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하지만 오너를 뿌듯하게 만드는 아우디의 진가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 아우디의 슬로건이다. 1971년 1월에 처음 내세웠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났다. 아우디는 슬로건에 걸맞게 나아갔다. 1980년에 사륜구동 콰트로를 적용해 랠리를 주름 잡았고, 1994년에는 아우디 A8에 전체가 알루미늄인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을 적용해 대형 세단의 가치를 높였다. 2000년대에는 르망24시를 통해 헤드라이트의 비약적 발전을 일궈냈다.
이 기술들은 지금도 아우디의 상징처럼 빛을 발한다. 사륜구동의 안정성과 알루미늄 프레임의 경량화, 영리한 헤드라이트의 탁월한 시야는 여전하다. ‘기술을 통한 진보’로 선보인 기술은 과거의 영광이 아니다. 지금도 이어지는 기술이다. 여전히 아우디가 갈고닦아 더 정교해졌다. 50년 세월 동안 연속성이 담긴 셈이다.
굵직한 기술 외에도 아우디라는 브랜드를 달리 보이게 하는 기술이 많다. 오히려 체감 효과는 더 클지 모를 기술들이다. 그 기술에서 파생해 ‘디자인의 아우디’, ‘빛의 마술사 아우디’ 같은 애칭도 생겨났다. 눈에 바로 보이기에 다른 브랜드와 차별 요소로도 기능한다. 오너 입장에선 더 또렷한 ‘기술을 통한 진보’일지 모른다. 심리적 만족감을 높이는 기술이랄까.
우선 LED 주간주행등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경차에도 들어가는 기술이다. 하지만 2004년 A8에 처음 적용했을 땐 놀라운 발상이었다. 주간에도 빛을 밝혀 차량을 돋보이게 했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미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의 새 장을 열었다. 자동차 인상이 완전히 달라 보였다. 눈매는 더욱 또렷해졌다.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도 충분했다. 주간주행등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차량 분위기가 달라졌으니까.
아우디는 그 효과를 너무도 잘 알았다. 처음 적용한 선구자였을 뿐 아니라 응용력도 뛰어났다. LED 주간주행등은 아우디의 선과 면을 부각하는 장식으로 활약했다. 지금도 이 영향력은 변함없다. 모든 브랜드가 LED 주간주행등을 쓰는 시대다. 그럼에도 아우디만의 강렬한 그래픽은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돋보이는 자동차를 소유하고픈 오너의 마음에 이보다 매력적인 요소가 있을까.
미적 가치를 높이는 기술로 다이내믹 턴 시그널도 빼놓을 수 없다. 아우디가 다이내믹 턴 시그널을 공개하기 전까지 램프는 켜지거나 꺼지는 형태였다. 물론 다이내믹 턴 시그널도 켜지거나 꺼진다. 하지만 나란히 이어놓은 LED가 순차적으로 켜지고 꺼져 움직이는 빛을 만든다. 개별 형태는 같지만 완성된 빛의 자태는 다르다. 일견 다른 기술에 비해 대단한 기술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순차적 점등 시스템을 대입한 형태니까. 기술이 꼭 복잡해야만 수준이 높을까? 발상을 전환해 기술 수준을 높일 수도 있다.
아우디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로 효과를 증명했다. 주르륵, 이어지며 방향지시등이 점멸할 때면 시선을 사로잡는다. 처음 나왔을 땐 당연히 탐스러웠고, 익숙하다 싶은 지금도 효과가 상당하다. 그냥 자동차를 특별한 자동차로 느끼게 한달까. 단지 움직이는 빛을 구현했을 뿐이지만, 그 움직인다는 점이 남다른 요소로 작용한다. 자동차가 줄 수 있는 심리적 만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램프류에 관해서 아우디의 자부심은 높다. 하나둘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서 발전을 이뤘다. 매트릭스 레이저 헤드라이트는 발전의 진폭이 크다. 혁신적 기술이기도 하거니와 실질적으로 오너 마음도 사로잡은 기술이다. 야간에 운전할 때면 언제나 시야에 관해 불편함을 느낀다. 더 밝은 빛을 원하는 건 당연한 바람이다. 마냥 밝기만 하다고 끝이 아니다. 빛이 밝을수록 앞차, 혹은 반대 차선 차량에 미칠 피해도 크다. 편의와 배려 사이를 오가야 한다.
매트릭스 레이저 헤드라이트 전에는 손이 바빴다. 상향등을 켰다 끄면서 운전자가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매트릭스 레이저 헤드라이트는 야간에 눈과 손을 비약적으로 편하게 했다. 오너에게는 최고속도가 얼마인지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몇 초 만에 도달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기술일지 모른다. 이렇게 기술은 운전자의 마음을 파고들 줄 알아야 한다.
운전자의 편의를 고려한 다른 기술도 있다. 아우디만의 자동 주행모드다. 주행모드는 한때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징이었다. 이제는 대중 브랜드 모델에도 컴포트와 스포츠 정도는 적용해놓았다. 상황에 따라 자동차의 성격을 달리 쓰는 주행모드는 매력적인 기능이다. 대체로 컴포트 혹은 노말이나 로드에 놓지만, 기분에 따라 스포츠에 놓기도 한다. 자주 바꿀수록 운전의 맛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일 게다. 하지만 실제로는 잘 안 바꾸게 된다. 손이 잘 안 가서. 있으면서 안 쓰면 왠지 아쉽다. 알아서 상황에 맞춰 바꿔주면 안 될까?
아우디는 오너의 지극히 자연스런 의문을 기술로 대응했다. 승차감과 다이내믹 사이에 자동 모드를 만들어놓은 이유다. 속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컴포트와 다이내믹 모드를 알아서 넘나든다. 운전자는 모드를 바꿀 필요가 없다. 자동차가 알아서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 감각, 엔진 반응성을 상황에 맞춰 바꿔주니까. 더 또렷하게 주행 성격을 바꾸려면 주행모드를 변경하는 게 낫다. 하지만 일일이 버튼으로 조작할 필요 없이 알아서 바꿔주니 편하다. 자연스레 차량 면면을 더욱 꼼꼼하게 즐기게 한다. 이런 게 진정한 편의성일지 모른다. 기능이 많은 것보다 기능을 수월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쓸수록 기특한 아우디 기술 중 하나다.
실내 분위기를 바꾸는 기술도 있다. 실내는 외관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결국 운전은 실내에 앉아서 해야 하니까. 이런 실내를 보다 특별하게 하는 기술이라면 오너로서 뿌듯할 수밖에 없다. 아우디가 선보인 디지털 다이얼은 그 지점을 충족한다. 디지털 다이얼은 아우디에서도 몇몇 특별한 모델에서 볼 수 있다. 아우디의 디자인 아이콘인 TT와 성능의 정점인 R8에서. 처음 선보인 모델은 TT다. 아우디의 아이콘다운 파격이었다.
처음 봤을 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랄까. 다이얼을 이렇게도 처리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 역시 발상의 전환으로 다르게 보이게 하는 아우디다웠다. 송풍구 가운데에 온도 조절 디지털 다이얼을 심었다. 이것은 다이얼이자 디스플레이다. 실내 온도를 조절하면서 실내 온도를 표시하기도 했다. 송풍구 가운데 있어 공간도 획기적으로 정리하고, 위치가 기능을 암시하기도 했다. 커다란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버튼을 몰아넣는 요즘 방식과는 고민의 결이 다른 셈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기술은 아우디를 다분히 진보한 자동차로 보이게 한다. 램프 점등 방식 차이, 작은 다이얼 하나지만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오너의 체감 만족도는 더욱 크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