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동차를 살 것인가?'
자동차 선택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실용성이, 또 누군가에게는 스타일이 선택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어떤 이는 내구성을 가장 중요한 선택 요소로 볼 것이고, 누군가는 안전성, 혹은 안락함이나 경쾌한 핸들링 등을 선택의 핵심 요소로 삼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핵심 선택 기준과 다른 요소 간의 가치 균형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A라는 차는 스타일은 좋은데 실용성이 많이 떨어지거나 주행 성능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그 스타일만으로 차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B라는 차는 다양한 첨단 기술로 고객을 매료시켰지만 안락함이나 경제성이 그 운전자 선택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면 이 또한 선택을 망설이게 만든다. 더군다나 사려는 차가 일상용으로 매일 사용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와 그 밖의 가치들이 골고루 만족을 줄 수 있을 때 가장 좋은 선택으로 이어진다.
필자의 경우 독일에서 운전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운전이 재밌는 차, 주행 안전성이 높은 차를 우선순위에 놓고 보게 된다. 아우토반을 이용해 장거리에서 빠르게 내달려도 안정감과 편안함을 잃지 않고, 또 알프스산맥과 연결된 독일 남부의 굽이치는 산길과 언덕길을 안정감 있게 달리고, 운전자 요구를 즉각 담아내는 핸들링이 좋은 차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스타일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왕이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차를 가지고 기분 좋게 운전하고 싶다. 여기에 안전을 위한 주행 보조 시스템 및 편의 사양 선택지가 많다면 선택은 더 쉬워진다. 이런 취향 탓에 지금까지는 콤팩트한 해치백 모델을 소유했었고, 또 중형, 준대형급 왜건을 애용했다. 그런데 가족을 고려해 다음 차는 SUV로 가려고 한다.
덩치 큰 차에 부담을 느끼는 편이지만 SUV가 주는 여러 장점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SUV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많이 누그러졌다. 보행자 충돌 안전성도 많이 개선됐고, 탁 트인 시야는 SUV 매력도를 크게 끌어올린다. 실용성도 따질 수밖에 없는데 왜건을 애용하는 것은 짐을 자주, 많이 싣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SUV도 왜건처럼 공간 활용도가 좋고, 승차감 또한 나날이 발전해 이제는 장거리 여행용으로도 충분한 수준이 됐다.
아우디 Q8은 이런 생각의 변화 속에 떠올린 몇 안 되는 SUV 중 하나다. 무엇보다 이 차는 거의 모든 요소가 골고루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우선 스타일이 좋다. 독일 유력 자동차 매체 중 하나인 아우토빌트는 ‘Q7과 비교하면 공간이 적고 럭셔리를 원하면 A8이 있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이 쿠페형 SUV는 확실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차’라고 했다.
역시 유력 매체인 아우토차이퉁은 시승 후 ‘Q8은 시각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더 현대적이고 더 매력적인 패키지’라고 결론을 내렸다. 좋은 디자인의 자동차는 분명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쿠페형 SUV, 쿠페형 세단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Q8은 스타일에만 신경 쓴 차가 아니다. 공간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B필러를 지나며 급격하게 떨어지는 일반적인 쿠페형 모델들에 비해 Q8은 헤드룸 손실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지상고가 1.7m를 넘는데 이는 어지간한 쿠페 타입의 SUV들 보다 높고 일반형 대형 SUV와 비슷하다. 그러면서 쿠페의 맛과 멋을 잘 표현했다. 전폭 또한 거의 2m(1995mm)에 이르는데 이 역시 동급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넓은 편에 속한다.
5m 전장에 충분한 전고와 전폭 덕에 Q8은 공간이 넉넉하고 쾌적한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보통 쿠페형 SUV들이 기본형에 비해 판매량이 크게 떨어지데 Q8은 파생 모델로 보기엔 그 판매량이 메인 모델급에 속할 정도로 많다. 바로 이런 숨은 경쟁력이 소비자에게 어필을 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물론 공간에 대한 배려와 스타일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훨씬 더 다양한 부분에서 소비자 기대를 만족시킨다.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매체인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Q8과 메르세데스 GLE 디젤 모델을 비교 테스트한 적이 있다. 당시 비교에서 Q8은 총점 462점으로 429점을 받은 GLE를 넉넉한 점수 차로 따돌렸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Q8이 편안함 부분에서만 GLE에 조금 뒤졌을 뿐 좋은 제동 거리와 상대적으로 더 좋은 연비 효율성, 그리고 더 많은 안전 및 편의사양과 멀티미디어 기술로 분명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1위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또한 핸들링이 더 낫다는 평가도 이어갔다. 특히 커브 구간에서 명쾌한 기동 능력을 보인다고 평했다.
아우토차이퉁도 시승기에서 Q8의 조향 능력은 더 직접적이고 정확하다고 했다. 또한 휠의 접지력 또한 좋게 평가했는데 콰트로가 주는 이런 장점이 더해져 날카로운 코너 구간을 안정감 있고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역시 핸들링과 주행 안전성을 높이 본 것으로, 이런 평가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공통으로 나왔다.
해당 매체는 2021년 Q8의 고성능 버전인 RS Q8과 AMG GLE 63 S, 그리고 벤테이가 V8 모델을 비교 테스트한 적이 있다. 당시 RS Q8은 이 쟁쟁한 경쟁자들과의 평가에서도 총점 3169점을 받아 3126점을 받은 벤테이가와 3084점을 받은 AMG GLE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RS Q8은 주행 다이내믹 항목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고, 엔진 및 변속기 항목과 주행 안락함 항목에서 각각 2위를 차지했다.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Q8이 주요 평가 요소에서 골고루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항목 하나 뒤처지는 것 없이, 스타일, 주행 성능, 멀티미디어 능력, 실용성 등이 골고루 높게 평가되고 있고, 이런 Q8의 훌륭한 균형 감각은 이 차가 왜 높은 만족도를 주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스포츠카는 주행 성능이 가장 중요하다. 경차는 귀여운 스타일과 경제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반면 SUV에는 어느 한 가지 가치가 아닌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 실용적이면 좋겠고, 예뻤으면 좋겠고, 잘 달렸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되었으면 좋겠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여러 디지털 기술을 체험하는 즐거움도 찾게 된다. 그리고 Q8은 이런 요구를 모두 만족시킨다. 이 매력적인 SUV가 절대 외면 받을 수 없는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