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런 차가 가능해? 상상을 현실로 만든 아우디 콘셉트카
"아우디의 미래를 제시하는 콘셉트카가 자동차 세계를 바꾼다"변화는 한 조각 작은 생각에서 시작한다. 생각이 이론이 되고, 이론이 학문이 되고, 학문이 사회에 적용되면서 현실의 큰 변화로 이어진다. 자동차 시장의 변화도 작은 개념에서 시작한다. 개념이 구체화 되어 기술이나 디자인으로 구현되고, 구현된 기술과 개념이 콘셉트카 형태로 나타난다. 콘셉트카의 일부 또는 전체는 양산차로 이어져서 현실에서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된다.콘셉트카는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일으키는 시초가 되는 모델이다. 개념을 확립하는 역할을 하면서 앞으로 시장에 나올 양산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부는 실제로 양산차가 되고 어떤 차는 개념 전파 역할에만 그치기도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자동차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임무를 다한다.아우디는 지금까지 수많은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브랜드 비전을 제시하거나 양산 모델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각각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중에서도 어떤 콘셉트카는 아우디 브랜드는 물론 자동차 시장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역사에 남을 아우디 콘셉트카 10대를 뽑았다.
콰트로 스파이더 콘셉트(1991)
199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선보인 스포츠카 콘셉트. 아우디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꿔 놓은 콰트로에 이어 더 고급스러운 시장과 순수 미드십 스포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었다. 경량 알루미늄 보디,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 탈착식 글라스 루프 패널 등 당시에는 획기적인 요소를 고루 갖췄다. 엔진은 아우디 100(C4)에 들어가는 172마력 2.8L V6를 얹었다. 스포츠카 타이틀에 비해 엔진은 평범해 보이지만, 1100kg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로 역동성을 극대화했다.
아부스 콘셉트(1991)
콰트로 스파이더 콘셉트가 선보인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도쿄 모터쇼에 아부스 콘셉트가 등장했다. 순수 스포츠카를 향한 아우디의 열망이 당시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부스는 1930년대 속도기록차인 아우토우니온 타입-C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전통을 이어받고 당시에서는 새로운 개념인 캡포워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6.0L W12 엔진을 얹어 슈퍼카급 성능을 냈고, 알루미늄 차체는 ASF(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의 토대가 되었다. 아부스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A8과 R8 등 아우디 여러 모델에 영향을 미치는 등 진정한 콘셉트카의 모습을 보여줬다.
파이크스 피크 콘셉트(2003)
21세기 초반 자동차 디자인의 일대 사건이라면 아우디 싱글 프레임 그릴을 들 수 있다. 그릴과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를 한데 합친 싱글 프레임 그릴은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드를 바꿔 놓았다. 2003년 싱글 프레임 그릴을 달고 나온 콘셉트카 3종이 차례로 선보였는데 그중 첫 번째가 파이크스 피크 콘셉트다(나머지는 르망 콰트로와 누볼라리 콰트로). 파이크스 피크 콘셉트는 SUV가 없던 아우디 브랜드의 첫 번째 SUV 등장을 알리는 예고편이기도 하다. 2년 후 파이크스 피크는 양산차 Q7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e-tron 콘셉트(2009)
아우디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e-tron’의 시작은 2009년 선보인 e-tron 콘셉트다. e-tron 콘셉트는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아우디 전기차의 시작을 알렸다. 순수 전기차인 e-tron 콘셉트는 313마력과 제로백 4.8초 성능으로 전기 스포츠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기모터 4개로 콰트로 시스템을 구성하는 등 기술 혁신을 이루면서 전기차에도 아우디의 특성을 살렸다.
