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새를 넘어 라인업의 중심이 되다, 아우디 A7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
브랜드마다 대표 모델이 있다. 무조건 비싸다고 대표성을 띄진 않는다. 브랜드 정체성이 발화한 모델이거나 판매율을 무섭게 끌어올린 모델일 수도 있다. 혹은 브랜드의 매력을 종합한 전략 모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그 대표 모델을 바라보며 브랜드를 소유할 날을 꿈꾼다. 어떻게 보면 스타 모델이기도 하다. 이목을 집중시키고 분위기를 환기한다. 브랜드 이미지에 지분이 상당하다. 아우디에선, 아마 A7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도 아우디 A7다.
아우디 A7은 이제 2세대가 나왔다. 신생 모델이다. 게다가 4도어 쿠페다. 그런데도 대표 모델로 손색없다. 보통 대표 모델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단 일색이다. 모델 세대만 훑어도 두 손이 필요하다. 반면 아우디 A7은 등장한 지 10년 정도 지났을 뿐이다. 또한 4도어 쿠페로 틈새 모델이다. 라인업을 촘촘하게 하는 역할이다. 경쟁 모델만 봐도 그렇다. 아우디 A7은 사뭇 다르다. 틈새를 넘어 A6와 A8의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경쟁 4도어 쿠페 중에 가장 인상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S가 4도어 쿠페 시장을 개척했다면, 아우디 A7은 4도어 쿠페의 인기 모델로 군림한다. 아우디의 대표 모델로 불릴 정도로. 이례적이다.
아우디만의 강점이 부각된 경우다. 아우디 디자인과 4도어 쿠페라는 형태가 시너지를 일으켰다. 아우디는 밀레니엄 이후 디자인이 독보적인 브랜드로 떠올랐다. 특유의 간결함으로 선과 면을 갈고닦았다. 단순화한 디자인에는 특유의 긴장과 감각이 서렸다. 이런 특성은 4도어 쿠페라는 형태와 만나 극대화했다. 4도어 쿠페는 지붕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선이 유려하다. 스키 슬로프처럼 시원한 선은 다부지고 간결한 차체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아우디는 그런 차체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게다가 쿠페에 해치도어를 접목해 활용도도 높였다. 미적 가치와 실용성 모두 획득한 셈이다. 덕분에 차체가 한층 커 보여 대형 세단 같은 진중함도 스며들었다. 아우디의 기함은 A8이지만, A7이 그 무게를 일정 부분 나눠받은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빈틈을 메웠다. 4도어 쿠페라는 형태를 통해 많은 걸 채운 셈이다.
점점 사람들은 다양한 가치를 다 챙기길 원한다.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아우디 A7의 각 요소는 이런 흐름에 대응한다. 중형세단보다 진중하다. 쿠페에 왜건의 활용성도 더했다. 4도어 쿠페라는 특별함도 품었다. 기함급 차량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취향도 만족시킨다. 틈새 모델로 출발해 브랜드 중심 모델로 거듭난 이유다. 전략 모델의 전략이 통했다.
신형 아우디 A7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을 앞에 두고 A7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A7은 곱씹을 게 많은 자동차다. 2011년 A7 출시행사 이후 A7을 볼 때마다 그랬다. 디자인부터 전략, 성공한 모델의 조건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난다. 이제 2세대가 시작됐지만 의미 면에서 쟁쟁한 모델 못지않다. 물론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하는 디자인이 우선 눈에 띄지만.
신형 A7은 아우디의 다음 세대 디자인을 따른다. 싱글프레임 그릴을 키우고 전체적으로 군살을 뺀 느낌이다. 여전히 선과 면을 내세우지만 성격이 사뭇 다르다. 이전 모델이 차분했다면 신형은 날을 세워 날카롭다. 더욱 또렷해진 선이 면에 팽팽한 긴장감도 부여한다. 어지러운 선이 없는데도 풍기는 역동성은 이런 긴장감이 스민 결과다. 아우디의 자랑, 램프류 또한 보다 화려해졌다. 앞과 뒤 램프 모두 짧은 막대를 줄 세워놓은 LED 그래픽을 입혔다. 디지털 기호로서 작용하면서 장식 효과도 크다. 전 세대보다 확실히 근엄함을 내려놓고 자기주장이 강해졌달까. 젊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첨단 이미지는 젊음과 연결되니까.
