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걸 다 가진 SUV, 아우디 RS Q8 [시승기]
아우디 Q8을 좋아한다. 아우디답게 대형 SUV를 빚었기 때문에. 보통 대형 SUV는 크기에서 압도한다. 옆도 넓고 위도 높다. 큰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 자체가 매력이다. 인정한다. 대형 SUV의 위압감은 대형 세단보다 월등하다. 크기가 차급을 가르는 흐름에서 컨테이너 박스처럼 커야 위용을 뽐낼 수 있다. Q8은 조금 달랐다. Q8 역시 크지만, 크기만 하지 않다. 커다란 덩치를 참신한 감각으로 세공했다. 이미 충분히 큰데 전고까지 높여 둔하게 보일 필요가 있을까? 이런 발상. 상대적으로 전고를 낮춰 독특한 비례를 만들었다. 참신했다.
전고를 낮추자 오히려 폭이 더 도드라졌다. 독특한 비율의 대형 SUV. 떡 벌어진 어깨가 다른 대형 SUV와는 다른 위압감을 풍겼다. 거대한 바위 같은 단단함이었다. 응축된 차체가 매끈하게 보이는 차별점도 있었다. 자동차 비율이 이렇게 중요하다. Q8은 대형 SUV도 스타일을 뽐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아니, 대형 SUV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했다. 이런 형태는 운전석 시야를 바꿨고, 특별한 차를 운전한다는 포만감을 키웠다. 다른 느낌으로 대형 SUV의 위압감을 표현했다는 점. Q8이 좋아진 이유였다. 한 가지 더 욕심 부리자면 출력이랄까. 물론 이미 풍요로웠다. 그럼에도 스타일까지 한껏 날카롭게 할 고성능 모델에 욕심이 났다.
이렇게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 하지만 사람 욕심에 대응하는 브랜드의 전략도 끝이 없다. RS Q8이 그 증거다. Q8을 타면서 새로 품은 욕망은 RS Q8이 완벽하게 대응한다. RS 배지 품은 SUV라니. RS Q8을 마주한 감흥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검은색 RS Q8은 더욱 단단하고 웅장해 보였다. 온통 검은색 일색인 차체에 새빨간 사각형이 박힌 RS 배지가 도드라졌다. 아는 사람만 알게 하는 고성능. 아우디는 고성능 모델을 은근하게 치장한다. RS Q8 역시 아는 사람만 차이를 알게 한다. 언뜻 보면 Q8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엄연히 다르다.
RS Q8은 카본 패키지와 블랙 패키지를 통해 차별화했다. 싱글프레임 테두리, 사이드미러, 리어 디퓨저 테두리, 테일라이트 장식에는 카본을 둘렀다. 아우디 엠블럼, 레터링, 리어 디퓨저, 윈도우 몰딩, 루프레일은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카본과 검은색 파츠가 따로 또 같이 어우러졌다. 같은 검은색이라도 복합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질감과 명암 차이로 검은색에 차이를 두는 건 패션 감각이 뛰어난 사람의 특징이다. RS Q8은 그 감각이 뭔지 아는 솜씨로 치장했다. 한 듯 안 한 듯, 알게 모르게. 시승차 색상도 검은색이라 더욱 그 차이가 분명했다.
실내는 알칸타라의 향연이다. 스티어링 휠부터 기어 노브, 센터 터널, 도어 패널를 거쳐 천장까지 둘렀다. Q8의 스티어링 휠 형상과 가죽 촉감은 일품이다. 이미 충분한데도 알칸타라의 촉감이 또 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형태는 같아도 질감은 다른, 특별한 차를 탄다는 포만감이 차오른다. 시트는 RS 스포츠 시트다. 발코나 가죽을 두르고 붉은색 스티치로 장식했다. 몸에 닿는 모든 부분이 시각과 촉각에서 고급스럽다. 확실히 Q8과 분명한 선을 긋는다. 출력만 바랐는데, 몸으로 느껴보니 없으면 아쉬울 뻔 했다. 완연히 다른 질감으로 채운 실내가 증명한다. 성능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최상위 모델다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RS Q8의 버추얼 콕핏 계기반은 그래픽이 다르다. 가운데 엔진 회전수 그래프가 가장 크고 돋보인다. 성능 출중한 스포츠카 계기반이 주로 쓰는 방식이다. 가속페달을 지려 밟지 않아도 RS Q8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예상은 한적한 도로에서 오른발을 힘껏 밟았을 때 현실로 다가왔다. 공기를 뭉개며 튀어나가는 거대한 덩치의 박력. 날카로운 스포츠카와는 질감 다른 쾌감이 몸을 관통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3.8초. 같은 3.8초라도 2.5톤에 육박하는 차체가 밀어붙이는 가속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보다 두텁고 다분히 호쾌하다. 거대한 차가 커다란 출력을 토해내자 감흥이 새로웠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날카로운 긴장보다는 어딘가 후련해지는 호탕함이랄까. ‘다다익선’이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떠올랐다. 형태에 따라 출력의 질감이 이렇게 달라진다. RS Q8이 극명하게 드러냈다.
세단 기반 RS는 스포츠성이 뾰족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단단하게 하체를 다잡는다. 예전 RS 모델을 탈 때마다 그 진지함에 놀라곤 했다. 빨리 달려야 편할 정도로 본격적이었다. S 모델이 있기에 RS는 더욱 진지한 스포츠 주행을 추구했으리라. 반면 RS Q8은 일상 주행도 고려했다. RS지만 SUV라는 장르 특성을 고려한 결과다.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놓으면 한숨 돌리면서 제법 느긋하게 달린다. Q8보다 상대적으로 하체가 단단하지만, RS 배지를 감안할 때 일상성을 획득했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의 품이 넓다는 뜻이다. SUV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기술의 진보가 배려했다. 물론 금세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호쾌한 맛을 즐겼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상성을 고려한 RS Q8의 고성능은 고급스러움의 한 요소가 아닐까. Q8이라는 스타일 좋은 대형 SUV의 최종 완성형으로서 RS Q8을 바라보면 연결된다. 보다 고급스러운 자동차로서 모든 능력치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개체수가 적은 특별한 SUV로서 시장의 흐름에 대비하는 모델. 그래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초호화 SUV가 여럿 등장한 까닭이다. 럭셔리 브랜드와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가 전에 없던 SUV를 선보였다. 더 고급스럽고 더 강력한 SUV가 새로운 테마로 떠올랐다. 없던 시장이고 먹음직스러운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는 기존 모델만으로 대응하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RS Q8은 그 영역을 겨냥한다. 기함을 넘어서는 기함으로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단지 고성능 모델이 아닌, 모든 면에서 특별한 모델로서 덕목을 갖췄으니까. Q8의 스타일과 RS 배지에 걸맞은 안팎 치장 그리고 무엇보다 성능. 이 모든 게 어우러져 아우디 SUV의 정점을 제시한다. RS Q8이 더욱 탐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