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4링을 모르고서는 자동차를 논할 수 없다
반지는 일상적이면서 소중한 물건이다. 당장 손가락을 펴 보라. 반지 하나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매일 끼고 다니는 반지에는 인생의 중요한 관계를 상징하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가치를 담다 보니 반지에는 유독 화려하고 비싼 것이 많다. 해외 유명 스타가 약혼할 때 100억 원이 넘는 반지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세계에서 비싼 반지 순위를 보면 1위에 오른 반지의 가격은 1,000억 원에 이른다. 가장 화려한 반지는 기네스북 기록에 오른 다이아몬드 반지일 것이다. 조그만 다이아몬드 2만 4,679개를 이용해 장미꽃처럼 만든 반지다. 인도의 SWA 다이아몬드 회사에서 만든 이 반지의 무게는 340g이고, 가격은 9만 5000달러 정도(대략 1억 3,000만 원)다.
‘링(ring)’은 반지 또는 고리, 아니면 둘러싼 것을 뜻한다. 손에 끼는 반지 외에도 주변에서 고리 모양 물건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떤 링은 전 세계에 걸쳐 유명하다. 아마 링 하면 손에 낀 반지보다 영화를 먼저 떠올린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은 ‘링’을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킨 영화다. J.R.R. 톨킨의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반지의 제왕>은 3부작으로 나와 흥행에 성공하고, 내용과 완성도에서 판타지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핵심 소재는 반지다. 절대 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여정이 줄거리를 이룬다.
링은 건물에서도 볼 수 있다. 건물 하면 사각형 또는 각진 박스 형태를 떠올리는데, 특이하게도 링처럼 생긴 건물이 있다. 미국 애플사의 사옥인 애플 파크는 링처럼 생겼다. 멀리서 보면 마치 UFO가 바닥에 내려앉은 듯한 모양새다.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는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계획하고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이 설계했다. 링 안쪽이 공원인 점이 특이하다. 올해 초 문을 연 두바이 미래 박물관은 지면에 누운 형태인 애플 파크와 달리 링 모양으로 서 있는 구조다. 비대칭 타원형 링 모양이고 외벽에는 아랍어 글씨가 가득하다.
링 하면 올림픽 오륜(Olympic Rings)을 빼놓을 수 없다. 주기적으로 미디어에 노출되기 때문에 아마 전 세계인에게 가장 익숙한 링일 것이다. 오륜은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이 창안했고, 1914년 국제올림픽위원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처음 선보였다. 다섯 개 링이 무엇인지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보편적으로 단합과 평화를 나타낸다고 본다.
자동차 분야에도 유명한 링이 있다. 독일 중서부 라인란트-팔츠주 뉘르부르크에 있는 뉘르부르크링은 험하기로 소문난 서킷이다. 북쪽과 남쪽 서킷을 합쳐서 길이가 25km 정도 되는 꽤 긴 서킷이고, 특히 20.8km인 북쪽 노르트슐라이페는 ‘녹색 지옥’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 높다(숲속 도로가 이어지는 지형적 특성을 딴 별명이다). 뉘르부르크링을 줄여서 ‘더 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뉘르부르크링의 역사는 꽤 길다. 1927년 개장했으니 거의 100년이 다 되간다. 처음에는 아이펠산을 지나는 도로였고 레이스도 종종 열렸다. 길이 험난해서 레이스 중에 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아예 도로를 정비해서 서킷으로 만들었다. 정비를 했어도 워낙 험해서, 관계자들은 10분 안에 주파하기는 힘들다고 예측했다. 1936년 아우디의 전신인 아우토우니온 타입 C가 예측을 뒤엎고 9분 56초 3을 기록하며 마의 10분 벽을 깨뜨렸다.
뉘르부르크링은 코너가 많고 고저차가 심한데다가 구간도 길어서 극한 테스트를 하기에 제격이다. 레이스 외에도 자동차 제조사들이 신차를 개발하는 장소로 애용한다. 뉘르부르크링 한 바퀴만 돌아도 몇천 킬로미터 달린 효과를 내기 때문에 성능과 내구성을 테스트하기에 제격이다. 많은 업체가 테스트하다 보니 뉘르부르크링 주파 기록이 기술력의 척도가 된다. 아우디 신형 RS 3은 지난 2021년 여름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7분 40초 748을 기록해 소형차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자동차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링은 아우디 ‘네 개의 링’(이하 4링)이다. 아우디 브랜드 엠블럼은 링 네 개가 가로로 겹쳐 있는 형태다. 아우디 자동차를 보면 차체와 실내 곳곳에 붙여 놓은 4링이 눈에 들어온다. 4링의 생성 과정은 아우디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아우디 창업자인 아우구스트 호르히 박사는 1899년 자신의 이름을 따서 호르히라는 자동차 회사를 세웠다. 호르히 박사는 자기가 추구하는 바와 회사의 운영 방식이 맞지 않아 호르히에서 나와 1909년 두 번째 회사를 차렸다. 새로 설립한 회사는 자기 이름의 라틴어 단어를 따서 아우디라고 붙였다.
1932년 경제 대공황의 여파로 유럽 자동차 시장이 어려워지자 독일의 아우디, 호르히, 데카베, 반더러 네 개 회사는 위기를 극복하고자 합병을 단행한다. 네 개 자동차 회사가 모였다는 뜻으로 이름은 ‘아우토우니온(Auto Union)’이라고 짓고, 링을 연결한 엠블럼으로 하나가 되었다는 뜻을 나타냈다. 초창기에는 각 회사 엠블럼을 쓰고 경주차에만 4링을 붙였다가 이후 양산차에도 확대했다. 4링이 처음 선보였을 때는 링 안에 각 회사 엠블럼이 들어있는 구성이었고, 이후 엠블럼이 빠지고 ‘AUTO UNION’ 글씨가 들어갔다가 나중에는 링만 남는 형태로 발전해갔다.
4링은 그 안에 담긴 전통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주목받는다. 먼저 독창성이다. 자동차 브랜드 엠블럼 중에 4링과 비슷한 것은 없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동물, 글자, 날개 등 엠블럼이 유사성을 띠는 사례가 흔한데 아우디 엠블럼은 독창성이 두드러진다. 그다음으로 아우디 엠블럼은 자동차의 본질과 브랜드 특색을 잘 표현한다. 네 개의 링은 자동차 바퀴 네 개와 대응한다. 자동차의 본질적인 구조가 엠블럼에 드러난다. 특히 아우디는 네바퀴굴림 콰트로로 유명하다. 네 바퀴를 전부 굴리는 콰트로와 네 바퀴로 구성된 엠블럼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시대에 맞게 발전해온 아우디 4링은 전동화 시대를 맞아 또 다른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아우디 Q8 e-트론에는 이차원 엠블럼이 등장했다. 디지털화를 상징하는 이차원 엠블럼은 차체 외에 어느 장소에 쓰이든 똑같아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여러 발전 단계를 거치면서도 네 개의 링으로 구성된 엠블럼의 형태는 변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링 중의 하나라는 사실 또한 그대로 이어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