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내놓은 네 번째 ‘스피어(sphere)’ 컨셉트 모델 액티브스피어가 공개되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우디 네 개의 링과 네 개의 스피어 컨셉트 모델이 갖는 연관성은 없을까?’ 마치 네 개의 회사가 하나로 힘을 모아 기술을 통한 진보의 역사를 이룩했듯이 네 개의 컨셉트 모델들의 인사이트를 모아 미래로의 방향성을 제시해 또 한 번의 기술을 통한 진보를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은 아닐까.
아우디 스피어 컨셉트 시리즈는 아우디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리미엄 모빌리티 세계다. 즉, 어떻게 하면 소중한 아우디 고객들이 곧 다가올 미래에 차원이 다른 새로운 경험을 최고의 안락함과 안전 안에서 만끽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라는 뜻이다. 핵심을 이루는 요소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를 바탕으로 한 프라이버시와 공존의 조화다. 그리고 그 목적을 상황에 따라 최고로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완성된 공간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네 대의 서로 다른 스피어 컨셉트카가 필요했던 이유는 상황에 따라 어떤 아이디어와 하이테크가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인가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이전 작품인 스카이스피어(skysphere)는 미래의 리무진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안락함을, 그랜드스피어(grandsphere)는 휠베이스의 조절과 자율 주행의 조화를 통해 역동적인 스포츠 모드와 고속 장거리 주행을 위한 그랜드 투어링 모드를 제공했다. 어반스피어(Urbansphere)는 공간의 극대화와 동시에 공간의 개별화를 추구하는 럭셔리 어반 모빌리티를 구체화한 컨셉트 모델이다.
그렇다면 최근 공개된 액티브스피어가 등장한 이유, 그리고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모델을 어디서 디자인했는가에서 유추할 수 있다. 액티브스피어 컨셉트는 태평양 해안의 유명한 휴양지인 말리부에 자리 잡은 아우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디자인되었다. 액티브스피어의 목적은 바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이다.
사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가 자동차에 들어온 지는 꽤 오래다. 20세기 라이프스타일 자동차가 왜건의 시대였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초는 크로스오버 SUV들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왜건이나 크로스오버 SUV가 우리의 삶을,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상상하고 구입했고 구입한다.
하지만 우리 솔직해지자. 우리들의 SUV는 거의 항상 도시를 달린다. 포장도로를 떠난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SUV는 심리적 만족감을 위한 플라세보(placebo, 위약)라고 할 정도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기만 한다. ‘곧 가야지, 곧 해야지’가 ‘언젠가는 하겠지’로 바뀌더니 결국은 ‘그래, 생각 만으로도 행복했어’라고 스스로 위로 삼기 십상이다.
물론 우리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기 위한 액티비티들 자체가 즐거움에 비해 너무 고생스럽지는 않기 때문인가, 하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슴 설레며 차근차근 장비를 사 모으며 치밀하게 계획했던 캠핑의 로망과 열정이, 반복되는 캠프 구축과 철수 그리고 마무리의 번거로움에 서서히 식어가고 먼지 쌓인 장비들만 남았던 기억처럼 말이다.
애호가들에게는 의미 없는 질문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고생 하나 하나가 쾌감의 원천이며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말하고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액티비티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 되는, 번거롭고 까다로운 준비 과정은 나를 위하여 누군가가 모두 수고해 주는 그런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 말이다.
바로 그 ‘누군가’가 될 수 있는 자동차에 대한 아이디어가 바로 아우디 액티브스피어 컨셉트이다. 액티브스피어는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는 물론 21세기 사회생활의 핵심인 SNS 소셜 라이프까지 편리하게 지원하는 지능형 멀티 툴이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액티브스피어 컨셉트와 함께 하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그린 7분짜리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 하나만으로도 액티브스피어 컨셉트가 얼마나 다재다능하고 스마트한, 게다가 친절하기까지 한 집사이자 멀티플레이어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장면은 교외의 저택에서 커플에게 스마트 태블릿으로 전달되는 액티브스피어 컨셉트의 아침 인사다. 인사에는 오늘의 날씨와 첫 스케줄, 그리고 자신이 모실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충전 상태 안내가 담겨져 있다. 액티브스피어는 차고에서 스스로 나와 주인을 기다리고 주인은 선글라스를 낀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한 선글라스가 아니라 증강현실 헤드셋이다. 주행 모드 등 스마트 태블릿보다 좀 더 자세한 정보다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헤드셋을 착용한 주인의 손끝 까딱 제스처만으로 액티브스피어는 주인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고 도어를 스스로 열어 환대한다.
