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말로 F1을 모터스포츠의 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화려하고 예쁘기만 한 건 아니다. 기술력의 최정점에서 펼쳐지는 레이스인 만큼 엄청난 투자는 물론이고 웬만한 뚝심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그만큼 F1은 출전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다가오는 2026년부터 아우디가 F1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한다. 다카르 랠리 데뷔에 이어 아우디가 F1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아우디가 나아가려는 브랜드의 방향성, 즉 지속할 수 있는 성장과 효율적인 비용 활용을 혹독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먼저 F1 경기 규정이 바뀌었다. 2026년부터 F1 머신에 들어가는 파워 유닛은 다운사이징 없이 지금의 1.6L V6 터보 하이브리드 방식을 유지한다. 하지만 전체 출력에서 모터,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50%까지 높아진다.
이를 위해 지금보다 세배 더 강력한 MGU-K(Motor generator unit kinetic, 에너지회생 시스템)가 탑재된다. 또 과도한 연구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싸고 구조가 복잡한 MGU-H(Motor generator unit hybrid, E-터보)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아우디에게 필요한 전동화 기술개발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다.
새로운 MGU-K는 350kW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 덕에 지금처럼 1000마력 이상의 강력한 성능을 내면서도 훨씬 더 적은 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과거를 살펴보면 V8 자연흡기 엔진을 쓰던 2013년엔 한 번의 레이스에서 160kg의 연료를 소모했다. 하이브리드 파워유닛을 사용하던 2020년엔 연료 소모량이 100kg으로 줄었다. 그리고 이제 다가올 2026년엔 이보다 30kg 더 줄이는 것이 목표다.
뿐만 아니라 연료도 완전히 새롭게 바뀐다. 현재 F1에서 쓰이는 ‘E10'은 90%의 화석 연료와 10%의 에탄올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2026년부터는 가솔린이 전혀 섞이지 않은 100%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다.
아우디는 이번 F1 진출을 발표하며 현재 투자하고 있는 모터스포츠에 우선순위를 매겼다. 우선 지난해 복귀를 선언했던 LMDh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하지만 고객 참여 레이싱과 다카르 랠리를 위한 RS Q e-트론 프로젝트는 지속해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다카르 랠리는 내년 종합 우승을 목표로 할 만큼 온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선택과 집중은 F1 프로젝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당장 컨스트럭터가 되기보다는 파워유닛을 만들어 공급하는 엔진 서플라이어로 참가한다. 쟁쟁한 엔진이 가득한 상황인 만큼 새로운 규정이 도입되는 해에 혼신을 담은 엔진으로 겨뤄보겠다는 전략이다. 아직 파워유닛을 공급할 팀이 결정되진 않았으며, 최종 발표는 올해 12월에 이뤄진다.
아우디의 파워유닛은 독일 잉골슈타트 본사 근처, 노이부르크에 위치한 아우디 스포츠의 '컴피턴스 센터 모터스포츠'에서 만들어진다. 노이부르크에는 이미 F1 엔진 테스트와 전기 엔진, 배터리 테스트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추가로 필요한 인력, 건물, 기술 인프라를 마련 중이며, 연말까지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독일에서 F1 파워트레인이 만들어지는 것은 10여년 만이다.
아우디의 F1 진출이 갖는 또 한 가지 의미는 아우디 스포트 GmbH가 새로운 장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율리우스 시바흐를 수장으로 한 아우디 스포트는 RS모델의 판매를 두 배로 끌어올려 놓았다. 그리고 다카르 랠리 머신인 RS Q e-트론을 전무후무할 만큼 빠르게 개발했으며 3월 아부다비 데저트 챌린지에서 첫 종합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그의 후임은 롤프 미쉘로 RS 마케팅 총괄, Abt스포츠라인 차량 커스터마이징 총괄을 비롯해 아우디에서 굵직한 요직을 거쳤다.
올해 초 다카르 랠리 최초의 전기 경주차 RS Q e-트론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아우디가 2026년 F1 월드 챔피언십에서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