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세대를 거치며 시작부터 끝까지 사랑받는 자동차. 이런 차를 만드는 게 완성차 회사들이 가장 바라는 일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흔한 표현으로 ‘대박’을 칠 것 같은, 그렇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으로 만들지만 출시된 후 차가운 반응에 고개를 떨궈야 하는 자동차가 한두 대가 아니다. 시장이 그만큼 냉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공과 실패를 장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성공의 길만을 달리고 있는 콤팩트 모델이 있다. 바로 아우디 A3다.
A3는 1996년 등장해 현재 4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처음도 좋았지만 세대를 거치며 모든 면에서 더 향상됐다. 소비자들은 A3에 깊은 신뢰를 보냈고, 특히 고향 독일의 경우 더 그랬다. 4세대가 나온 지 3년째. 인기가 어느 정도 시들 만한 상황이지만 불황을 모르는 듯하다. 2023년 1월부터 5월까지 독일에서 A3는 프리미엄 콤팩트 자동차로는 가장 높은 판매고를 보였는데 이는 30개 이상 모델이 경쟁하는 C세그먼트 전체로 봐도 TOP 3에 드는 수준이다.
◆ 독일 2023년 콤팩트 세그먼트 1~5월 누적 판매량 TOP 10
(자료=독일연방자동차청)
1위 : 폴크스바겐 골프 (30,779대)
2위 : 스코다 옥타비아 (19,177대)
3위 : 아우디 A3 (12,183대)
4위 : 포드 포커스 (11,036대)
5위 : 메르세데스 A-클래스 (10,492대)
6위 : 다치아 산데로 (10,017대)
7위 : 폴크스바겐 ID.3 (9,520대)
8위 : BMW 2시리즈 (8,937대)
9위 : 기아 씨드 (8,577대)
10위 : 세아트 레온 (8,221대)
A3와 직접 경쟁을 펼치는 프리미엄 모델로는 거의 같은 시기에 등장한 메르세데스의 A-클래스와 BMW의 1시리즈 정도를 꼽을 수 있다. A-클래스의 경우 처음에는 MPV 타입의 모델로 출시됐는데 독일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장년층 수요가 많아 ‘연금생활자 자동차’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기도 했다. 3세대부터는 핫해치 타입으로 완전히 스타일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A3를 넘어서질 못하고 있으며 2025년 이후 단종될 거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BMW 1시리즈의 경우 후륜 구동 방식의 해치백이라는 점 때문에 젊은 층의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예전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2시리즈에도 판매량이 밀린 상태다. 그에 비하면 A3의 독일 내 인기와 입지는 탄탄하다. 그리고 이런 인기는 유럽 전역에서 확인된다.
최근 공개된 JATO 다이내믹스의 유럽 28개국 4월 신차 판매량을 보면 아우디 A3가 300개 이상의 모델들과 경쟁해 19위(10,208대)에 이름을 올렸다. C세그먼트로는 4위, 프리미엄급 준중형 모델 중에는 압도적 차이로 1위다. 또한 전체 판매량 중 약 70%가 독일 이외의 유럽 시장에서 팔렸다.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게 아닌,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아우디 A3가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디자인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독일에서 실시한 올해의 디자인 자동차 시상식에서 ‘콤팩트 카’ 부분 우승자로 뽑혔는데 1만 6천 명의 자동차 매체 독자들의 선택이었다. 당시 A3는 A1, A5, RS 6, Q3 스포트백 등과 함께 트로피를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일부 독일 네티즌은 A3의 디자인은 해치백과 세단 가릴 것 없이 모두 좋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결과를 보도한 전문 매체의 한 기자는 해치백보다 세단 인기가 높은 유럽 이외의 시장에서 A3 세단은 상당한 인기를 누릴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최고 권위의 독일 자동차 어워드인 ‘골든 스티어링 휠’ 트로피를 받은 것은 의미가 크다. 골든 스티어링 휠 트로피의 경우 소비자들의 1차 심사를 거쳐 디자인, 드라이빙, 설계 등, 각 분야 국제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게 2차 평가를 해 우승자를 가리는데 2020년 A3는 콤팩트 클래스 부분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이로써 A3는 ‘골든 스티어링 휠’ 트로피만 세 번을 받게 되었는데 이는 어떤 경쟁자도 얻지 못한 결과다. 얼마나 A3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가 진행한 성능 테스트 결과에서도 A3은 압도적인 상품성을 숨길 수 없었다. BMW 1시리즈, 푸조 308, 기아 씨드,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고성능 모델 쿠프라 레온까지 총 5개의 모델이 비교됐다. 특히 쿠프라 레온은 아우디 A3의 유전자가 가득한 형제 모델이라는 점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됐다.
결과는 A3의 종합우승. A3는 총점 606점으로 쿠프라 레온(595점)과 589점을 받은 씨드, 그리고 555점의 1시리즈, 끝으로 549점을 받은 308을 모두 따돌렸다. 특히 안전성 항목에서 큰 차이를 보였는데 다양한 안전사양 적용, 또 정확한 작동 능력, 그리고 조명 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스펜션의 안락함, 1열과 2열 좌석의 안락함 또한 가장 앞섰으며, 온도조절 시스템 또한 쿠프라 레온과 함께 만점을 받았다. 다만 핸들링과 조향 성능이 레온에 살짝 밀렸는데 쿠프라 레온이 실질적으로 아우디 A3의 모든 노하우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워할 건 없어 보인다. A3가 종합적으로 고려된, 균형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쿠프라 레온은 온전히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춘 차라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아우디 A3는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도, 언제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자동차다. 그리고 이런 평가, 이런 가치는 해치백과 세단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4세대 A3 해치백과 세단이 함께 공개되었을 때 독일 자동차 매체들은 해치백과 세단 성능을 비교테스트했다. 그리고 두 모델 모두 운전 성능에서 차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스타일, 성능, 내구성까지 담보된 품질 등, A3는 젊은 층은 물론 고급스러운 콤팩트 세단을 선호하는 중장년층에도 사랑받을 만한 모델이다. 만약 더 강력한 녀석을 원한다면 310마력짜리 S3를 선택하면 된다. 작은 거인 A3의 기분 좋은 질주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30년 가까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