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미래를 이끄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e-트론’. 처음에는 PHEV를 포함한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파생 모델을 뜻하는 말이었다. 브랜드 이름이 모델의 이름이기도 했던 아우디 e-트론 출시와 함께 순수 전기차 서브 브랜드로서 첫 발을 내딛은 브랜드 e-트론이 어느덧 첫 번째 사이클을 완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시점에서 아우디가 e-트론 브랜드를 론칭하고 본격적인 미래차로의 전개를 완성하기 위하여 어떤 이정표들을 세웠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여기 e-트론 브랜드와 여정을 함께한 다양한 컨셉트카와 양산형 모델들을 소개한다.
e-트론 컨셉트카 (2009)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출품되었던 컨셉트카. e-트론이라는 이름을 최초로 공개한 아우디 e-트론 컨셉트카는 당시까지는 작고 약한 도심형 친환경차에 국한되었던 전기차의 영역을 고성능 프리미엄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하여 R8과 거의 같은 디자인과 함께, 당시로서는 상당히 강력한 동력 성능을 적용했다. 그리고 그 결과 한정판인 R8 e-트론으로 생산되는 결실을 맺는다. 2015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하여 공개된 R8 e-트론은 462마력, 919Nm의 고출력, 최고 속도 249km/h의 고성능과 항속거리 450km를 기록하는 등 현재의 기준으로도 우수한 전기차의 성능을 실현했다. 100대 미만이 한정판으로 시중에서 달렸다.
A3 스포트백 e-트론 (2013)
2013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공개되고 이듬해에 양산돼 우리나라에도 출시되었던 A3 스포트백 기반의 PHEV 모델. 150마력 1.4리터 TFSI 엔진과 75kW 전기 모터를 탑재하여 합산 최고 출력 204마력을 발휘했다. 전기 모터만으로도 유럽 기준 50km, 국내 기준 25km를 주행할 수 있고 전기 모터만으로 시속 13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도심의 전기 주행과 교외의 엔진 주행으로 환경 부담을 분산시키고 전동화에 의한 차량 가격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는 PHEV의 현실적인 전동화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TFSI – 전기 모터 – DSG 듀얼클러치 변속기라는 고효율 – 고성능이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솔루션을 실현시킨 업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또한 A3 스포트백의 다이내믹한 이미지에 걸맞는 동력 성능까지 구비하면서도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컴팩트 해치백에 고성능 PHEV 구현하였다는 데에 커다란 의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당시 출연 중이었던 방송 프로그램에 올해의 가장 의미 있는 모델로 추천했을 정도로 인상 깊었던 모델이다.
e-트론 (2018)
다시 한 번 ‘e-트론’을 모델명으로 사용한 모델. 그러나 이 모델은 아우디 최초의 본격적인 순수 전기차이자 e-트론을 전기차 전용 서브 브랜드로 론칭한 모델로 아우디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독일 베를린과 미국 파이크스 피크의 행사를 통하여 e-트론의 기술적 하이라이트와 그 치밀한 설계 목적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모델이기도 했다. 이 모델은 내연기관 모델들과 공유하는 모듈형 MLB 에보 플랫폼을 바탕으로 했지만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위하여 여러 가지 신기술을 투입한 개척자적 모델이다. 대표적인 것이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 일상 주행 중의 제동 상황의 90% 이상에 회생 제동만으로 대응할 수 있다. 동시에 이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제동시의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능동적으로 회생 제동과 물리 제동의 적용을 조절한다.
또한 카메라 방식의 디지털 리어 뷰 미러를 적용하고 전자 제어 에어 서스펜션 등 새로운 기술을 탑재하고 고급 장비를 기본 적용했다. 미래의 프리미엄 리무진이 갖추어야 할 승차감과 상황 대응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e-트론이 전동화에만 집중하지 않고 전체 패키지의 완성도에 공을 들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우디 e-트론 모델은 차체 형상에 따라 e-트론과 e-트론 스포트백으로, 성능에 따라 e-트론과 e-트론 S로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e-트론 GT / RS e-트론 GT
2018년에 컨셉트 모델을, 그리고 2021년에 양산 모델을 선보인 아우디의 두 번째 전기차인 아우디 RS e-트론 GT와 e-트론 GT는 아우디가 말하는 고성능차의 철학을 그대로 전기차로 가져왔다. 궁극의 고성능을 추구하는 아우디에 RS 모델이 있으면서 동시에 S 모델이 존재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RS가 극강의 고성능을 추구한다면 S는 고성능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전혀 피로하지 않은 먼 거리의 여행을 염두에 둔 생활 속의 고성능, 즉 진정한 GT를 추구한다.
이 모델은 포르쉐 타이칸과 동일한 J1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각 브랜드의 캐릭터에 걸맞은 서로 다른 튜닝으로 구분된다. 이런 측면에서 RS 모델과 일반 모델로 구분되는 e-트론 GT는 보다 또렷하게 구분되는 지향점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Q4 e-트론 / Q4 스포트백 e-트론
2019년 컨셉트 모델, 2021년에 양산 모델로 아우디가 선보인 컴팩트 크로스오버 순수 전기차다. 세계적으로 가장 폭넓은 시장을 갖는 컴팩트 크로스오버 시장에도 프리미엄 순수 전기차의 바람은 거세게 밀려오고 있으며 그에 대한 아우디의 대답이 바로 Q4 e-트론 라인업이다.
이 모델은 기술적으로는 폭스바겐 그룹의 대표적 전기차 플랫폼인 MEB 플래폼을 바탕으로 한다. Q4 e-트론은 아우디만의 다이내믹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컨셉들을 대폭 적용하여 프리미엄 세그먼트에 걸맞는 디자인과 테크놀로지를 갖추었다. 얼마 전 국내에도 공식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Q8 e-트론
사실 Q8 e-트론은 완전 신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신모델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이 모델은 최초의 e-트론 브랜드 모델이자 아우디 최초의 양산형 순수 전기차인 e-트론이 기술적 진화로 새로워진 모델이며, 또한 Q8이라는 이름과 함께 브랜드 라인업 안에서 정확한 포지션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최초의 양산 전기차라는 초기 임무에 더하여 이제는 아우디의 슬로건에 어울리는 ‘진화’를 거쳤으며 견고한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을 이끄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내년 봄부터 판매될 Q8 e-트론은 새로운 아우디 디자인 DNA 이외에도 기술적인 진화를 대폭 수용했다. 그 핵심은 기존의 12 코일에서 14 코일로 자력을 강화한 고효율 전기 모터, 그리고 89kWh부터 시작하는 대폭 확대된 배터리 용량이다. 또한 공기 저항의 개선을 통하여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
Q8 e-트론의 출시와 함께 아우디 e-트론 서브 브랜드의 순수 전기차 전략이 일단락된 느낌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 끝이 아니다. 조만간 새로운 프리미엄 전용 순수 전기차 플랫폼인 PPE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세대의 아우디 e-트론 모델들이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Q8 e-트론의 예에서 보듯이 아우디는 진화하는 브랜드다. 따라서 각각의 모델들은 단절 없이 꾸준하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어쩌면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아우디에게서는 의미가 별로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우디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전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e-트론 라인업의 막중한 임무이기도 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