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선택한 올해의 아우디 원픽 ②]
오감만족 왜건의 대명사 아우디 RS 6 아반트
어떤 차를 타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새 차를 살 때마다 차종이 바뀌는 편인데 요즘은 왜건을 탄다. 한국에 있을 때 왜건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탈 만한 모델도 없었고, 지루해 보이는, 짐짝 같은 차를 탄다는 게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에 있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고정관념이 엎어졌다고 표현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거 같다.
유럽에서 왜건은 아주 흔한 자동차다. 노치백 타입의 세단이 낯설 정도로 도로 위에 가득하다. 유럽인들은 왜 이 차를 좋아(?)하는 걸까? 왜건은 트렁크 공간 활용도가 높은 세단이다. SUV에 비해 승차감이 좋고 주행이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SUV만큼 짐을 많이 싣고, SUV보다 무게 나가는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배달 문화가 거의 없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유럽도 배달에 익숙하다. 그래서 왜건 효용성이 과거보다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유럽인이 무겁거나 덩치 큰 짐을 실으려고 왜건을 이용한다. 뒷좌석 폴딩 시엔 자전거 두 대도 거뜬하고, 웬만한 작은 가구도 이삿짐 차에 맡길 필요 없다.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직접 짐을 실어 나르는 것이 여전히 제1의 선택지다.
또한 왜건은 실용성을 따지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가족용 자동차를 원하는 이들에게도 인기다. 길게는 2주 넘게 유럽 곳곳으로 아이들과 휴가를 떠나는 이들에게 짐 많이 싣고 운전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왜건은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이동장에 넣고 다닐 때가 무척 많은데 이 경우에도 왜건이 안성맞춤이다.
실용성에서, 또 패밀리카로, 그리고 장거리 이동에 좋은 업무용 자동차로 적합한 것이 왜건이지만 고성능 엔진을 달고 달리는 즐거움, 질주의 쾌감을 바라는 이들의 수요도 맞춰낸다. 왜건 하나로 별별 요구가 다 충족되는 걸 보면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그런데 이런 다양한 요구를 이해하고 만족시키는 브랜드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리고 그 몇 개 없는 브랜드 중 아우디의 왜건 사랑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아우디 대표 왜건 A6 아반트의 경우 가솔린과 디젤은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라인업을 촘촘히 구축했다. 온오프로드를 모두 달릴 수 있는 올로드 콰트로가 있고, 344마력짜리 디젤 TDI 엔진으로 무장한 고성능 S6 아반트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최고의 왜건 RS 6 아반트가 있다.
600마력이라는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는 RS 6 아반트 4세대의 등장은 여러 면에서 화제였다. 특히 미국 시장에 이 고성능 왜건 진출이 결정되자 미국 아우디 딜러들이 가장 크게 환호했다. 출시를 강력하게 요청한 게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RS 6 아반트 소개 영상엔 기대를 숨기지 않은 미국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달렸고, 전문지들 또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RS 6 아반트에 열광한 건 미국만이 아니다. 고향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환호가 쏟아졌으며, 왜건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 시장에서도 이전에 없던 관심을 보였다. 이럴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이다. 왜건을 좋아하는 유럽인들이지만 예뻐서 타는 차라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용적인 여러 이유에 따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4세대 RS 6 아반트는 보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왜건이 짐차, 지루한 자동차로 불린 것도 스타일의 한계에 따른 것이었는데 RS 6 아반트가 이를 뛰어넘은 것이다. 22인치짜리 휠을 장착하고 황소처럼 강인한 인상과 근육질의 바디라인은 웬만한 고성능 자동차를 압도한다. 이처럼 왜건이 스타일로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한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이런 강렬함은 인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엔진은 무려 600마력의 출력을 자랑한다. 0~100km/h 3.6초, 시속 200km/h까지 필요한 시간은 8.4초면 충분하다. 왜건 모델 중 600마력이 넘어가는 건 RS 6 아반트를 제외하면 포르쉐와 메르세데스에서 나온 모델 정도 외엔 없다. 그런데 강력한 주행 성능에 걸맞은 스타일의 왜건은 RS 6 아반트가 유일하다.
아우디 전문 튜너 압트는 RS 6 아반트를 튜닝한 모델을 자사 125주년을 위한 특별 모델로 내놓았고 며칠 만에 매진됐다. 수요는 있는데 이 수요를 공급이 따르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지금까지 RS 6 아반트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왜건 하나가 강력한 성능, 품질, 활용성과 실용성 등, 모두를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RS 6 아반트는 만점짜리 왜건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일반적으로 왜건은 생활용 자동차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600마력짜리 괴물 왜건은, 그것도 스타일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RS 6 아반트는 실용성 위에 운전의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오감을 만족하는 왜건이 있다면 RS 6 아반트가 아닐까 싶다. 올해의 아우디 원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RS 6 아반트죠."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