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8 e-트론은 전기차 라인업의 본격적인 확장을 알린다
아우디 전기차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전기차 시대로 급변하는 요즘에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다. 아우디 기업 전략 ‘Vorsprung(진보) 2030’에는 2026년부터는 글로벌 신차는 전기 구동 시스템만 얹고 나온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2021년부터 2033년까지 내연기관 제품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2026년이면 4년 후, 2033년도 10여 년 후다. 그리 먼 미래가 아니어서, 아우디가 어떻게 전동화를 준비해 나갈지 더 궁금해진다.
이번에 선보인 Q8 e-트론은 아우디 전동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Q8 e-트론은 내연기관 Q8의 엔진을 들어내고 전기모터를 채운 전기차 버전이 아니다. 독자적인 전기차 모델이다.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은데, e-트론의 부분 변경 모델이 Q8 e-트론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아우디 최초로 선보인 순수 전기차 모델인 e-트론은 SUV이면서도 앞에 A나 Q 같은 차체 분류를 나타내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 원칙대로라면 e-트론은 SUV이므로 이름에 Q를 달고 나와야 한다. ‘e-트론’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은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 e-트론의 시작을 알리는 모델이라는 상징성과도 연관 있다. 독자적인 모델로서 e-트론 라인업을 이끄는 성격을 드러낸다. 2019년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이후 e-트론은 15만 대 넘게 팔렸다. 아우디 전기차 첫 모델로서 e-트론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18년 e-트론이 나온 후 4년이 지난 지금,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의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차종은 e-트론 4종(스포트백과 S 포함), e-트론 GT, RS e-트론 GT, Q4 e-트론 2종(스포트백 포함) 등 모두 8종이다. 아우디에 따르면 현재 8종인 전기차를 2026년까지 20여 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모델이 늘어나면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따른다. e-트론은 차급과 성능에 맞게 Q8 이름을 얻어 아우디 SUV/크로스오버 라인업인 Q 계열의 최고 모델로 자리 잡았다. e-트론 라인업의 첫 모델로서 아우디 전기차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본연의 자리로 돌아왔다고 할 수 있다.
Q8 e-트론은 전기차 라인업의 일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내연기관 라인업과 비교해 전기차 라인업은 아직 모델이 한정적이어서 특별한 차로 취급받는다. 전동화가 아직 한창 진행 중이어서 내연기관처럼 일상화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Vorsprung(진보) 2030’이 진행되면 2026년까지 전기차 모델이 20여 종 이상으로 늘고, 이후에 신차는 전기차만 나오고, 2030년까지 내연기관 모델은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이 공존하다가 전기차 라인업이 일상화되는 과정이 이어지게 된다. 내연기관 A와 Q에 해당하는 전기차가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미 Q4 e-트론이 나왔고, A6 e-트론은 콘셉트카로 선보인 후 양산 준비에 한창이다. 그리고 이번에 e-트론이 Q8 e-트론으로 바뀌었다.
Q8 e-트론은 전기차 Q 라인업의 최고 모델답게 많은 부분에 개선이 이뤄졌다. 먼저 주목할 부분은 용량이 키우고 관리 시스템을 조정한 배터리와 늘어난 주행거리다. Q8 50 e-트론에는 89kWh, Q8 55 e-트론과 SQ8 e-트론에는 106kWh 배터리가 들어간다. 주행거리는 WLTP 기준 50 모델은 SUV와 스포트백이 각각 491km와 505km, 55 모델은 582km와 600km, S 모델은 494km와 513km다.
Q8 e-트론은 뒷차축 전기모터를 12코일에서 14코일로 변경했다. 같은 전력을 공급할 때 더 강한 자력을 낼 수 있어서 토크는 더 커진다. 같은 토크를 낼 때는 에너지가 적게 들어서 효율성 향상에 유리하다. 유럽 기준으로 발표된 50, 55, S의 출력은 각각 250kW, 300kW, 370kW이고 토크는 67.7kg・m, 67.7kg・m, 99.2kg・m다. 최고속도는 50과 55 모델이 200km/h, S가 210km/h까지 올라간다.
디자인에도 변화를 줘서 싱글 프레임 그릴을 다른 e-트론 디자인에 맞춰 바꿨다. 그릴 위에는 가늘고 긴 조명을 달아 헤드램프 주간주행등과 한 줄로 연결되는 듯한 효과를 낸다. 앞뒤 범퍼 형상에도 변화를 주는 등 세부적인 부분도 다듬었다. B필러에는 아우디 최초로 ‘Audi Q8 e-tron quattro’라는 레터링을 새겼다.
디자인 요소에 변화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성능과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공기역학도 개선했다. 공기저항계수가 SUV는 0.28에서 0.27, 스포트백은 0.26에서 0.24로 줄어들었다.
그릴에 달린 4링 로고의 변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링 네 개는 그대로지만 2차원 평면으로 바뀌었다. 검은색 바탕에 회색 또는 하얀색 링으로 표시한다. 2차원 로고는 2016년부터 시작한 디지털화의 결과물로 2019년 처음 선보였다. 고급스러운 면모를 강조하는 동시에 차를 비롯해 매거진, 스마트폰, 광고 등 어느 곳에서든 똑같이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e-트론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하지만 벌써 4년이 흘렀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은 더욱 빠르게 변했고, 변해가는 중이다. 아우디 브랜드 안에서도 전동화라는 큰 틀을 유지한 채, 새로운 모델이 나오고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고 변화를 추구한다. e-트론은 부분 변경에 맞춰 Q8 e-트론으로 바뀌었다. e-트론 라인업의 세분화와 일상화라는 변화를 새로운 이름이 보여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