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새삼스럽게 150kW 충전을 홍보하는 까닭
  • stage_exterior_front.jpg
한 남성이 밤 시간에 아우디 차량에 기대어 서 있습니다.

아우디가 새삼스럽게 150kW 충전을 홍보하는 까닭

기술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밤 시간 한 남성이 아우디 차량에 기대어 서 있습니다.

▶ 전기차 배터리, 단순히 충전전압만 높다고 능사 아니다

350kW 초고속 충전이 화제인데 갑자기 150kW 충전에 대해서 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일까?

분명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독자들이 계시리라 믿는다. 대중 브랜드 세계 최초로 현대차가 800볼트 초고속 충전을 곧 출시한다고 이야기하는 마당에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가 400볼트급인 150kW 고속 충전을 홍보한다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하물며 계열사인 포르쉐가 이미 800볼트 시스템을 선보였고 폭스바겐그룹이 투자하고 소유한 자동차 충전 회사가 유럽과 미국에 800볼트 - 350kW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니 더욱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효율’이다.

아우디 테크토크 영상의 한 장면

나는 요즘 아우디의 온라인 기술 홍보 채널인 ‘아우디 테크토크 (Audi Techtalk)’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당연히 홍보용 채널이기는 하지만 무턱대고 자신의 강점만을 강조하는 그런 채널이 아니라서 흥미롭다. 주제에 따라 아우디 엔지니어들이 나와서 설명하는데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내근직 엔지니어들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을 것이고 듣는 입장에서도 보도자료로는 부족했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은 소통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우디 테크토크에서 충전 기술을 다룬 흥미로운 컨텐츠가 있었다. 곧 출시할 e-트론 GT 와 관련된 내용이기는 했지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좋은 컨텐츠였다. 단순히 충전 전압과 전력량만 높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이 컨텐츠의 영상에서 진행한 순서를 따라가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우디 테크토크 영상의 한 장면, 여성이 앉아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충전 관련 컨텐츠에는 두 명의 엔지니어가 등장했다. 시스템 설계 담당 엔지니어는 예상했던 인물이었지만 다른 한 명은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실비아 그람리히(Silvia Gramlich)라는 이 엔지니어는 ‘충전 시간 및 충전 효율 개발팀 (Development of Charging Time and Charging Efficiency)’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부서 소속이었다. 충전 시간을 아예 팀의 이름으로 택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화면에 간단한 수식을 하나 적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E=P*t’

여기서 E는 배터리 안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이고, P는 충전 전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t는 충전 시간이다. 수식은 매우 직설적이다.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빠르게 – 즉, 짧은 시간 안에 – 충전하려면 충전 전력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요즘 350kW급 초고속 충전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한 여성이 앉아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실비아는 그래프 하나를 그렸다. 가로축이 시간(t)이고 세로축이 충전 전력(p)인 그래프였다. 따라서 P*t인 그래프 아래의 면적인 배터리 충전량, 즉 E인 셈이었다. 붉은색 그래프는 충전 전력의 피크값은 낮지만 꾸준하게 유지하는 모양이고 푸른색 그래프는 더 높은 최고 충전 전력을 사용하지만 그것을 유지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모양의 그래프였다. 면적을 비교하면 붉은색 그래프가 더 넓었다. 즉, 비록 충전 전력의 최고값은 낮았지만 결과적으로 붉은색 그래프의 충전 패턴이 같은 시간에 더 효율적으로 충전했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효율적인 충전 패턴을 적용한 것이 아우디 e-트론의 충전 시스템이었다. 아우디 엔지니어들은 최고 충전 전력을 높이지 않더라도 어떻게 하면 충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던 것이다. ‘충전 시간’을 따로 연구하는 부서까지 두었던 이유가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그리고 영상은 아우디 e-트론과 경쟁 모델의 충전 그래프를 비교하면서 자신들의 접근법이 효과적인가를 설명했다.

