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들락이는 문에도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아우디 A4 세단과 A5 스포트백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김새와 차체 형태는 얼핏 보면 비슷하게 생겼지만, 두 차의 영역은 엄연히 구분된다. A4는 3박스 스타일 정통 세단이고, A5 스포트백은 패스트백 스타일 세단형 쿠페다. 둘 다 세단이라는 큰 부류에 속하고 5인승이라는 기본 틀은 같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테일게이트 열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A4는 트렁크를 가리는 철판 부분만 열리는 방식이고, A5 스포트백은 뒷유리까지 함께 올라간다. 열렸을 때 짐 공간 입구의 면적 차이가 꽤 벌어진다.
테일게이트 방식의 차이는 형태에 따른 간단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자동차의 근본까지 파고 들어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A4와 A5는 아우디 라인업에서 동급으로 인식된다. 세단인 A4에서 분리해 나온 쿠페 계열 모델이 A5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A4에 세단, 아반트, 카브리올레가 나오다가 A4의 쿠페 격인 A5가 나오면서 카브리올레도 A5로 넘어가고 스포트백도 생겨났다. 넓게 보면 A4와 A5는 같은 영역에 있지만, 세단과 스포트백에서 보듯 테일게이트에는 큰 차이를 보인다.
테일게이트 관점으로 따진 A4와 A5의 관계에서 재미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A5 스포트백은 A4와 비슷해 보이는 면이 있지만 근본은 A5 쿠페다. 세단에서 파생된 모델이라기보다는 쿠페에서 변형된 차다. 2도어 구조인 A5 쿠페에 문 두 개를 더해서 만들어 낸 모델이다. 핏줄로 따지면 A5 쿠페와 스포트백이 더 가깝지만, 정작 A5 쿠페의 테일게이트는 스포트백이 아니라 A4와 같은 방식으로 열린다. 테일게이트만 놓고 본다면 A4와 A5 쿠페가 더 가까운 관계다. 트렁크가 열리는 구조에 따라 모델 사이의 기본 관계 해석에 큰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테일게이트라는 용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자동차 뒤(테일, tail) 부분에 달린 문(gate)이라는 뜻이다. 트렁크 공간을 가리는 문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느 차종에나 다 갖다 붙일 수 있는 용어처럼 보이지만 실생활에서는 구분해서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통 테일게이트 하면 유리를 포함해 자동차 후면부 전체가 크게 열리는 도어를 떠올린다. 대표적인 차종이 SUV와 왜건이다. 해치백도 포함되지만 자동차 형태를 이름에 갖다 붙인 해치 도어가 더 자연스럽게 쓰인다.
세단에서는 굳이 게이트나 도어라는 말을 붙이지 않고 대체로 트렁크라고만 부른다. 원래 세단의 트렁크는 트렁크 리드라는 용어가 쓰인다. 리드(lid)는 덮개를 가리킨다. 유리는 열리지 않고 철판으로만 짐 공간을 가리는 세단의 뒤쪽 구조를 보면 트렁크 리드라는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실생활에서는 트렁크 리드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트렁크 리드는 덮개지 정식 문이 아니지만, 테일게이트는 문으로 친다. 유리가 달린 구조인 데다가, 승객이 타는 공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종종 해치백을 구분할 때 도어 개수에 따라 3도어나 5도어로 나누는데 테일게이트도 문으로 치므로 세단이나 쿠페와 달리 문이 하나 추가 된다.
테일게이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짐을 싣고 내릴 때 아래로 내릴 수 있는 문’이라고 나온다. 픽업의 뒷부분을 떠올리면 된다. 반대로 위로 올라가는 식으로 열리는 문을 리프트게이트라고 구분하기도 하는데, 엄밀하게 나누지는 않고 통칭해서 테일게이트라고 부른다.
이처럼 테일게이트는 짐 공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SUV, 왜건, 해치백의 공간 활용성이 좋은 이유 중 하나도 테일게이트를 갖춘 구조 덕분이다. Q2부터 Q8까지 이어지는 아우디 Q 라인, RS 6 같은 아반트 계열, A1과 A3 같은 해치백 계열에서 테일게이트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차종은 테일게이트를 갖춘 구조 덕분에 짐 공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짐을 내리고 싣기도 편하다.
테일게이트가 특별한 요소로 인식되는 차는 A5 스포트백과 A7 스포트백 같은 4도어 쿠페형 모델이다. 차체 모양은 세단에 가까운데 트렁크에는 테일게이트가 달려 있다. 트렁크 입구가 크게 열려서 세단보다 짐 공간에 접근하기 쉽고, 크고 긴 짐을 싣기에도 유리하다. 테일게이트 덕분에 패스트백 스타일로 멋진 차체 모양을 빚어내면서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까지 챙기는 효과를 얻는다.
A5/A7 스포트백을 A4와 A6의 변형 모델로 볼 수 있지만, 숫자를 따로 붙여 놓은 것은 그만큼 독자성이 강한 별개 모델이라는 뜻이다. A5/A7 스포트백은 패스트백 스타일과는 별개로 리프트백에 속하는 차종이다. 리프트백은 해치백의 한 형태로 뒤쪽 지붕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면서 테일게이트가 달린 차종을 가리킨다. 요즘에는 해치백뿐만 아니라 세단이나 왜건에도 리프트백 차종이 선보인다. A5/A7 스포트백이 리프트백이라는 영역에 속하게 된 결정적인 요소는 테일게이트의 존재다.
아우디의 테일게이트는 브랜드 역사에서 오래전부터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1974년 선보인 소형 해치백에 테일게이트가 달려 나왔다. 아반트 모델에도 어김없이 테일게이트를 갖췄다. 특이한 모델로는 1988년에 선보인 아우디 쿠페 B3가 있는데, 2도어 쿠페 모델에 테일게이트를 적용해 나왔다.
테일게이트가 달렸을 것 같지만 아닌 모델도 있다. 1980년에 선보인 콰트로는 리프트백처럼 생겼지만, 트렁크는 세단처럼 철판 부분만 열리는 구조다. A7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100 쿠페는 A7과 달리 테일게이트 방식이 아니다. e-트론 GT는 A5/A7 스포트백과 비슷한 부류로 보이지만 세단과 같은 방식으로 열린다. 공식에 맞춰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개별 특성에 맞게 테일게이트를 도입한다.
테일게이트는 짐 공간을 가리는 단순한 문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의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은 물론 모델의 구분과 분류에도 영향을 미친다. SUV, 왜건, 해치백 라인업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테일게이트가 세단이나 쿠페 계열로 가면 독특한 존재가 된다. 테일게이트라는 하나의 요소가 브랜드 안에서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지 아우디를 보면 알 수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