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머물고 싶은 실내를 완성하는 Q4 e-트론의 특별한 기능을 소개한다"
사람은 독방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극한 실험 소재로 종종 나오는 주제다. 물론 조건은 까다롭다. 불을 아예 켜지 않은 어둠 속에서 버텨야 한다든가, 인터넷이나 TV나 책 같은 시간 보낼 거리를 전혀 주지 않는 등 어려운 조건을 내건다. 그저 끼니때 음식만 넣어주고 끝이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명상이나 맨몸 운동뿐이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보통 하루 이틀도 못 가서 환청에 시달리거나 뇌 기능이 저하되는 등 이상을 겪으며 포기한다. 간혹 한두 주 정도 버티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 따르는 고통이 만만치 않고 실험이 끝난 후 후유증도 상당하다고 한다.
자동차 실내도 한정된 공간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 곳이다. 독방 실험과 다르다면 밖이 보이고 즐길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밖으로 나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정된 공간에 오래 있다 보면 금세 지루해진다. 차를 사면 적어도 몇 년은 타기에, 같은 장소에서 버텨야 하는 독방 실험과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처음 샀을 때 느낀 신선한 감흥을 유지하기 위해 제조사는 덜 질리는 디자인을 구현하거나, 다양한 외부 콘텐츠를 끌어다 상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도 한다. 아예 기능을 업그레이드해서 주기적으로 새 차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방법도 동원한다.
새 차를 사려고 하는데 전에 타던 차와 실내가 별반 다르지 않다면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예상할 수 있는 뻔한 구성도 마찬가지다. 구매자에게 신선한 감흥을 전달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는 실내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한다. 브랜드 안에서도 디자인 정체성에 맞춰 분위기를 통일하더라도 디테일한 부분을 차별화해서 새로운 감성을 끌어낸다.
Q4 e-트론 실내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공간이다. 차체 길이는 4.59m인데, 4.49m인 Q3와 4.68m인 Q5 사이에 대략 10cm 정도 차이를 두며 적절하게 자리 잡는다. 라인업 순서에 맞춘 크기로 보이지만 남다른 특징이 있다. 휠베이스는 2764mm로 중형급과 비슷하고, 전체 실내 길이는 1.83m로 대형급 수준이다. 모듈식 전기 구동 플랫폼(MEB)을 사용하고, 내연기관보다 구동계 부품이 적은 전기차의 특성을 살려 실내 공간을 최대로 뽑아냈다. 2열 바닥에는 솟아오른 센터터널이 없어서 공간이 더 여유롭다. 뒷좌석은 머리 공간을 확보하면서 시트 포지션을 앞좌석보다 7cm 높였다. 다리를 더 편안하게 놓을 수 있고 무릎 공간도 여유롭고 시야 또한 넓어진다.
탑승객을 위한 공간과 함께 넉넉한 수납공간도 갖췄다. 글러브 박스를 포함한 수납공간 용량은 모두 24.8L에 이른다. 주목한 부분은 병 홀더다. 최대 1L 크기 병을 넣을 수 있는 홀더를 도어 네 개에 모두 마련했다. 손끝이 닿는 위치에 배치해서 사용하기도 편하다. 제한된 도어트림 공간에 이런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긴밀하게 협조해서 해결했다고 한다.
수납공간과 더불어 짐 공간도 넉넉하다. 기본 트렁크 공간은 520L이고, 4:2:4로 분할 폴딩 되는 뒷시트 덕분에 상황에 맞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뒷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공간은 1490L로 커진다. 윗급 SUV 수준으로 넓은 공간이다. 이 밖에도 트렁크 바닥에도 공간을 마련해 활용도를 높였다.
디스플레이 대형화와 다변화는 요즘 자동차 시장의 주요 트렌드다. 아우디 다른 모델과 마찬가지로 Q4 e-트론 역시 디스플레이를 여러 개 갖췄다. 옵션인 버추얼 콕핏은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컨트롤이 통합돼있고 두 화면을 전환할 수 있다. 한 단계 위인 버추얼 콕핏 플러스는 클래식, 스포트, e-트론 레이아웃을 제공한다. MMI 터치 디스플레이 크기는 최대 11.6인치까지 가능하고, 1764×824픽셀로 구성된 선명한 화면이 특징이다. 아우디 차종 중에서는 가장 큰 디스플레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디스플레이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Q4 e-트론에는 옵션으로 증강현실(AR) HUD가 들어간다. 정보 표시는 두 가지로 나뉜다. 내비게이션 화살표나 출발 지점 또는 목적지는 외부 해당 위치에 동적으로 표시된다. 대략 운전자로부터 10m 정도 떨어진 곳에 70인치 모니터가 정보를 표시하는 듯한 효과를 낸다. 속도나 표지판 등 정보는 3m 앞에 표시된다. AR 크리에이터가 초당 60프레임 속도로 디스플레이 기호를 렌더링하고 투영하는 광학 시스템에 맞게 조절한다.
스티어링 휠은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을 보여준다. 스포크 상단에는 검은색 터치패널을 배치했다. 백라이트로 버튼을 나타내고 햅틱 피드백 기능을 넣어 촉감으로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터치와 스와이프 등 스마트폰과 작동법이 유사해서 사용하기도 편하다.
브랜드 안에서는 디자인 정체성을 통일하고 기술을 공유하므로, 신모델이 나와도 급격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Q4 e-트론 역시 일반적인 아우디의 특성을 반영한 전기차처럼 보이지만, 브랜드 안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담긴 의의는 남다르다. Q3와 Q5 사이에 비어 있던 자리를 메우고, 아우디 콤팩트 급 전기차 영역을 개척한다. 아우디 첫 전기차인 e-트론과 스포츠카인 e-트론 GT보다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아우디 전기차 영역을 넓히는 임무를 맡는다. 아우디 전기차의 또 다른 전환점을 이루는 중요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모델이므로 여러 부문에서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특히 실내 디자인, 공간, 기술 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전기차 시대, 사람들은 자동차 실내에서 새로운 경험하기를 원한다. 이전과 비슷하거나 금세 질릴 환경으로는 새로운 경험을 향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힘들다. Q4 e-트론은 새롭고 특별한 기능을 제공해 오래 머물고 싶은 실내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