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디가 ‘아우디 시티’를 통해 제시한 새로운 소통 방식
최근 20여 년 동안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스마트폰은 디지털 혁명을 일으켰다. 정보의 양과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변화는 사회 전 분야에서 일어났다. 간결하게 정리하자면, 세상은 디지털로 급속도로 재편됐다. 활자와 사진은 디지털 속에 녹아 들어갔다. 영상은 특별한 무엇이 아닌 일상의 언어로 다가왔다. 20여 년 전 일상이 박물관 유물처럼 됐으니까.
이런 흐름에서 자동차 브랜드도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고객과 직접 만나는 전시장은 변화가 필요했다. 자동차 전시장의 속도는 천천히 흐른 게 사실. 실물을 보고, 설명을 듣고, 시승하는 과정은 시대 불문 비슷했으니까. 그게 꼭 최선일까? 아우디는 이 의문에 답을 찾기로 했다. 이미 7년 전의 일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개념의 전시장인 ‘아우디 시티’가 등장했다. 디지털로 소통하는 시대의 흐름을 전시장에 적극 투영했다. 색다른 시도였다.
아우디 시티는, 간단하게 말하면 디지털 전시장이다. 실물 자동차보다는 디지털화된 자동차를 선보인다(몇몇 모델은 실물로 전시하기도 한다). 언뜻 잘 와닿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다. 자동차란 모름지기 실물을 봐야, 만져보고 앉아봐야 감흥을 느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은 그 통념을 희석시킨다. 그 사이, 디지털로 구현한 것들을 즐기는 데 거부감도 줄어들었다. 오히려 더 편하고, 감각적이며, 즐거운 경험으로서 디지털을 받아들인다. 디지털은 보편성을 띤 지 오래다. 도전할 시기가 무르익었다.
아우디 시티의 핵심은 디지털로 구현한 확장성이다. 자동차를 전시하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많이 전시할수록 더 큰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은 수많은 자동차를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다. 공간의 제약을 줄이고 정보 접근성을 높인다. 이제 차량의 기본적인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
아우디 시티는 단지 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한 장소가 아니다. 기존 전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감흥까지 최대한 구현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실제적인 크기 같은. 아우디 시티의 상징 같은 ‘파워 월(Powerwall)’ 덕분이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벽면을 아예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만들었다. 벽 자체가 화면이니 1대1 크기로 차량을 보여줄 수 있다. 디지털화된 정보지만 최대한 실제 느낌을 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이지만 실제와 같은 감흥을 준다는 점이 핵심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각기 다른 장점을 조합해 새로운 접점을 찾은 셈이다. 디지털이지만 최대한 실제처럼.
당연한 말이지만, 아우디 시티에서 디지털의 장점은 극대화된다. 다양한 모델에 수많은 요소를 손쉽게 조합해 보여준다. 공간의 한계를 극복했달까. 커다란 전시장이라도 모든 선택사양을 두루 실물로 보여줄 순 없다. 선택사양은 카탈로그를 보며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아우디 시티에선 고려하는 모델의 색상부터 각종 실내 선택사양을 양껏 조합할 수 있다. 게다가 파워 월이 보여주는 1대1 크기 그대로 선보인다. 선택사양에 속한 가죽 견본도 비치해놓아 시각과 함께 촉각까지 만족시키기도 한다. 해서 디지털 정보지만 체감 느낌은 생생해진다.
가상현실 기술(VR)도 빼놓을 수 없다. 디지털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해 적용했다. 단지 아우디 모델을 보여주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우디 모델과 어울리는, 혹은 아우디 모델로 가고픈 장소까지 선택할 수 있다. 가령 프랑스 르망 서킷에서 감상하는 아우디 R8 같은 구성.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아우디 모델을 체험하는 즐거움으로 전시의 영역을 확대한다. 경치와 함께 차체를 둘러보거나 문을 열어 실내를 훑어보면 감흥이 또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정도면 정보라기보다는 유희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한다. 아우디 시티가 노리는 지점도 비슷하다. 단순히 디지털로 구현한 전시장을 넘어 더 쉽고, 신선하며, 다채롭게 아우디라는 브랜드를 접할 공간을 제시한다.
물론 아우디 시티는 경험만 제공하는 건 아니다. 기존 전시장과도 연결돼 있다. 아우디 시티에서 유희처럼 체험한 후 더 관심이 생긴 사람들을 기존 전시장의 시승 프로그램으로 연결한다. 즉, 최신 언어로 소통하면서 아우디와 고객의 접점을 넓히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우디 시티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전 세계 주요 도시로 뻗어 나간 중요한 이유다.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하는 첨병 역할이랄까. 디지털이라는 최신 방식으로 브랜드를 소통하는 장.
해서 아우디 시티는 문화 공간으로도 영역을 확장한다. 디지털 콘텐츠를 자유롭게 구현하기에 공간을 활용할 여지가 많으니까. 게다가 주요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다는 점도 문화 행사를 열기에 적절하다. 기존 전시장은 공간 문제로 주로 외곽에 있다(국내는 좀 다르지만). 시대의 감각이 예민하게 날 서 있는 도시 중심부에서 아우디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한다. 이런 지리적 이점이 문화 공간으로서 아우디 시티의 영역을 확장한다.
아우디 시티에선 어떤 행사든 열릴 수 있다. 클래식카를 전시하거나 심지어 연사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기도 한다. 아우디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다면 제한은 없다. 아우디 시티를 디지털 전시장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아우디라는 브랜드의 감각과 취향을 드러내는 특별한 공간. 아우디 시티는 라이프스타일로 자동차를 선보이려는 브랜드의 최신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미래적인 공간. 단지 디지털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우디 시티는 세계 각국 주요 도시에 포진해 있다. 2012년 런던에서 처음 생긴 이후로 유명 도시에 하나둘 생겼다. 2013년에는 베이징에, 2014년에는 베를린에 문을 열었다. 이스탄불과 파리, 모스크바도 아우디 시티가 자리 잡은 도시다. 지난해 10월에는 바르샤바에 문을 열어 아우디 시티가 여전히 확장한다는 걸 보여줬다. 아우디 시티는 현재진행형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누구보다 먼저 시도한다. 그 도전과 성과가 쌓여 프리미엄이란 호칭을 받았다. 그에 합당한 결과물은 기본이다. 아우디는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슬로건으로 도전해왔다. 그 도전을 꼭 자동차 제품 기술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 브랜드를 전하는 방식에서도 도전은 통용된다. 아우디는 아우디 시티를 통해 소통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