액티브스피어는 골프백을 실을 수 있도록 스포트백 스타일의 차량 뒷부분을 열어준다. 유리로 만들어진 윗부분은 지붕 위로 슬라이드 되고 클랩쉘 스타일의 아랫쪽 도어는 골프백을 싣기 쉽게 낮게 펼쳐진다. 주인이 차에 오르자 자율 주행 모드의 액티브스피어는 증강현실 헤드셋을 통하여 첫 번째 여정에 대한 브리핑을 드리면서 부드럽게 출발한다.
두 번째 장면은 도심에서 시작한다. 이 남성은 오늘 MTB 라이딩을 계획한다. 하지만 그가 할 일은 한 가지뿐이다. 액티브스피어가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하여 아우디의 전기 MTB의 렌탈을 예약하는 것뿐이다. MTB를 어떻게 실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아우디 전기 MTB를 자동으로 인식한 액티브스피어가 자신의 뒷부분을 픽업, 즉 액티브 백으로 변신시키고 어떻게 MTB를 실으면 되는지 증강현실 헤드셋을 통하여 알려준다. 똑똑하고 친절하다.
함께 라이딩을 즐길 동승자가 MTB를 싣느라 땀을 흘렸다. 증강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그도 증강현실 인터페이스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다. 그리고 주인, 동승자, 그리고 액티브스피어는 함께 목적지에서 최적의 라이딩 루트를 탐색한다. 그리고 공유한다. 역시 증강현실 헤드셋을 통하여 간단히 이루어진다.
첫 커플과 두 번째 라이딩 버디들은 각각 골프장 체크인과 티 오프 타임의 확정을 위하여, 그리고 MTB를 즐기기로 한 산까지의 드라이빙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위하여 액티브스피어의 ‘액티브 디지털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는다.
MTB 라이딩 버디들은 오프로드에 접어들었다. 이제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즐길 시간이다. 도어 패널의 다이얼을 자율 주행 A 모드에서 수동 주행 D 모드로 돌린다. 액티브스피어가 변신한다. 대시보드가 아래에서 올라오고 스티어링 휠과 페달들이 나타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액티브스피어가 비포장 노면을 인식하자 스스로 ‘오프로드 모드’를 발동시킨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가 프로텍터를 돌출시키며 차 전체의 최저 지상고는 오프로드에 이미 충분한 높이인 208mm에서 40mm 더 높아진다. 그리고 증강현실 헤드셋에는 새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최적의 주파 루트가 안내되고 바퀴의 움직임이 실제처럼 증강 현실로 나타난다. 바퀴 위에는 타이어 공기압과 접지 상태가 계속적으로 모니터링되어 표시된다.
그리고 액티브스피어의 차체 디자인에는 오프로드에 특화된 참신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그것은 아우디의 대표적 디자인 요소인 싱글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을 투명 유리창으로 만든 것이다. 오프로드에서 가장 불안한 것이 발밑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카메라를 통한 영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정보도 많겠지만 직접 눈으로 차 앞의 바닥을 볼 수 있다는 것처럼 생생한 체험이 주는 안정감은 대체 불가일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액티비티는 땀을 흘려야 한다는 아날로그 감성을 액티브스피어는 몸에 담고 있는 것이다.
