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6로 풀어보는 세단 이야기
가장 흔하고 익숙한 세단,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불멸의 차종이다
세단은 과연 죽었을까? 최근 몇 년 동안 세단의 인기 하락 뉴스를 접한 사람이라면 지금 세단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할 법하다. 자동차 대표 차종인 세단이 당장 사라질 리는 없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는 최근 10여 년 사이에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세단 몰락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SUV의 세력 확장 때문이다. 세단보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차로 인식되던 SUV가 모든 차종의 장점을 흡수한 팔방미인으로 거듭나면서 세단의 자리를 위협한다. SUV 한 대면 여러 차종을 구매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세단을 사려던 발길이 SUV로 돌아선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우리나라 시장을 보면 세단은 여전히 인기를 끈다. 해외 시장에서는 세단 비중이 줄고 아예 세단을 라인업에서 빼버리는 자동차 회사도 나온다. 우리나라에도 SUV 확장이 세단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세단은 여전히 건재하게 영역을 지켜나간다. 잠시 주춤거리는 해도 세단 시장이 무너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세단은 세단만의 매력이 있어서, 오랜 세월 자동차 시장의 기본 모델 자리를 지켰고 지금도 여전히 대표 모델로 통한다. 자, 그럼 세단은 어떤 차인가? 아우디 대표 세단 A6를 예로 들어 세단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보자.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세단에 그동안 알지 못하던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단’은 입에 익어서 자연스럽게 쓰이지만 어디서 나온 말인지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세단은 프랑스 스당(sedan) 지역에서 중세 귀족이 타고 다니던 의자식 가마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sede(앉는 의자)라는 단어가 천막 씌운 의자 가마를 거쳐 자동차로 넘어가면서 sedan으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세단이 해당 차종을 대표하는 단어지만, 나라에 따라 설룬, 리무진, 베를린 등 다른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세단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문짝 네 개가 세단의 기본 조건이라고 알려졌지만, 2도어 세단도 있다. 쿠페 느낌 나는 패스트백이나 리프트백 형태이면서 세단에 속하는 차도 있고, B필러 없이 컨버터블에 단단한 지붕을 씌운 듯해 보이는 하드톱도 세단 영역에 들어간다. 해치백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트렁크가 살짝 튀어나와 세단으로 분류되는 차도 있는 등 나누다 보면 세단의 범위는 점점 넓어진다. 세단의 범위를 넓게 잡으면 3박스 비슷하게 생긴 차는 대부분 세단으로 넣을 수 있다. 모양이 어떻든 간에 시트가 2열 구조이고 4, 5명이 편하게 앉아 갈 수 있는 공간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잠깐, 3박스란? 세단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3박스다. 자동차 형태를 구분할 때 ‘박스’라는 표현을 쓰는데, 박스 몇 개를 이어붙인 모양인지 따진다. 세단은 3박스다. 보닛(엔진룸)+캐빈+트렁크 세 부분으로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트렁크가 튀어나오지 않은 해치백이나 SUV는 2박스다. 대체로 오래된 차일수록 박스 형태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A6의 전신인 아우디 100 모델만 봐도 C필러가 서 있고 트렁크가 길게 튀어나와서 박스 형태가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뒤를 쿠페처럼 디자인하는 세단이 많이 나와서 캐빈과 트렁크가 만나는 뒤쪽의 박스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굳이 말을 만들자면 2.5박스랄까?
세단은 여러 가지 세분된 모양으로 나뉘지만 기본은 A6처럼 도어 네 개 달린 5인승 자동차다. 앞뒤 각각 도어가 있어서 내리고 타기에 편하다. 간혹 뒷좌석에 둘이 편하게 앉으라고 가운데 자리를 없앤 세단이 있다(없앴다기보다는 사람이 앉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세단이라고 해서 무조건 5인승은 아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야 부분은 도어 수다. 트렁크는 도어로 칠까? 해치백을 3도어 또는 5도어라고 부르는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양옆 문 말고 트렁크 쪽 해치 도어까지 포함한 숫자다(도어로 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쉽게 말해서 유리가 달리고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열리면 도어로 친다(물론 사람이 타고 내리는 출입구는 아니다). 세단의 트렁크는 유리도 달려 있지 않고 출입할 정도도 아니어서 도어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세단을 지칭할 때는 보통 ‘4도어 세단’이라고 부른다.
