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자동차 휠 디자인을 필두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지난 1만여 년 동안 발전한 속도보다 20세기 중반부터 말까지 반세기 동안 발전한 속도가 10배는 빠르다고 한다. 2000년부터 2010년 동안 발전 속도는 이전 반세기보다 수십 배는 더 빠르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발전 그래프를 보면 이전 10년보다 더 가파르게 올라간다. 2020년 이후는 거의 수직에 가깝게 치솟는다.
과학기술 발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인공지능이다. 1956년 개념이 정립된 이후 더디게 발전하다가 2010년 딥 러닝이 등장하면서 인공지능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 대결을 벌인 일을 기억하는가? 이세돌이 선전했지만 결국 알파고가 승리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 역시 과학기술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단축되고 있다. 번역, 게임, 진료 등 인간과 대결을 벌이는 각종 대회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을 앞서간다. 인공지능 학습 모델의 연산처리 능력이 해마다 10배 이상 커지고 있어서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개의 인공지능이 전체 인류의 지능을 넘어서는 날도 온다고 하는데 과학자들은 대략 2050년경으로 예상한다. 물론 더 빨라질 가능성도 크다.
인공지능은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퍼져 있다. 포털에서 사용하는 번역기, 음성인식 비서,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능 등 곳곳에 인공지능이 사용된다. 인간의 판단력이 불완전하다고 여기는 직업군에는 인공지능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하면 기술적이라는 인식이 앞서는데, 이제는 기술과 무관해 보이는 분야까지 인공지능이 파고든다. 최근에는 예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화제를 끌고 있다. 인공지능에 그림을 그리라고 시키면 알아서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에 기반해 스스로 판단하고 멋진 그림을 그린다. 그림 수준이 높아서 그림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자동차 업체들도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율주행 기술, 음성 인식 제어, 최적 경로 파악, 생산 과정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한다. 아우디는 기술적인 영역을 넘어 디자인 분야에도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아우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펠간(FelGAN)이라고 부른다. Felge는 휠의 살을 가리키는 rim을 뜻하는 독일어고, GAN은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로 두 개의 알고리즘이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펠간은 아우디 IT와 디자인 부서가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휠 디자인에 활용한다.
펠간에는 두 가지 알고리즘이 있다. ‘생성기’는 특별한 영감을 주는 휠 림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생성기와 경쟁하는 ‘판별기’는 생성기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실제 휠 이미지가 함께 있는 구성을 본다. 판별기는 각 이미지가 생성자가 만든 것인지 실제 휠 이미지인지 판단한다. 훈련이 완벽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두 알고리즘은 실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학습해가고, 지속해서 개선이 이뤄진다. 충분한 작업을 거친 후 생성기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보면, 사람의 눈으로는 실제 이미지와 구분하기 힘들다.
펠간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신속하게 수많은 사실적인 디자인을 제안하거나, 이전 디자인을 결합한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준다. 디자이너는 인공지능이 제안한 디자인을 보며 새로운 관점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창작 과정에서 익숙한 것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인간의 약점을 보완하는데 펠간이 유용하게 쓰인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아이디어의 중심축 역할을 해서, 디자이너는 휠을 디자인하면서 새로운 시도 또는 변형 과정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 모양, 색상, 표면 구조를 비롯한 매개 변수를 실시간으로 대입해 테스트하기도 한다.
디자이너는 자기가 디자인한 이미지를 프로그램에 입력해 가상 실험 표면에 추가할 수도 있다. 펠간이 창작한 이미지에서 개별 요소만 뽑아내 전체 디자인을 조화롭게 다듬는 과정을 거쳐도 된다. 이때는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전문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 첨단 밀링 머신을 이용하면 가상 디자인을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프로토타입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디자인을 완성한다.
휠 디자인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시도만큼 중요한 것은 아우디 내 IT와 디자인 부서의 협업이다. 아우디는 데이터 기반 기업이 되려는 목표를 세워 추진하는 중이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디자인 부서 외에도 다른 부서와 협업하면 얼마든지 인공지능 적용 범위는 넓어진다. 펠간은 활용 여부에 따라 인공지능 설계 플랫폼으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데이터 기반 기업이 되는 디딤돌 역할을 펠간이 해내는 셈이다.
우스갯소리로 아우디를 조명 회사라고 말한다. 헤드램프에 들어가는 기술 수준이 대단히 높고 활용법이 다채로워서 나온 말이다. 조만간 아우디를 인공지능 데이터 회사라고 부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동차에 전자제품이라는 별명이 붙은 지는 오래되었다. 그만큼 자동차의 성격은 다채롭게 변해가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만 만들어서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시대다. 아우디의 인공지능 데이터 기업화 전략은 시대 변화에 맞춰 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이라는 큰 트렌드를 따라 흘러간다. 한쪽에서는 인공지능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 자동차도 조만간 나올 것이다. 아우디는 굵직한 자동차 트렌드를 창조해내는 브랜드로 정평이 나 있다. 인공지능 디자인으로 자동차 디자인에 아우디가 혁신을 일으킬지 지켜 볼 일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