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언론은 아우디 Q4 e-트론의 어떤 점을 높게 평가했나
아우디는 지난 4월 브랜드 첫 콤팩트 전기 SUV인 Q4 e-트론과 쿠페 타입 Q4 e-트론 스포트백을 선보였다. 폭스바겐 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중 하나인 MEB를 통해 나온 Q4 e-트론은 폭스바겐 ID.4, 그리고 스코다 중형급 전기 SUV 엔야크 등과 함께 콤팩트 전기 SUV 시장을 흔들 기대주로 평가되고 있다.
Q4 e-트론의 성격은 분명하다. 아우디 SUV 특유의 공간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프리미엄급 전기 SUV이면서도 가격 부담을 줄여 보다 많은 고객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았다. 덧붙여, Q4 e-트론은 현재까지 아우디가 내놓은 배터리 전기차 중 완충 후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는 경쟁력도 가지고 있다. 실용주의적 색채가 강한 프리미엄 전기차라 할 수 있다.
◆ 넉넉함과 다양한 공간 활용
Q4 e-트론을 콤팩트 전기 SUV라고 하지만 일반적인 유럽의 콤팩트 SUV와 크기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우선 같은 콤팩트 모델인 아우디 Q3와 비교해도 전장부터 휠베이스 등, 공간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앞선다.
Q4 e-트론은 Q3뿐만 아니라 X1이나 GLA와 같은 대부분의 내연기관용 콤팩트 SUV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콤팩트 전기 SUV EQA보다 길고, 넓고, 높고, 휠베이스 또한 더 넉넉하다. 적어도 작아서 못 탄다는 이야기는 하기 어렵다. 기본 520리터에서 최대 1,490리터까지, 넉넉한 트렁크 공간과 다양한 수납이 가능한 실내 구성 또한 실용적이다.
영국의 오토카와 같은 매체, 또 Q4 e-트론을 처음 본 독일 네티즌 일부가 기존의 아우디 SUV와 형태가 다른 것을 두고 낯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 모델에 비해 공간과 디자인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자유도를 갖는다. 따라서 전형적인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Q4 e-트론은 사실 더 과감해져도 나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차체의 안전성, 주행 안전성이며, 또한 공간 활용 능력, 그리고 장르를 넘나드는 형태의 자유로움이다. 지금은 낯설지 몰라도 이런 요소들은 앞으로 전기차의 중요한 경쟁력, 평가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 이견 없는 실내
Q4 e-트론의 형태, 외관 스타일에서 의견이 일부 나뉜다면 실내 완성도만큼은 유럽 내에서 이견이 없다고 봐도 좋다. 스티어링 휠의 세련미는 충분히 작동의 편의성까지 고려했고, 계기반과 센타페시아에 마련된 두 개의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플라스틱 소재가 기존의 아우디 모델들에 비해 많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도 아우디 특유의 고급스러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재활용된 소재로 만든 시트나 직물 등, 전기차가 갖춰야 할 친환경 요소도 곳곳에 있다.
독일 최대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는 Q4 e-트론은 탑승자를 배려해 문이 넓게 열리도록 설계가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열 좌석의 경우 (전기차 특유의) 배터리 장착으로 바닥 면이 1열에 비해 7cm가량 높지만 헤드룸이 여유로워 내연기관 콤팩트 클래스에서 느끼기 어려운 넉넉한 공간을 만든다고도 했다.
◆ 편안하게, 그리고 스포티하게
Q4 e-트론을 시승한 독일과 영국의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장점으로 이야기한 것은 바로 편안하고 스포티한 주행감이었다. 아데아체는 낮은 무게 중심으로 기본적으로 Q4 e-트론의 주행은 안정감이 있으며 핸들링 또한 우수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역시 어댑티브 댐버(옵션)는 불편한 비포장도로에서도 차가 안전하고 민첩하게 주행하게 돕는다고 칭찬했다. 조향 역시 너무 날카롭지도, 또 너무 느리지도 않는,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고 평가했다.
꼼꼼한 시승기로 잘 알려진 영국 오토카 역시 초기 응답은 부드럽고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릴 때도 균형감 있게 주행의 안전성을 높인다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은 아우디 특유의 경쟁력이고, 이런 점이 Q4 e-트론에서도 그대로 발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Q4 e-트론의 주행거리는 나쁘지 않다. 51.5kWh 배터리가 들어가는 기본형 35 e-트론은 완충 후 유럽 WLTP 기준으로 306km에서 341km까지 달릴 수 있으며, 77kWh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간 40 e-트론은 466km에서 최대 520km까지 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265마력, 부스트 모드에서 거의 300마력의 출력을 자랑하는 50 e-트론 콰트로는 411km에서 488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독일 매체 아우토차이퉁이 Q4 e-트론 50 콰트로의 실제 주행 거리를 테스트해봤다. 급가속과 급정거 등이 포함된 도심과 국도, 그리고 고속도로 등에서의 주행 결과는 385km였다. 시속 100km에 맞춰 운전한 전비 효율 운전 시에는 최대 485km까지 가능했다. 독일 도로 환경을 직접 한국에 대입하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면 일상용 자동차로 손색이 없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평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Q4 e-트론은 콤팩트 전기 SUV이지만 충분한 화물칸 및 탑승자를 위한 공간이 있고, 수납 등을 위한 공간 활용에도 신경을 썼다. 또한 좋은 마감은 물론 친환경 소재를 적극 사용해 전기차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았다. 다양한 디지털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인포테인먼트에도 신경을 썼으며, 무엇보다 좋은 서스펜션과 함께 좋은 조향감, 훌륭한 핸들링 능력을 보여준다. 운전자에게 주는 주행 안정감이라는 아우디 특유의 특성이 살아 있는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하지만 괜찮은 콤팩트 전기 SUV, 특히 고급스러운 프리미엄급 전기 SUV를 찾는 이들에겐 훌륭한 대안이 아닐 수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내놓은 실용적인 콤팩트 전기차로 충분히 소비자를 설득할 수준이다. 유럽에서는 6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아우디 Q4 e-트론을 향한 유럽의 시선은 우려보다는 기대가 훨씬 더 크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