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S 6 아반트, 어떻게 외면하던 이들까지 사로잡았나
얼마 전 압트(ABT)는 창립 125주년을 맞아 특별 모델을 선보였다. 해당 모델 완판은 며칠 만에 이뤄졌다. 압트는 아우디 전문 튜너로 전신인 아우토우니온 시절부터 함께 사업을 펼쳐왔다. 그리고 지금은 최고의 튜너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런 압트가 125주년 기념 모델로 선택한 자동차는 왜건이었다. 일부는 한물간 차라고 말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왜건으로는 드물게 핫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 RS 6 아반트가 그 주인공이다.
◆ 외면하던 이들까지 돌아서게 한 강렬한 스타일
이번에 압트가 선택한 아우디 RS 6 아반트는 2019년 출시된 4세대 모델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한 모델이기도 하다. RS 6 출시가 2002년부터 시작됐으니 그렇게 역사가 깊다고 할 수는 없다. 3세대부터는 오로지 왜건으로만 판매를 하고 있어 시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런데 아우디는 이번 4세대 RS 6 아반트를 내놓으며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등에 올라온 RS 6 아반트 소개 영상에는 많은 미국인의 댓글이 달렸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단순히 “오~ 차 좋네” 수준 이상의 환호가 쏟아졌다. 잊힌 자동차 왜건에 심장이 뛰는 건 오랜만이라는 글도 보였다. 이렇게 큰 기대감이 크게 형성된 건 성능에 대한 관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루하게 여겨지는 왜건이 놀라운 스타일로 대변신을 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RS 6 시리즈는 A6나 A6 아반트와 스타일 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번 4세대는 스타일에서 완전한 차별화를 이뤘다. 대담한 그릴과 범퍼 라인은 아빠들의 평범한 패밀리 자동차 왜건을 마초적인 자동차로 단박에 인상을 바꿔놓았다. 모든 브랜드, 모든 왜건을 통틀어 가장 강렬하다. 거기에 최대출력이 600마력이 아닌가, 보여지는 미감, 그리고 성능과 안락함 등, 경험의 측면에서 최고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고성능 왜건 자동차들의 유일한 생산국이자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아우토반을 가지고 있는 독일도 RS 6 아반트 신형 등장으로 뜨거웠다. 역시 스타일에 대한 반응이 많았다. 어떤 이는 영화 <헐크>를 언급했고, 어떤 이는 평범한 사진기자가 자신의 슈트를 찢고 하늘을 나는 슈퍼맨으로 변신하는 영화 속 장면이 떠올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순한(?) 왜건이 강력한 힘의 존재로 변신한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는 ‘마초처럼 보이는 RS 6 아반트는 미국이 잃어버린 허스키한 사운드와 미소를 불러일으키는 왜건’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600마력 이상의 출력을 가진 고성능 왜건은 포르쉐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와 메르세데스 AMG E 63 S, 그리고 RS 6 아반트, 이렇게 세 개의 모델밖에 없다. 이중 익스테리어에서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 마초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델은 단연 RS 6 아반트가 유일하다.
◆ 스타일부터 실용성까지…모두가 담겨 있는 차
RS 6 아반트가 매력적인 것은 단순히 멋진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카앤드라이버는 ‘트윈 터보 V8 엔진은 숫자(스펙)가 보여주는 그 이상으로 드라이브에 매혹적이고 드라마틱한 모습에 사악한 사운드를 만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모두가 극찬을 한 것은 아니다. 모터트랜드나 오토블로그 등은 주행 능력에서 앞선다며 포르쉐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고성능 왜건에 요구되는 건 달리기 성능만이 아니다. 실용성, 그리고 탑승 시의 안락함 등, 패밀리카로서 갖춰야 할 다른 부분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가격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그런 면에서 RS 6 아반트는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앤드라이버는 ‘당신이 원하거나 요구하는 모든 것이 하나의 자동차에’ 있다고 했다.
영국 자동차 매체 오토익스프레스는 RS 6 아반트와 포르쉐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와의 비교 테스트에서 RS 6 아반트의 손을 들어줬다. 가격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으며, 또한 좀 더 운전의 편의성에서 RS 6 아반트가 낫다고 평가했다. 잘 달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냐는 패밀리카로서의 기본 자질도 따진 결과였다.
사실 오토익스프레스는 아우디 평점에 박한 매체다. 하지만 RS 6 아반트는 5점 만점에 4.5점을 받았다. 최근 몇 년간 아우디가 내놓은 신차 중 해당 매체에서 평점 4.5점 이상을 받은 모델은 RS 6 아반트와 전기차 e-트론 GT 외엔 없다. 빠른 속도, 안정감 있는 운전, 뛰어난 세련미, 부드러운 편안함, 실용성, 다양한 첨단 기술의 적용 등, 다채로운 것들이 조화를 이루었다는 게 오토익스프레스의 최종 평가였다.
독일에서 비교 테스트로 유명한 매체 아우토차이퉁은 RS 6 아반트와 메르세데스 AMG 63 S를 비교했다. 이들 역시 종합 평가에서 아우디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주행의 역동성에서는 미세하게 RS 6 아반트가 밀렸으나 안락함과 엔진 및 변속기 성능 부분에서 점수 차이를 벌렸다.
아우토차이퉁은 테스트했던 두 대의 하이엔드 왜건 모두 최고 품질과 기술력을 보여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행의 안락함과 서스펜션의 균형감, 그리고 연비와 전체적 비용 등이 아우디가 이번 테스트에서 승리하는 것에 도움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평가를 종합하면 RS 6 아반트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운전하고, 실용적이게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왜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성능과 실용성, 그리고 스타일까지 모든 면이 조화를 이룬 것이다.
환경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아젠다가 되면서 자동차 생태계는 대변화를 맞고 있다. 이제는 엔진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아우디는 이미 2026년부터는 내연기관이 들어간 신형 자동차를 내놓지 않겠다고 했다. 판매 지역과 모델에 따라 단계적으로 단종될 것이다.
이 얘기는 모든 것을 갖춘 고성능 왜건 RS 6 아반트와 함께할 시간 역시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이다. 물론 전기차 시대가 되면 전기차 버전의 RS 6 아반트가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강한 엔진이 만들어내는 사운드, 그리고 엔진과 변속기가 조화를 이룬 주행 질감은 더는 느낄 수 없게 된다.
600마력짜리 엔진이 내는 성능과 배기음을 우린 분명 그리워할 것이고, 그렇기에 4세대 RS 6 아반트의 등장이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멋진 이미지, 주행 편의성과 안락함, 여기에 왜건 특유의 실용성까지. 뭔가 남들과는 다른, 유니크한 자동차를 원하는 이에게 RS 6 아반트는 가장 멋진 대안이 될 것이다. 미국의 한 네티즌은 RS 6 아반트 기사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가장 추천 수가 많은 댓글이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