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첫 콤팩트 전기 SUV인 Q4 e-트론은 지난해 9월 한국시장에 선보인 지 불과 넉 달 만에 2,000여 대가 판매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Q4 e-트론을 비롯해 전기차가 아우디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아우디 순수전기 모델 인도량은 전년 대비 44%나 증가했다. 전체 인도량에서 순수전기차 비율은 이전 4.8%에서 무려 7.2%로 대폭 증가했다. 그 중심에 Q4 e-트론이 있다. 국내 콤팩트 전기 SUV 시장에 돌풍의 핵이 된 Q4 e-트론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Q4 e-트론을 타고 있는 세 명의 차주에게 직접 돌풍의 비결을 물었다.
#1. 46세 남성 A씨 “운전의 재미는 기본, 긴 주행거리는 덤”
가장 크게 만족하는 부분은 힘이다. 단지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만이 아니라 언제나 넘치는 출력 때문에 운전이 쾌적하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Q4 e-트론의 파워는 추월할 때나 순간적으로 치고 나갈 때 답답하지 않아 속이 다 시원할 정도다. 원래 운전을 좋아하고 스피드를 즐기는 편이어서 자동차 경주장도 종종 가는 편이다. 그런데 차를 바꾸고 나서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다 밟지 않아도 짜릿할 만큼 폭발적이어서 짧은 출퇴근 시간만으로도 운전의 즐거움이 느껴져 아주 만족스럽다. 게다가 회생제동을 통해 주행 중에도 충전이 꽤 이뤄져 장거리 여행을 제외하고는 충전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웠다.
사실 지난 20년 동안 내연기관 자동차만 탔던 까닭에 전기차를 선택하면서 걱정도 좀 있었다. 전자기기 파워 온/오프하듯 전기차는 밟자마자 튀어 나간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적응하기 어려우면 어쩌나 우려가 컸다. 또 전기차의 회생제동도 골프 카트처럼 억지스럽단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걱정이 컸다. 하지만 기우였다. 걱정과 달리 이전에 몰았던 내연기관 차와 비교했을 때 주행감에 있어서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다른 전기차를 타보진 않았지만, Q4 e-트론은 적응을 걱정할 게 없다고 해도 될 만큼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2. 36세 여성 B씨 “디자인 보고 샀는데 대형SUV급 실내 대만족”
전기차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뒤 몇 대의 후보를 놓고 고민했다. Q4 e-트론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었다. 전기차 특유의 밋밋한 생김새가 아닌, 미래차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보자마자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예산을 넘어서는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잘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만족도는 점점 더 올라간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내 차를 보고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전기차가 이렇게 멋지게 생겼느냐는 반응이 첫 번째고, 그 전기차를 아우디에서 만들었다는 것에 역시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두 번째다.
이제 Q4 e-트론을 탄지 4개월 정도 됐는데 바깥에서 봤을 때 좋았던 부분보다 실내에서 직접 만져보고 조작하면서 느끼게 되는, 감성적인 부분도 참 마음에 든다. 운전대뿐만 아니라 실내에 골고루 쓰인 가죽과 부드러운 소재들, 또 처음에는 가운데가 휑해서 뭔가 허전할 줄 알았는데 핸드백 두기도 좋고 널찍한 센터터널까지. Q4 e-트론의 인테리어는 이 차를 운전할 소비자의 마음을 참 잘 헤아린 것 같다.
콤팩트 SUV지만 실내공간은 더 큰 SUV에 준하는 것도 놀랍다. 전에 타던 중형세단은 뒷자리에 카시트를 장착했을 때 아이가 발로 앞자리를 자꾸 차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이젠 대형 SUV밖에 답이 없나 생각했는데 웬걸. Q4 e-트론은 뒤에 아이가 앉아서 다리를 쭉 펴도 앞자리 등받이에 발이 닿지 않는다. 또 가운데 바닥이 평평해 가끔 친정엄마와 같이 이동할 때도 문제가 없다. 아이가 둘 있는 집이라고 해도 충분히 추천할만하다.
#3. 68세 여성 C씨 “운전 자신감 급증, 이 조용한 차를 안 살 이유 있나?”
아들이 사줬다. 전에 타던 차는 구매한 지 10년이 넘은 더 큰 SUV였는데 자주 긁어먹어 남편한테 잔소리 듣기 일쑤였다. Q4 e-트론은 차 크기는 작지 않은데 유턴할 때 훨씬 작게 돌아나간다. 아들한테 그 느낌이 이상해 물었더니 앞바퀴가 더 많이 꺾인단다(실제로 이 차보다 훨씬 작은 A1의 회전반경이 10.3m인데 Q4 e-트론은 10.2m에 그친다). 마치 지게차처럼 움직이는 SUV 덕에 운전자신감이 한껏 올라갔다. 한번은 친구들과 양평에 가 커피를 마실 일이 있었다. 커피숍이 맞은편이라 유턴을 하는데 두 차선 안에서 한 번에 차를 돌리자 조수석에 앉은 친구가 놀란 일도 있었다. 졸지에 베스트 드라이버가 돼서 우쭐했다.
또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것은 밤 운전이 편하다는 것. 이 차는 왜인지 모르겠는데 밤에 운전할 때 눈이 더 훤하다. 남편한테 아우디는 헤드라이트가 더 밝은 것 같다며 내가 가는 길을 더 밝게 밝혀주는 것 같다고 했더니 들은 체 만 체 한다. 아들에게 얘기했더니 제대로 보셨다고, 이 차에는 전구가 여러 개 달려서 운전대 돌리는 대로 조절해주고 맞은 편 차선 운전자 눈은 부시지 않게 배려까지 해준단다. 헤드램프의 디자인까지 내 취향껏 고를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까지 해달라고 하기엔 머쓱했다. 그래도 역시 아들밖에 없다.
남편이 타는 차는 디젤 세단이다. 이전에는 잘 몰랐는데 Q4 e-트론을 타다가 남편 차를 타면 이제 못 타겠더라. 그래도 명색이 고급 세단인데 영락없이 트럭처럼 느껴진다. 내 나이가 이제 70인데 무슨 전기차냐? 라고 아들에게 말했었는데 앞으로 내가 또 차를 바꿀 일이 있다면 무조건 전기차로 바꿀 거다.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조용해서다. 친환경은 물론이고.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