믹한 주행 성능이 느껴진다고도 덧붙였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S8 L의 액티브 서스펜션에 대해 '고급스러운 기술'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첨단 주행 장치들이 운전 시 적극 개입되지만 운전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강한 성능의 엔진이 장착돼 있지만 이것이 탑승자를 거슬리게 하지 않으며, 깔끔한 핸들링을 제공한다는 평가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립 마감 능력이 눈부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매체인 마인아우토는 S8 L의 장점으로 완벽한 품질, 인상적인 주행 능력, 뛰어난 운전 편의성, 스포티하고 주도적인 역동성, 좋은 공간, 그리고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와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의 훌륭함 등을 꼽았다. 이 이상의 것을 내놓기는 어려우며 스포티한 비즈니스 세단의 탁월함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처럼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매체 모두가 S8 L에 좋은 점수를 줬다. 뛰어난 주행 성능과 그에 어울리는 다이나믹한 디자인의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것은 분명 S8 L만의 매력 포인트다. 전문지들 평가의 상당 부분이 주행 능력에 할애된 것 역시 이 차의 가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직접 운전하는 게 즐거운 일이 되는 플래그십', 이게 S8 L을 정의할 수 있는 한 마디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형 세단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편이다. 2열에 편하게 앉아 이동하는 것도 좋지만 허락되는 한 직접 운전대를 쥐고 운전의 맛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S8 L은 분명 다르다. 멋진 생김새를 가진 뛰어난 능력의 자동차를 내 손으로 직접 운전하며 그 가치를 오래도록 경험해 보고 싶게 만든다. 플래그십 세단에 이렇게 마음이 뺏길 일일까? 이 글에 사심이 많이 담겼다고 평해도 좋다. S8 L이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