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겠지만 독일에선 한국에서 보다 다양한 아우디 모델을 볼 수 있다. 클래식이든 최신형이든 가릴 것 없다. 현재 필자가 머물고 있는 헤센의 작은 도시에서도 다양한 아우디 모델을 찾을 수 있는데 최근에 본 희귀(?) 모델이라고 하면 H 번호판이 달린 1세대 아우디 100이다. 독일에선 출시된 지 30년이 지나면 H 번호판을 달 수 있는데 이런 차를 올드타이머라고 한다. 상태가 좋아야 H 번호판을 부착할 수 있는데 그 차가 그랬다.
또 이웃에 사는 30대 남성은 밤색의 신형 RS Q8을 타고 다닌다. 전기차 e-트론 GT를 모는 백발의 노신사도 가끔 보게 된다. 역사가 긴 브랜드이고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으니 이처럼 다채로운 아우디 모델 관찰이 가능한 곳이 독일이다. 온라인에도 많은 아우디 커뮤니티가 있는데 아우토우니온 시절 자동차들 얘기부터 앞으로 나올 미래형 모델에 대한 얘기까지 대화 주제도 풍부하다.
커뮤니티 중 가장 큰 곳이라면 ‘모터토크’를 꼽을 수 있다. 유럽 최대 규모다. 자신이 소유한 모델별로 대화방이 마련돼 있는데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얼마 전 모터토크의 아우디 포럼에서 오너 만족도 높은 차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만족도 외에도 추가적으로 신차 구매 상담 빈도 등, 긍정적인 얘기가 많았던 모델들은 무엇이었는지도 함께 짚어봤다.
「전기차 부문 : e-트론 GT」
아우디 전기차에 대한 오너 만족도는 전체적으로 높은 편이다. 편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각자 자신의 전기차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조금 더 눈에 띄게 긍정적 대답이 나온 것은 e-트론 GT였다. 역시 가장 많이, 가장 먼저 얘기가 나온 것은 스타일이었다. (물론 오너들이니까 그렇기도 하겠지만) 타이칸보다 낫다는 의견이 다수 보였다.
어느 네티즌은 타이칸과 e-트론 GT를 모두 타본 소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타이칸이 조금 더 강하고 날카로웠다면 e-트론 GT는 상대적으로 더 안락하고 부드러웠다고 했다. 같은 플랫폼을 통해 나온 전기 스포츠카이지만 분명하게 성격을 달리한다며 일상성에서 e-트론 GT가 더 낫다고 결론 내렸다. 한 오너는 이 차는 실제보다 저평가되는 느낌이라며 마스터피스(걸작)라고까지 표현했다.
「고성능 부문 : RS 6 아반트」
4세대 RS 6 아반트가 나오기 전까지 고성능 영역에서 아우디 포럼을 가장 뜨겁게 달군 모델은 R8이었다. 하지만 이 600마력의 괴물 같은 고성능 왜건은 그 강렬한 디자인에서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지 않아도 왜건 친화적인 독일에서, 멋진 스타일을 하고 아우토반을 빠르게 질주하며, 차고 넘칠 만큼의 실용성을 가진 차가 등장했으니 칭찬이 쏟아지는 건 자연스럽다.
사실 RS 6 아반트 등장에 더 뜨거웠던 곳은 미국 시장이다. 처음으로 북미 대륙에 상륙한 이 왜건에 미국인들이 열광했다. 아우디 북미 딜러들이 RS 6 아반트를 반드시 보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는 걸 보면 이 차가 미국에서도 통할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지금도 북미 아우디 커뮤니티에서 RS 6 아반트는 주인공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콤팩트 SUV 부문 : Q3」
Q3는 빠르게 성장한 콤팩트 SUV다. 독일 시장을 꽉 쥐고 있던 경쟁 모델 X1을 빠르게 추월한 것은 물론, 아우디 커뮤니티 내에서도 가장 볼륨이 큰 A6에 그 어떤 모델보다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그만큼 사용자가 많고 여러 정보가 교류되고 있다는 뜻이다. Q3의 성장세는 A3 해치백과 같은 독일 시장 최상위 판매 모델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지 궁금해진다. Q3 커뮤니티에는 젊은 오너와 퇴직한 연금 생활자들 할 것 없이 늘 많은,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역동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그런 분위기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 콤팩트한 SUV에 대해 만족한다는 이들이 훨씬 많다. 독일 내에서는 입소문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 모델로도 평가된다. 오너의 만족도가 높았기에 가능했다.
「중대형 SUV 부문 : Q5」
Q5는 아우디 SUV 파트가 지금처럼 자리 잡고 성공할 수 있게 한 핵심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Q5는 적어도 독일에서는 연식 상관없이 언제 구입해도 만족할 만한, 신뢰할 수 있는 자동차라는 평이 뿌리내렸다. 정기검사 결함률 같은 데이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 고급 SUV는 내구성에서도 늘 좋은 점수를 받는다.
또한 안락함과 실용성의 조화가 뛰어난 SUV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오너들의 평가뿐 아니라 독일 자동차 전문지들이 비교테스트 등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스타일 또한 독일인들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터라 불만이 거의 없다. 질리지 않고 세련되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는 얘기다. 주행성과 경제성, 실용성에 고급스러움, 거기에 신뢰할 만한 내구성까지 갖췄으니 당연하다. 꾸준히 잘 팔리고, 누구에게나 칭찬받는 모델이 되기란 쉽지 않은데 Q5는 독일에서 그렇다.
이 외에도 이미 단종된 A2 같은 모델도 여전히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되고 있으며, 아우디 TT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뜨거운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들의 자동차 A4와 A6는 당연하고, 플래그십 A8과 Q7의 방도 늘 활기차다. 확실히 아우디의 고향, 아우디 인기가 가장 높은 나라답게 독일에서 네 개의 링은 자동차 문화 중심에 있다. 탄탄하게 받쳐 주는 내수시장이 있기에 아우디의 세계 시장 공략도 지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독일에서 아우디의 존재감과 인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