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유일무이(唯一無二)] 성형수술이 필요 없는 아우디 헤드라이트의 진가
인상을 좌우하는 첫 번째 요소는 뭘까? 아무래도 눈이다. 눈매에 따라 확연히 달라 보인다. 성형수술의 기본이 쌍꺼풀 수술 아닌가. 눈을 크게 만들기 위해 앞트임도 강행한다. 눈 아래 지방도 제거한다. 눈매에 그만큼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눈매가 또렷하면 인물이 산다. 자동차에서 눈은 두말할 필요 없이 헤드라이트다. 날카롭거나 동그랗거나 네모나거나 각각 인상을 드러낸다. 자동차 인상에 헤드라이트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여기를 파고 저기를 날렵하게 하며 각 브랜드가 고심한다. 물론 모두 성공적이진 않지만.눈매에 관해 치열한 고민을 담는 브랜드는 아우디다. 눈, 즉 헤드라이트는 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인상은 곧 디자인의 방향성을 드러내니까. ‘디자인의 아우디’라는 역사를 쌓은 아우디에겐 당연한 관심사였다. 단순히 헤드라이트 디자인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눈매를 또렷하게 하는 시도로 자동차 디자인의 변화를 이끌었다.
시작은 2004년이었다. 아우디의 기함 A8 W12 모델에 LED 주간주행등(DRL, Daytime Running Lights)을 심었다. LED 광원을 다섯 개 배치해 헤드라이트에 빛의 꽃을 피웠다. DRL은 안전을 위한 기술적 장치다. 낮에도 빛을 밝혀 타 차량에게 존재를 알리는 역할이다. 기능은 그렇지만 기능만 중요하지 않았다. 낮이고 밤이고 켜 있는 빛이라는, 전에 없던 디자인 요소가 생겨난 거다. 즉 눈매가 다채롭게 변화할 계기가 됐다는 뜻이다. 아우디의 첫발이 지각변동을 예고한 셈이다.점은 선이 되고, 선은 다양한 그래픽으로 발전했다. 눈매를 강조하는 화장술이 전성기를 맞이했달까. 그 과정에서 아우디는 첫발만 내딛지 않았다. 아우디는 점 다섯 개로 새 시대를 알리고, 2년 후 다시 S6에 선으로 LED DRL을 그려냈다. 아우디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눈매는 더욱 또렷해졌다. 점점 화려해졌다. 그러면서 아우디라는 정체성 또한 LED DRL의 또렷함만큼 분명해졌다. 우리가 아우디 헤드라이트에서 느끼는 감흥은 그렇게 분명해져갔다. 지금이야 너나 할 거 없이 LED DRL이 들어가는 시대다. 각 브랜드마다 특징을 담아 눈매를 그려낸다. 이제 없는 게 더 어색하다. 그 과정에서 아우디는 언제나 앞서 갔고, 매번 트렌드를 선도했다. 흘러간 과거 얘기가 아니다. 지금도 언제나 한 발 앞서 나간다.
자동차 LED DRL의 발전사는 곧 아우디 LED DRL의 발전사다. 그러니까 가장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화장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보인다. 그냥 선이던 LED DRL을 다시 점선이나 도형 같은 그래픽으로 확장한 브랜드도 아우디다. 점에서 선으로, 다시 선을 다채롭게 활용한 면으로 확장해 아우디만의 눈매를 완성했다. 모델별로 그래픽에 차이를 둬 차종별 느낌을 강조한 점도 특별하다. 보통 하나를 정하면 모든 모델에 공통적으로 적용한다. 그게 효율적이니까. 하지만 아우디는 모델별로, 장르별로 맞춤으로 LED DRL을 그려냈다.화살촉 형태로 장식한 A6와 빗금으로 면을 활용해 강조한 A7는 각기 눈매가 달라 모델별 개성이 도드라진다. Q5는 또 어떤가. 선을 면처럼 활용해 독특한 그래픽을 구현했다. 이런 세세한 차이는 모델별로 형태와 크기 외에 고유한 인장처럼 시선을 끈다. 헤드라이트 위아래에 선을 그리거나 가로세로로 선을 쌓는 등 변화 폭이 다채롭다. 이런 차이가 깔끔한 차체 디자인 속에서 모델별 개성을 살린다. 매번 신차가 나올 때마다 눈매부터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LED 라이트를 물감 삼아 어떤 새로운 작품을 그려낼까 기대하는 마음이랄까.
LED DRL로 눈매에 신경 쓴 아우디 모델도 그렇다. 어떤 LED DRL은 차분하고, 또 어떤 LED DRL은 매섭다. 진중하게 보일 때도, 한껏 멋을 부린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눈으로 말한다는 말이 있잖나. 아우디 LED DRL은 차가 풍기는 이미지를 첫 번째로 드러낸다. 이건 다 LED DRL을 섬세하게 세공한 덕분이다. 단지 선을 긋고 꺾는 식의 장식 요소로만 쓰지 않았다. 상징을 넘어 상상하게 한다.
눈매가 부각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아우디가 지향해온 디자인 방향성과도 맞닿는다. 아우디는 간결함이 차체 전반에 흐른다. 물론 그 사이 역동성을 강조하며 선을 더 강렬하게 긋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선과 면이 어지럽지 않다. 간결함을 기조로 부분적으로 강조하는 식으로 변화해왔다. 매끈한 물성을 그대로 전한다. 차체 디자인이 시선을 흩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연스레 LED DRL은 더욱 도드라진다. 깔끔한 도화지일수록 선이 또렷하게 보이잖나. 게다가 빛까지 발하는 선이라면 주목할 수밖에 없다. 아우디 디자인의 큰 그림 속에서 LED DRL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런 상호작용이 눈매를 더욱 강조한다.
아우디의 눈매는 앞으로도 매력적일 거라 확신한다. 최근 공개한 신형과 콘셉트 모델에서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은 까닭이다. 콤팩트 전기 SUV Q4 e-트론에선, 무려 눈매를 고를 수 있다. 몇 가지 설정된 LED DRL 그래픽 중에 원하는 걸 선택하도록 했다. 바뀌는 눈매라니.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칙한 시도다. 다양한 인상을 표현하는 자동차라면 로봇에 기대하는 어떤 상상력을 자극한다.
A6 e-트론 콘셉트의 눈매는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LED DRL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래픽이 움직이며 다양한 효과를 연출한다. 차례로 점등하는 방식으로 방향지시등의 신세계를 선보인 ‘다이내믹 턴 시그널’의 기술을 LED DRL로 확장한 결과다. 이쯤 되면 눈매가 캐릭터성을 넘어 감정까지 표현한다고 해야 하나. 로봇의 눈 같은 효과라는 표현이 비유가 아닌 실제가 됐다. 역시 아우디의 새로운 발걸음.눈매에 공들이는 아우디의 솜씨는 어디가 한계일까. 오직 자동차의 눈매 하나만으로도 소유욕을 자극한다. 아우디라면 그럴 수 있다.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