콰트로 콘셉트(2010)
1980년 선보인 콰트로가 30년 만에 현대적인 콘셉트카로 재탄생했다. 2010년 파리 모터쇼에 선보인 콰트로 콘셉트는 오리지널 콰트로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나왔다. 오리지널 콰트로를 빼닮은 차체 형태는 아우디 브랜드의 유구한 역사와 명차의 전통을 보여준다. RS 5를 기반해서 만들었고 408마력 5기통 터보 엔진을 얹었다. 사륜구동과 6단 수동 변속기를 적용했고, 무게는 오리지널 모델과 비슷한 1300kg 수준에 맞췄다. 제로백 3.9초 성능과 가벼운 무게로 오리지널 모델의 역동성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나누크 콰트로 콘셉트(2013)
아우디는 틈새 모델 개발에 적극적이다. 기본 형태에서 벗어나 개성을 강조한 변형 모델 만드는 데 특기가 있다. 201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출품한 나누크는 초고성능 디젤 크로스오버 콘셉트다. 최대토크 100kg・m가 넘는 V10 TDI를 차체 중앙에 배치하고, 차고를 70mm까지 높이는 에어서스펜션을 갖춰서 온로드와 오프로드 어디에서든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오프로드도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막강한 미드십 스포츠카라는 독특한 콘셉트가 이색적이다.
프롤로그 콘셉트(2014)
프롤로그 콘셉트는 아우디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대형 모델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길이가 5.1m인 프롤로그 콘셉트는 크기로는 A8 급이다. 현재 A8은 세단만 나온다. 대형 세단의 파생 모델은 시장에서도 흔치 않아서 희소성이 높다. 프롤로그는 문이 두 개인 쿠페 모델로 아우디 대형 쿠페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쿠페형 변형 모델에 홀수 번호를 붙이는 관례에 따라 A9가 되리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듬해 제네바 모터쇼에 프롤로그 아반트 콘셉트도 나오는 등 아우디 대형 모델 확장 가능성은 커졌지만 실제로 양산되지는 않았다.
e-tron 비전 그란 투리스모 콘셉트(2018)
이 차는 콘셉트카 중에서도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그란 투리스모>에 나오는 가상의 자동차를 실제로 제작했다. 게임 속에서 구현한 멋진 모습을 현실에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진짜 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e-tron 비전 그란 투리스모는 2018년 포뮬러 E에서 레이싱 택시로 나와 직접 서킷을 누볐다. 전기모터 3개의 출력을 합하면 815마력이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2.5초다. 모터스포츠 전동화의 현실을 반영하고, 가상 세계와 현실의 구분을 없애고, 아우디의 새로운 디자인 요소를 보여주는 등 콘셉트카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냈다.
AI:ME 콘셉트(2019)
미래 자동차 세상은 전기차, 자율주행, 공유 서비스가 대세가 되리라 예상한다. 그때가 되면 자동차가 어떻게 변할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아우디 AI:ME 콘셉트는 미래 자동차의 방향을 제시한다. AI:ME는 대도시에서 출퇴근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시티 커뮤터를 목적으로 한다. C-세그먼트 크로스오버 형태인 AI:ME는 넓은 공간과 높은 시원한 개방감이 특징이다.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이고, 자율주행모드에서는 스티어링휠이 수납되고 테이블이 나타난다. 소유보다는 빌려 타는 공유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
스카이스피어 콘셉트(2021)
자동차 모델은 주기적으로 크게 변화하는 때가 찾아온다. 아우디 ‘-스피어‘ 시리즈 콘셉트카는 아우디의 커다란 변혁을 예고한다. 첫 번째 모델은 2021년 페블비치에 선보인 스카이스피어 콘셉트다. 2도어 로드스터 형태로 나온 스카이스피어는 미래 럭셔리 세그먼트의 비전을 제시한다. 휠베이스 길이를 조절하는 독특한 기술을 도입해 짧을 때는 직접 운전하는 스포츠 모드, 길 때는 자율주행으로 즐기는 그랜드 투어링으로 바뀐다. 스카이스피어 외에도 그랜드스피어, 어반스피어가 아우디의 미래를 분야별로 세분해서 보여준다.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