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를 출시한다는 건 치열한 전장에 뛰어드는 셈이다. 너무 비장한가. 총탄이 오가지 않을 뿐 비장하기로는 자동차 시장도 만만치 않다. 자동차는 가격대가 높고, 한번 선택하면 오래 사용한다. 그만큼 수많은 생각이 오가고 고민이 뒤섞인다. 언제나 살 차는 많고 예산은 빡빡하니까. 그 안에서 최종 선택을 받는다? 전장의 영웅이 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아우디 Q2가 전장에 뛰어든다. 아우디에서 가장 작고 가격대가 가장 낮은 모델. 장르별 엔트리를 넘어 전체 라인업의 엔트리도 맡는다. 흔히 작다고 하면 약체로 평가한다. 쟁쟁한 영웅 사이에서 빛을 발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속단한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은 잘게 세분화된 전장이다. 수많은 용도와 취향이 뒤섞인다. 자동차 시장이라는 큰 전장 속에서 각기 경쟁 모델로 묶여 국소 전투를 벌인다. 플래그십과 엔트리가 서로 경쟁할 일은 없잖나. 엔트리 모델도 영웅 서사시를 써내려갈 수 있다. 자신이 활약할 합당한 장소와 무기만 있다면야.
아우디 Q2가 영웅이 될 모델일까? 미래를 단언하는 일은 의미 없다. 대신 점쟁이처럼 예측하기보다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는 있다. 아우디 Q2는 해볼 만하다. 앞서 말한 합당한 장소가 펼쳐져 있고, 싸워볼 만한 무기도 장착했다. 달리 말하면 아우디 Q2가 시장을 자극할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엔트리 모델은 엔트리 모델만의 영웅 서사시가 있다. 지금부터 아우디 Q2가 품은 다섯 가지 무기를 살펴본다. 각 무기의 화력이 폭발할 때 영웅담이 완성된다.
아우디 Q2의 첫 번째 무기는 위치다. 전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진다. 아우디 Q2는 거의 유일한 프리미엄 소형 SUV다. 소형 SUV는 많지만 앞에 프리미엄이 붙는 모델은 드물다. 그만큼 비교 대상이 적다는 뜻이다. 이 말은 희소성과도 연결된다. 격전지 사이의 틈에서 활동하며 돋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서 있는 위치가 좋다.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다. 소형 SUV를 타고 싶으면서 남다른 질감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선택지. 꼭 크기로 차를 판단하는 사람만 있진 않다. 무조건 큰 차보다 자기 필요에 맞는 크기에 안팎 질감을 높이려는 사람, 분명 있다. 이런 사람에게 프리미엄 소형 SUV라는 존재 자체가 눈길을 끈다. 서 있는 위치가, 활동하는 영역이 존재를 강조한다는 뜻이다. 아우디 Q2는 선명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위치가 하나의 전략이자 무기다.
두 번째 무기는 낮은 진입 장벽이다. 아무래도 프리미엄 브랜드는 진입 장벽이 높다. 크기에 앞서 가치까지 중시하니까. 그동안 쌓은 유산도 영향을 미친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공간의 크기만 따지면서 값을 매길 수 없다는 뜻이다. 아우디 Q2는 그 문턱을 낮춘다. 4천만원대에서 아우디가 쌓아온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낮기에 더 눈에 띈다.
물론 엔트리 모델이기에 아우디의 전부를 만끽할 순 없다. 실내 내장재도 기대만큼 고급스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아우디를 증명하는 결정적 요소를 즐기는 데 손색없다. 아우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주간주행등이라든가, 스티어링 휠의 촉감이라든가, 버튼을 누를 때의 질감이라든가. 최고급 소재까진 만끽할 순 없어도 아우디가 어떤 부분에 공들이는지 느낄 순 있다. 한마디로 기본은 한다. 다른 모델과는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기본. 충분히 다르다.
세 번째 무기는 디자인이다.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어쩌면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차별점이자 무기일 수 있다. 아우디는 디자인에 관해 주목받아왔고, 그 역사의 결은 아우디 Q2에도 담겨 있으니까. 더 중요한 지점이 있다. 아우디 Q2에는 소형 SUV라는 장르 성격을 디자인으로 반영했다. 기존 아우디 디자인 문법을 따르되 소형 SUV다운 활달함도 가미했다. 아우디 Q2가 Q3보다 Q8과 닮았다는 점은 재밌는 시도다. 작지만 다부지게.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신형은 부분 변경 모델이다. 기존 Q2에서 전면 인상을 다듬었다. 덕분에 더욱 소형 SUV만의 활달함이 더욱 부각된다. 싱글 프레임 그릴 상단에 장식 같은 형태를 더했다. 주간주행등을 두텁게 점선으로 표현해 인상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전 모델이 다부졌다면 이젠 더 액티브한 인상이랄까. 차체 하단을 검은색으로 처리해 오프로더 룩을 더한 점도 재밌는 시도다. 활달한 성격을 더욱 강조하는 표현법이다. 전보다 더 자유분방하게 디자인한 셈이다.
네 번째 무기는 경쾌한 몸놀림이다. 소형 SUV로서 경쾌함은 중요한 장점이다. 차체가 작아야만 줄 수 있는 운전 재미가 있다. 아우디 Q2는 차체에 비해 과하다고 할 수 있는 2.0 디젤엔진을 품었다. 민첩할 수밖에 없는 크기에 출력까지 풍성하다. 경쾌한 몸놀림을 즐길 필요충분조건을 달성했다. 일부러 그 경쾌함을 즐기려고 선택할 정도로.
게다가 아우디 Q2에는 경쾌함을 증폭할 기술도 더했다.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 시스템이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정도에 따라 조향 각도가 증가한다. 스티어링 휠을 적게 돌려도 더 돌린 효과가 있다. 그만큼 힘은 덜 들이면서 민첩성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마트 주차장의 나선형 통로를 오르내릴 때 한층 경쾌한 몸놀림을 체감할 수 있다. 소형 SUV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증폭하는 기술이다. 작은 크기, 풍성한 출력과 맞물려 경쾌함을 더한다.
다섯 번째 무기는 흐뭇한 연비다. 리터당 16.7km. 고속도로에선 리터당 18.5km를 달린다. 경험으로 비춰봐 실제 연비는 더욱 흐뭇할 거다. 이전 모델이 리터당 15.1km를 달렸으니 효율도 한층 높인 셈이다. 아우디 Q2에 적용한 2.0 TDI 엔진의 성숙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개선한 엔진으로 진동과 질소산화물을 줄이더니 이번에는 효율까지 신경 썼다. 담금질을 통해 이룬 성숙도다. 장거리 탈 일이 많은 사람이라면 든든해질 수밖에 없다. 소형 SUV에게 효율은 미덕이다. 아우디 Q2는 마지막 무기로 효율이라는 미덕을 제시한다.
각 무기는 각각 혹은 서로 연결돼 아우디 Q2의 매력을 형성한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디자인, 경쾌한 몸놀림과 연비는 서로 증폭하는 효과가 있잖나. 지금까지 거론한 다섯 가지 무기가 꽤 강렬하게 다가온다면? 당신에게 아우디 Q2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증거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