쿠페형 세단은 틈새 모델이었는데, 이제는 일반 세단이 대부분 쿠페형 세단처럼 나온다. C필러를 완만하게 눕히고 트렁크 끝단까지 이어 붙여서 세단인데도 패스트백 쿠페처럼 보인다. A7이 이런 차의 대표 모델이다. A6도 뒷부분을 보면 쿠페 라인 감성이 살아있지만, 본격 쿠페형 세단인 A7과는 구분이 된다. 세단을 아예 쿠페형으로 만들어 버리는 요즘 추세에서 조금 벗어나, 아우디는 세분화해서 두 차종을 제공하면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
앞서 네모난 박스라는 말을 써서 3박스라고 표현했지만, 세단의 형태는 다른 형태 차보다 유선형이어서 상대적으로 공기 저항을 적게 받는다. 앞뒤가 낮고 가운데가 높은 구조라서 공기가 잘 타고 넘는다. 키가 큰 SUV는 2박스 구조이고 근본이 진짜 박스형이라서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 공기 저항을 적게 받으면 연비나 소음 감소 등에서 유리하다. 각진 형태이던 A6는 4세대에서 5세대로 넘어가면서 부드러운 디자인으로 바뀐다. 5세대 모델은 공기저항계수 0.28이라는 당시에는 획기적인 수치를 실현했다.
세단은 라인업의 중심을 이루는 모델이다. 판매뿐만 아니라 개발 면에서도 그렇다. 세단을 기반으로 해서 파생 모델을 만든다. A6 세단은 왜건도 나온다. 모델명 숫자는 다르지만 따지고 보면 A7이 A6의 쿠페형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급 아래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A4와 A5를 같은 영역으로 묶어서 보면 A4 세단이 A4 아반트와 A5 쿠페/스포트백/컨버터블로 분화된다.
전기차 시대에는 세단도 많이 달라질까? 자율주행 전기차가 대중화되면 직사각형 박스처럼 생긴 팟(pod) 자동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한다. 팟은 아직 먼 얘기이고 당분간은 전기차도 현재 자동차 형태를 따라간다. 당연히 시장의 중심인 세단도 전기차 시대의 주류 자리를 차지한다. A6 e-트론은 전기차 시대 세단의 방향을 보여준다. A6 e-트론은 현재 A6와 비교해 스포츠 쿠페 분위기가 강하다. 쿠페형 패스트백 모델인 A7보다도 더 쿠페답다.
세단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갖춘 익숙한 모델이라 점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다. 수십 년 동안 자동차의 기본 형태로 인식되어서 부담 없이 편하게 선택한다. 사람이 타는 공간과 짐 공간을 갖추면서 자동차의 기본 특성인 역동성을 시각적으로 잘 살린 점도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카나 쿠페는 역동성을 잘 살렸지만 실용성이 부족하고, SUV나 해치백은 공간 활용도는 좋지만 역동적인 감성이 떨어진다. 세단의 낮은 차체와 공기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매끈하고 길쭉한 차체는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한 느낌을 준다.
간혹 세단 아닌 차종이 치고 올라오긴 해도,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상위권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아우디 역시 다양한 차종을 보유하고 있지만 A6가 가장 많이 팔린다. 지난해 A6는 국내에서 1만2,400여 대 팔려 아우디 브랜드 판매량의 거의 5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세단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치다. 전동화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내연기관의 종말이 다가온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엔진은 사라질지 몰라도 세단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자동차의 기본에 충실한 형태이고 익숙한 차종인 세단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끝까지 자동차 역사를 지킬 차종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