아우디 전기차 충전 시 변화 그래프의 모습

급속 충전을 시작한 초기의 모습이다. 최고 150kW로 충전할 수 있는 e-트론에 비하여 훨씬 높은 약 200kW의 충전 전력을 사용하는 경쟁 모델이 더 빠르게 충전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프의 면적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e-트론도 결코 느린 편은 아니다. 10분 충전으로 WLPT 기준 110km의 주행 거리를 획득할 수 있는 준수한 충전 속도와 효율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충전 시작 30분 후의 모습. 피크 충전 전력이 높았던 경쟁 차량의 그래프가 급격하게 내려와 50kW 남짓한 수준까지 내려온 것에 비하여 e-트론은 더 오랫동안 150kW의 최고 충전 전력을 유지했고 여전히 100kW에 가까운 높은 전력으로 충전하고 있다. 그 결과 충전 30분만에 두 차량 모두 배터리의 80%를 충전할 수 있었다. 여기서 큰 차이는 e-트론은 150kW급 급속 충전기로 이보다 더 고성능 충전기를 요구했던 경쟁자와 동등한 충전 성능을 보였다는 것이다.

충전 시작 45분 후. E-트론은 100% 충전을 마쳤다. 하지만 충전 전력이 30kW 이하까지 떨어진 경쟁 모델은 아직 10%정도 더 충전해야 한다. 더구나 경쟁 모델의 충전 전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마침내 경쟁 모델도 100% 충전을 마쳤다. 하지만 이미 시계는 1시간 30분을 넘겼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충전 전력이 의외로 긴 만충 시간을 가져온 이유였다.

이트론 차량이 충전하는 모습입니다.

아마도 독자들 중에는 ‘그래도 경쟁 모델이 처음에는 더 빠르네’, ‘급해서 마치 주유하듯이 10분만 충전하고 가야 할 때는 경쟁 모델이 훨씬 낫겠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아우디 e-트론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단시간 충전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으로 주행 거리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잊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 경쟁 모델은 아우디 e-트론보다 충전 전력이 높은 초급속 충전소에서만 이런 속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초급속 충전소가 드물다는 불편함만이 문제점이 아니다. 800볼트급의 높은 전압과 250kW 이상의 높은 전력을 사용하는 초급속 충전기는 비싸다. 그런데 단순히 충전기만 비싼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높은 전압의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등 인프라 구축 비용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자동차 안의 추가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초급속 충전 시스템은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따라서 꼭 필요한 경우, 필요한 곳에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는 자원이다.

그렇다면 아우디는 특별한 충전 네트워크에 기대지 않고도 어떻게 우수한 충전 성능을 거둘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배터리의 열관리 시스템이었다. 원래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은 차량 주행시의 방전, 제동시의 에너지 회수에 의한 충전 등 급격한 충방전에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고안되었다. 즉 배터리가 원래의 충방전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냉각 시스템이 그 시작인 것이다. (물론 겨울철을 위한 배터리 히터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트론 차량의 충전구 모습입니다.

하지만 아우디의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보통 주행시에는 급격한 방전(=가속)과 급제동(=충전)이 짧은 시간 동안만 발생한다. 따라서 반복하여 제로백과 급제동을 반복하는 극한 테스트만 아니라면 어지간한 배터리 냉각 시스템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급속 충전처럼 커다란 전력이 꾸준하게 흘러가는 상황에서는 배터리 팩의 온도도 꾸준히 높아지고 따라서 냉각 시스템의 부담도 커진다. 그래서 이런 경우 대부분의 전기차들은 배터리의 온도 상승을 제어하지 못하고 결국은 충전 전력을 낮추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우디가 개발한 e-트론의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은 매우 고성능이다. 따라서 지속되는 급속충전에도 배터리가 과열되지 않도록 여유있게 열을 방출시킬 수 있다. 그 결과는 이미 위에서 그래프가 보여주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혜택이 있는데 그것은 아우디 e-트론으로 제로백을 반복하거나 혹은 경주용 서킷에서 주행하더라도 배터리 팩이 과열되어 차량의 성능이 제한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동력 시스템의 높은 신뢰성이다.

‘스펙 마니아’라는 말이 있다. 카탈로그의 제원표에만 집착하는 설익은 애호가들을 뜻하는 말이다. 전기차는 엔진차보다는 훨씬 디지털적이고 제원이 많은 것을 설명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는 그렇게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전기차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우디는 그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것이 ‘기술을 통한 진보’를 추구하는 아우디같은 미래차의 모습이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상기 이미지는 국내 판매 사양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차량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은 구매 시 제공되는 사용설명서와 별도 책자를 참조 하시기 바랍니다.
*구입한 차량의 실제 사양은 표시된 사양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모델은 공급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