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어떻게 르망 24시 100년 역사의 레전드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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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24시간 레이스

아우디는 어떻게 르망 24시 100년 역사의 레전드가 되었나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 [모터스포츠]르망 24시간 100주년,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아우디

아우디 스포츠카

6월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자동차나 모터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를 떠올릴 것이다. 6월 둘째 또는 셋째 주말에 열리는 24시간 내구레이스는 이름 그대로 24시간 동안 달리는 레이스다. 전 세계 각 곳에서 열리는 내구레이스 중에서 가장 유명할 뿐만 아니라, 모터스포츠 전 분야를 통틀어서 포뮬러 1(F1)이나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못지않게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르망 24 레이스

2023년은 르망 24시간이 열린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1923년 5월 26일과 27일 역사적인 첫 경기가 열린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며 오랜 역사를 쌓아 올렸다. 100주년이지만 이번 대회는 91번째인데 제2차 세계대전과 프랑스 내부 사정으로 몇 차례 대회가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회는 해마다 24번째, 즉 6월 둘째 또는 셋째 주 토요일에 시작한다. 특별한 사정이 있던 몇몇 해를 제외하고는 항상 6월에 열려서, 자연스레 6월을 대표하는 모터스포츠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르망 24 트랙별 제한속도

프랑스 자동차 협회(ACO)가 주관하는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는 르망 지역의 일반도로를 이용해 구성한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다. 서킷 길이는 13.626km로 꽤 긴 편인데, 초창기 17km보다는 줄어들었다. 한때 최고시속이 400km가 넘을 정도로 빠르게 달릴 수 있었지만, 안전 문제로 시설을 개선해 지금은 시속 300~350km 정도에 머문다.

아우디 스포츠카

24시간 동안 정해진 코스를 계속해서 돌기만 하는 단순한 경기처럼 보이지만, 면면을 살피면 굉장히 가혹한 조건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서로 우승을 가리지 않는다. 주어진 24시간 동안 더 먼 거리를 달린 경주차가 챔피언이 된다. 빠르게 달리면서 고장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고, 경기 도중 시간을 잡아먹는 피트 스톱을 줄이려면 연비도 좋아야 하고 공기역학도 우수해야 한다. 24시간 동안 5000km가 넘는 거리를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상태에서 극도로 집중하며 달려야 하는데 변화무쌍한 날씨와 야간 주행도 극복해야 할 요소다. 순위를 떠나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큰 경주라 할 수 있다.

아우디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 역대 우승 경주차

올해는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 100주년을 맞이해 지난 세월 이룩한 역사의 기록이 다시금 조명 받고 있다. 르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아우디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참가해 1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르망 역사에서 21세기의 앞부분을 단일 브랜드 이름으로 채우는 업적을 달성했다.

르망24 아우디팀

아우디는 1999년에 처음 르망에 출전했다. LMP 클래스에 아우디 스포트 팀 조이스트로 나간 아우디는 첫 출전인데도 3위와 4위에 오르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우승은 이듬해부터 시작되었다. R8 프로토타입을 앞세워 참가한 아우디 스포트 팀 조이스트는 1~3위를 휩쓸었다. 이후 포디움에 오른 기록을 보면 2001년 1, 2위, 2002년 1~3위, 2003년 3위, 2004년 1~3위, 2005년 1, 3위, 2006년 1, 3위, 2007년 1위, 2008년 1위, 2009년 3위, 2010년 1~3위, 2011년 1위, 2012년 1~3위, 2013년 1, 3위, 2014년 1, 2위, 2015년 3위, 2016년 3위를 차지했다.

아우디 르망 24시간 우승팀

1999년부터 2016년까지 17년 동안 포디움에 빠지지 않고 올랐고, 종합 우승을 13회나 달성했다. 1~3위를 석권한 해도 2000년, 2002년, 2004년, 2010년, 2012년 5차례나 되고, 5년 연속 우승도 2004~2008년, 2010~2014년 두 차례에 이른다. 아우디의 독무대라고 할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하며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를 주도해 나갔다.

아우디 R8 경주차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참가하는 동안 경주차도 점점 발전해 갔다. 초창기 R8 경주차에서 2006년 R10 TDI, 2009년 R15 TDI, 2011년 R18 TDI, 2012년 R18 e-트론 콰트로로 진화해 갔다. 2001년에는 R8 경주차에 TFSI 기술을 적용했다.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을 가리키는 TFSI는 반응성이 우수하고 연료 효율이 높고, 재시동이 빨라서 피트 스톱에서 시간을 절약하는 데 유리했다.

아우디 R10 경주차

2006년 선보인 R10 TDI는 경주차 최초로 선보이는 디젤 모델로 경주차는 가솔린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렸다. 1989년 세계 최초로 직분사 터보 디젤 엔진을 양산차에 적용한 아우디는 모터스포츠에도 디젤을 적용하는 도전에 나섰다. R10 TDI는 2006년 디젤 경주차 최초 우승 기록과 함께 2008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아우디 R15 경주차

2009년에는 R10의 후속 모델인 R15 경주차를 선보였다. 2010년 규정 변화에 맞춰 개선한 R15 TDI 플러스는 그 해 1~3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R15 TDI 플러스는 당시 5410.713km, 397랩이라는 최장 주행 기록을 세웠는데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2011년에는 R18 TDI가 선보였고, 2012년에는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인 R18 e-트론 콰트로로 진화했다. R18 e-트론 콰트로는 처음 출전한 2012년에 1, 2위 올라 기술력을 과시했다(3위는 R18 울트라).

아우디 스포츠카 단면

경주차 발달 과정에서 보듯 아우디는 양산차 기술을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적용하고, 서킷에서 갈고 닦은 기술을 다시 양산차로 이식하며 기술 혁신을 도모했다. 기술은 파워트레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매트릭스 LED와 레이저 헤드라이트도 르망 24시간 경주차에 도입해 발전시켰다. 야간 시야 확보가 중요한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의 환경이 첨단 기술의 시험장이 된 것이다.

르망 24시간 트로피

특출하게 활약한 만큼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와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다. 1990년대 초반 대회를 주관하는 ACO는 우승 트로피를 만들어 우승팀에게 건네주고 다음 대회 전에 반납하도록 했다. 다만, 3회 이상 연속 우승한 자동차 제조사는 트로피를 영구히 소유할 수 있도록 했는데, 2000~2002년 3회 연속 우승한 아우디가 첫 번째 주인공이 되었다.

르망 24시간 9회 우승을 달성한 톰 크리스텐센

아우디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톰 크리스텐센이다. 덴마크 출신인 크리스텐센은 르망 24시간 통산 9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이 중에서 7회를 아우디 경주차를 타고 우승했다. 르망의 황제이자 전설로 불리는 크리스텐센의 화려한 성과 뒤에는 아우디가 큰 역할을 해냈다.

아우디 R8

르망에 주력한 만큼 아우디는 르망 우승을 브랜드 활동 전반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003년에는 르망 우승 성과를 기념하는 르망 콰트로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 콘셉트카는 르망 경주차의 이름을 따서 R8이라는 이름을 달고 양산차로 나왔다. 아우디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초고성능 슈퍼카에 르망 정신을 담았다.

르망 콰트로 콘셉트카

아우디 하면 지금도 콰트로, 싱글 프레임 그릴, LED 라이트, 네 개의 링 등이 떠오른다. 르망도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2016년을 끝으로 아우디는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떠났지만, 르망에서 이룬 성과가 워낙 커서 잊을 수 없는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올해 6월, 100주년을 맞이해 ‘르망 레전드’ 아우디의 대기록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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