팽팽해진 차체는 A7의 형태를 강조한다. 차체가 보다 넓고 낮아 보이기에 지붕에서 엉덩이로 떨어지는 선이 한결 날렵하게 다가온다. A7의 인장이 또렷해지는 효과다. 세단과 쿠페 사이, A7만의 풍성한 자태는 여전하다. 특히 가로로 길게 이어진 리어램프는 A7을 한층 뒤태가 멋진 자동차로 군림하게 한다. 지붕부터 리어램프까지, 확실히 2세대 A7의 백미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재편한 실내는 외관 감흥을 이어나가기에 충분하다. 전 세대는 외관에 비해 실내가 덤덤했으니까. 실내 이곳저곳 외관처럼 각이 살아있다. 각은 무광 크롬으로 매만지고, 각과 각 사이는 하이글로시로 채웠다. 또렷한 햅틱 반응 디지털 디스플레이 역시 고급스러움에 일조한다. 형형색색 앰비언트 라이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자기주장이 보이는 외관처럼 실내도 차분하게만 머물지 않는다. 전 세대와 확실히 다른 지점이다. 그럼에도 각 요소의 질감은 전 세대처럼 진지하고 엄격하다. 철학은 유지하며 변화를 꾀했다. 신형답게 멀끔하고 화려하며 첨단을 지향한다. 4도어 쿠페라는, 주목받는 태생에 어울리는 변화다.
세련된 안팎에 들뜬 마음은 안락한 승차감이 어루만진다. 안팎 느낌과는 또 달라 신선하다. 첨단을 지향하지만, 고급 세단의 바탕은 안락함이라는 명제를 놓치지 않는다. 묵직하면서 나긋나긋하다. A6보다 무거운 차체를 단점이 아닌 특성으로 살렸달까. 이런 묵직함은 V6 3.0 디젤이 발휘하는 출력과 어울린다. 최대토크 63.22kg·m는 숫자만큼 꽤 박력 있게 밀어붙인다. 게다가 6기통 엔진은 회전 질감이 풍성하다. 오른발에 살짝 힘을 주면 풍성한 출력과 질감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속도가 아니라 질감 얘기다. 이 또한 안락함에 일조한다. 와인딩에서 안정감을 더하는 콰트로도 잊을 수 없다. 묵직한 거동에 믿음직스러움을 더한다. 이때 주행모드인 자동모드가 더욱 빛을 발한다. 풍성한 출력을 바탕으로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휠 감각과 하체 등을 알아서 조절해 대응해주니 더욱 안락해진다. 소소하지만 영향력이 크다.
아우디 A7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을 운전하며 보고 느낀 매력을 하나씩 따져본다. 세련된 안팎, 특별한 형태, 안락한 승차감, 풍부한 출력, 디젤의 효율, 널찍한 트렁크…. 하나하나 자동차를 소유하면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특히 충분히 이뤘다고 생각했을 때 선택하는 자동차라면. 중요한 건 이 요소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조화롭다는 점이다. 고급 자동차라면 다 그렇다고? 하지만 따져보면 각 요소 중 어느 하나가 빠지거나 서로 상충하기도 한다. 조화라는 관점에서 아우디 A7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은 완성도가 높다.
앞서 떠올린 아우디 A7의 위치. 아우디 A7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을 겪는 내내 재확인했다. 세대가 바뀌며 의미와 위치가 더욱 확고해졌다. 역시 A7은 아우디의 대표 모델로 손색없다. 아우디 A7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은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적재적소 자극한다. 완벽한 차는 없지만 완벽에 가까운 자동차는 있다. 아우디에서 A7의 위치다. 다시 또렷하게 남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