첫 커플이 골프를 즐길 때도, 둘째 라이딩 버디가 MTB 라이딩 중에도 선글라스 모양의 아우디 증강현실 헤드셋을 벗지 않는다. 함께 예약하고 루트를 정했으므로 액티브스피어는 이미 골프 코스와 라이딩 루트를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헤드셋을 통하여 액티브스피어는 골프 플레이를 도와주는 캐디가 되기도 하고, MTB 루트를 안내하는 마스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라이더들이 무리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주행 속도와 신체 상태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들이 자신의 액티비티를 즐기는 동안 액티브스피어는 이미 다음 스케쥴을 준비한다. 골프 컨트리 클럽의 액티브스피어는 스스로 충전을 마치고 티 오프 타임에 맞추어 주인 커플을 모시러 주차장을 나선다. 그리고 다음 액티비티인 스키를 위하여 리조트도 예약한다. 두 번째 라이딩 버디들이 MTB 라이딩을 즐기는 동안 두 번째 액티브스피어는 스스로 산길을 달려 MTB 루트의 종착지에서 두 버디들을 기다린다.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MTB를 타고 올라가는 수고가 사라지는 고마운 순간이다. 이처럼 액티브스피어의 덕택으로 물 흐르듯 다음 액티비티로의 연결된다. 하루에도 여러 가지 액티비티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실 헤드셋은 액션캠이기도 하다. MTB 라이딩이나 스키를 타면서 찍은 동영상들을 나중에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소셜 네트워크의 세상이 아닌가. 액티브스피어로 돌아온 뒤에 마음에 드는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고 증강현실 헤드셋을 통하여 좋아요,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액티브스피어는 커넥티드 허브 역할도 맡기 때문이다.
아, 한 가지가 남았다. 아우디 액티브스피어와의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은 모두 아우디 프로그레스 서클의 멤버들이기도 하다. 버디들이 커플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그리고 약속은 곧바로 만들어지고 다음 여정 역시 액티브스피어의 도움으로 간단하게 세워진다. 사실, 아까 스키 동영상에 좋아요를 남겼던 이들은 바로 라이딩 버디였던 것.
이 네 사람이 근사한 저녁 식사를 즐기는 동안 아우디 액티브스피어 컨셉트는 여전히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근사한 주인들만큼이나 자연에서 만큼이나 도시의 야경에도 잘 어울리는 근사한 아우디 액티브스피어 컨셉트의 모습으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그리고 화면에 표시되는 한 줄의 글,
‘Future is attitude’.
아우디 액티브스피어 컨셉트의 기본 구성은 형제 스피어 모델들과 유사하다. 800V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PPE 차세대 순수전기차 플랫폼과 레벨 4 완전 자율 주행 기술이다. 여기에 두 가지 참신한 요소가 액티브스피어를 통하여 추가되는데 그 첫 번째는 아우디 디멘젼(Audi dimensions)이다.
영상에서 선글라스 모양의 증강현실 헤드셋으로 대표되는 아우디 디멘젼은 실제 세상과 디지털 세상이 융합되어 만들어지는 새로운 세상, 그리고 이것의 활용 방법을 새롭게 제시한다. 증강현실 헤드셋은 그 자체로 액티브스피어의 프로파일과 연결되어 차량의 개인화와 직결되며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도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차 밖에서 액티비티를 즐기는 동안에도 여전히 증강 현실의 혜택을 만끽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공간의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액티브스피어의 두 번째 참신한 요소는 가변형 리어 아키텍쳐다. 아우디는 스포츠 왜건의 대명사다. 왜건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자동차의 형상이다. 그리고 아우디는 올로드콰트로를 통하여 왜건의 사용자 경험을 좀 더 액티브한 영역까지 확장시킨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액티브스피어의 가변형 리어 아키텍쳐는 외형에 제약 받지 않는 구성을 통하여 다양한 액티비티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최적의 형태로의 공간 변신과 적절한 수납 방법을 능동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정말 변신 로봇이 떠오를 지경이다. 그리고 가변형 리어 아키텍쳐가 뛰어난 점은 이렇게 다재다능한 라이프스타일 자동차가 도심의 풍경에도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말 근사하게, 그리고 쾌적하게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게 해 주는 동반자, 바로 아우디 액티브스피어 컨셉트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생각이 떠오른다. 네 개의 링. 원을 뜻하는 링은 끝이 없는 완벽의 도형의 2차원적 표현이다. 이것을 3차원으로 확대한 것이 스피어(sphere), 즉 구(球)인 것이다. 어쩌면 아우디의 스피어 컨셉트 시리즈는 아우디의 헤리티지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탐구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