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e-트론 GT와 R8을 한 공장에서 만드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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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테크니션이 아우디차량 차문 쪽을 보고 있습니다.

아우디가 e-트론 GT와 R8을 한 공장에서 만드는 까닭

기술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e-트론 GT의 e-사운드는 차량의 속도와 가속 페달 깊이, 모터의 토크 등의 변수를 고려하여 섬세하게 튜닝된다.

▶ 아우디가 e-트론 GT와 R8을 한 공장에서 만드는 까닭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릇이라면 다른 하나는 그 안의 음식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먼저 그릇 안의 음식 이야기를 하자. 아우디의 세 번째 본격적 순수 전기차인 e-트론 GT다. 첫 번째 모델인 e-트론과 그 파생 모델인 e-트론 스포트백에 이어 선보이는 모델이다. e-트론 GT는 앞의 두 모델과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전자들은 아우디가 생각하는 미래의 럭셔리 모델의 질감을 완성하기 위한 기술적 진보가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가 완성한 자연스러운 제동 감각과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에너지 회수 효율, 순간 충방전량보다 꾸준하게 높은 충방전 에너지량을 유지하고 발생하는 열도 버리지 않는 정교한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등이 대표적 예였고 이들이 완성한 것은 대단히 매끄럽고 안락한 e-트론의 승차감과 거주성이었다.

이에 비하여 e-트론 GT의 성격은 분명 고성능과 역동성이다. e-트론 GT는 아우디 전기차의 외연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는 모델이기도 하다. 따라서 첨단 기술 만큼이나 이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직관적 표현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감각을 통한 직관은 학습을 통한 이해보다 훨씬 강렬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The e-sound of the Audi e-tron GT
바람소리를 긴 금속 튜브를 이용하여 녹음하는 모습

자동차에게서 사운드는 가장 중요한 감각적 경험 요소다. 특히 고성능을 자랑하는 스포츠 모델의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기차에게는 엔진과 흡배기 사운드가 전혀 없다. 전기차에서 들을 수 있는 자연적 소리라고는 타이어가 노면과 만나면서 발생시키는 소리와 차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즉 사운드라기보다는 소음에 가까운 것들뿐이다.

그래서 아우디 엔지니어들은 e-트론 GT에게 걸맞은 사운드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 이름은 ‘e-사운드’. 일단 e-트론 GT의 사운드는 여느 전기차의 사운드와 두 가지 면에서 다르다. 첫째, 보행자 안전을 위한 음향 차량 경고 시스템과는 별도의 시스템이다(e-트론 GT도 물론 이 장치를 갖추고 있다). 둘째, 실내에서만 들리는 대부분 전기차의 가상 사운드와는 달리 차 바깥에서도 들리도록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자동차의 소리라는 뜻이다.

처음 들은 e-트론 GT의 e-사운드는 스타트렉 엔터프라이즈 호에서 듣던 우주선 추진음을 연상시켰다. 분명 미래의 소리처럼 들렸다. 하지만 동시에 뭔가 친숙한 듯한 느낌도 들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우디 사운드 엔지니어들의 설명에 따르면 e-사운드의 음원들은 모두 자연에서 가져온 것들이라고 한다. 단지 그것들을 변조하고 중첩하여 새로운 사운드로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e-사운드는 다양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작곡된 음악이다. 하지만 차량의 속도와 가속 페달을 밟은 양에 따라 변화하는 살이 있는 음악이고 e-트론 GT가 달리는 동안 끊임없이 재생되는 무한정의 음악이다. 이와 같은 특별한 음악을 작곡하기 위하여 심지어 소프트웨어는 아우디 엔지니어들이 직접 개발했다고 한다.

e-트론 GT의 e-사운드 시스템은 실내와 실외 사운드를 각각 컨트롤하는 두 개의 컨트롤 유닛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제어한다.

컴퓨터와 신서사이저와 같은 디지털 기기들이 많이 사용되었지만 음원이 모두 자연의 소리이듯이 의외로 아날로그 장비도 있었다. 바로 기다란 튜브였다. 튜브에 통과시키면서 공명을 통한 울림이 더해져 저음이 풍부한 사운드로 변신하였다. 울림과 저음. 이 두 가지는 e-트론 GT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e-사운드의 핵심 요소다. 저음은 강력한 파워를 연상시키고 울림은 미래에서 온 듯한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아우디 e-트론 GT의 e-사운드는 기본적으로 실내의 라우드 스피커 2개에서 출력되며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를 통하여 조절할 수 있다. 선택 사양으로 제공되는 차량 뒷면의 외부 스피커 2개는 e-사운드를 차량 밖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한다.

테크토크 세션에서는 여러 가지 질문이 있었다. 재미있는 질문으로는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여러가지 사운드 트랙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 있었다. 아우디의 대답은 ‘노’. e-사운드는 아우디 e-트론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고 근본적으로 자동차는 자동차다운 소리를 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자동차의 전자화가 가속되어도 아우디는 자동차 회사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뵐링어 회페 공장에서 가상현실(VR)을 이용하여 e-트론 GT의 조립 공정을 체크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주제는 e-트론의 생산 기술과 관련된 야기였다. 이번 세션에서는 다양한 기술적인 내용들이 거론됐다. 예를 들어 e-트론 GT는 아우디 최초로 물리적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지 않고 VR 등의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설계한 모델이라는 것,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하나의 라인을 왕복하면서 차체의 안과 밖을 순서대로 조립하는 ‘양방향 프레이머’ 공법이 적용되었다는 것, 그리고 조립 정밀도를 극도로 유지하기 위하여 조립된 차체의 정밀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대부분의 공장들이 사용하는 상대적인 오차 확인법이 아닌 무 상관관계(correlation-free) 측정법을 채택했다는 것 등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생산 공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우디 e-트론 GT는 아우디 최초로 독일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다. 이 또한 e-트론 GT의 별격을 느낄 수 있는 면. 공장의 이름은 ‘뵐링어 회페(Böllinger Höfe)’이고 아우디의 고급 라인업이 개발-생산되는 네카줄름 부근의 하일브론에 자리잡고 있다. (아우디 데모카들의 사진에서 자주 보이는 ‘HH’로 시작하는 번호판이 바로 하일브론 등록이라는 뜻이다.) 이 곳은 아우디 R8을 생산하기 위하여 지어진 곳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궁금증이 시작된다. R8은 거의 대부분의 공정을 사람 손으로 진행하는 소량 생산 모델이다. 이에 비해 e-트론 GT는 차체의 조립 과정 85%가 자동화된 신세대 첨단 모델이다. 그런데 이 둘을 한 공장에서 생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최정상 모델로서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까?

85% 자동화 공정으로 제작되는 e-트론 GT의 차체도 R8과 함께 숙련된 작업자의 손길에서 정교하게 마무리된다.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숙련도였다. 아우디 e-트론 GT의 펜더, 도어, 엔진 후드 등 외부 패널들은 숙련된 장인들의 손에 의해 결합된다. 작업자들은 모두 복잡한 제작 공정으로 15분 이상 지속되는 롱 사이클 공정에 익숙한 마이스터들이다. 또한 e-트론 GT의 차체 용접 공정에도 사람의 손이 필요한 2개의 수동 스테이션이 있는데 아우디 R8의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ASF)을 제작하던 전문 숙련자의 손길만큼 최적의 선택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아우디 e-트론 GT는 미래를 향한 모델이지만 풍부한 감성과 장인들의 손길로 완성된 프리미엄 모델이었다.

지금까지 맛있는 음식인 e-트론 GT의 면모를 다루었으니 이제 그릇 이야기를 하자. 이번 행사는 아우디가 새롭게 선보인 언론 커뮤니케이션 온라인 채널인 ‘아우디 테크토크(Audi TechTalk)를 통하여 진행되었다. 언택트 시대에 따라 행사와 커뮤니케이션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제 드물지 않다. 그러나 아우디 테크토크는 그 뿌리가 좀 다르다. 재작년 아우디는 최초의 본격적 전기차인 e-트론을 출시하기 전에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오프라인 테크토크 행사를 개최했었다. 그 가운데에서 나는 베를린의 고전압 설비 공장에서 이루어진 e-트론 고전압 파워트레인 시스템 관련 세션과 미국 파이크스 피크의 30km 다운힐에서 실제로 진행된 에너지 회수 효율 체험 세션에 참가했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아우디 테크토크의 핵심은 깊이다. 언론과 차량 개발진이 직접 접촉하는 행사는 아주 드물지는 않다. 하지만 아우디 테크토크처럼 엔지니어들이 꼭 하고 싶은 말들, 짧은 보도자료나 질의응답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꾸준하게 기술적 주제를 다루면서 엔지니어들과 언론 양쪽의 답답하고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아우디 테크토크는 자동차의 전환기에 무수한 기술적 주제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요즘 시대에 잘 어울리는 소통의 방법이다.

새로운 음식인 아우디 e-트론 GT와 이것을 담는 새로운 그릇인 아우디 테크토크. 참신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소통이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상기 이미지는 국내 판매 사양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차량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은 구매 시 제공되는 사용설명서와 별도 책자를 참조 하시기 바랍니다.
*구입한 차량의 실제 사양은 표시된 사양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모델은 공급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