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12.0km 달리는 고성능 자동차라니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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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차량이 서 있습니다.

리터당 12.0km 달리는 고성능 자동차라니 [시승기]

제품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아우디 차량이 주행하고 있습니다.

▶ 아우디식 그란 투리스모를 원한다면

사람 마음이란 게 복잡하다. 원하는 게 다채롭다. 같은 방향이라도 층이 다수다. 특히 고급스러움에 관해선 세밀해진다. 고성능이라도 단계가 여럿 있고, 고성능에 따른 부수적 요소도 감안해야 한다. 취향은 그라데이션처럼 단계별로 달라진다. 자동차 브랜드는, 그럼에도 사람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모델별, 트림별로 라인업을 다채롭게 구성하는 이유다. 아우디의 S 모델은 그런 복잡한 마음을 반영했다. 고성능이라도 마니아적이진 않은 고성능 자동차.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저마다 고성능 배지 달린 라인업이 있다. 아우디는 RS다. 레이싱 스포트(Racing Sport)의 약자. S는 최고의 성능(Sovereign Performance)을 뜻한다. 이름에서 짐작하다시피 RS는 흉포한 성격이다. 고성능의 끝을 향해 밀어붙인다. 고성능 자동차로 솜털 뾰족해질 때까지 달리고픈 욕망을 자극한다. 로망이다. 하지만 로망과 소유는 다소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 그 정도까지 흉포할 필요는 없는데, 하는 절충. 그러면서 기본 모델보다는 짜릿함을 원하는 욕망. 그라데이션처럼 복잡 미묘한 마음 상태. 아우디에서 S는 그런 사람을 위한 모델이다.

아우디 S7차량의 앞모습

아우디 S7은 S 배지를 받은 A7이다. A7이 쌓아올린 스타일을 토대로 고성능을 품었다. 아우디가 S를 빚는 방식은 간결하다. 따로 배지를 수여하지만 안팎 변화가 크진 않다. 우락부락하게 근육을 덧댄다든가, 여기저기 사납게 화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검은색 파츠를 활용해 진중하게 누른다. 차량의 선과 면, 비율에 더욱 집중하게 한달까. 거기에 약간의 치장을 가미한다. 사이드미러를 무광 은색으로 처리한다든가. 그렇다고 심심할까? 오히려 절제했기에 변화가 더욱 도드라진다. A7의 디자인 자체가 원래 완성도가 높으니까. 다른 아우디 모델보다 A7의 디자인이 돋보이기에 효과는 더욱 증폭한다. 스타일에 관해선 아우디가 고단수다.

실내는 S 배지 박힌 D컷 스티어링 휠과 시트로 차별화한다. 특히 S 스포츠 시트는 S7의 인테리어 핵심. 헤드레스트 일체형이기에 고성능을 표현하면서 발코나 가죽을 다이아몬드 퀼팅 무늬로 꿰매 고급스러움도 더했다. S7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알 수 있다. 고성능이지만 쿠페형 세단으로서 우아함도 놓치지 않았다. 우아한 고성능. 자주 보는 수식어다. 맞다. 그란 투리스모의 방향성과 맞닿는다. 장거리를 고성능으로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 S7은 S 배지를 달면서 그란 투리스모의 영역대로 들어선다. A7의 2단 변신 상태다운 영역.

그란 투리스모로서 S7의 진면모는 달릴 때 드러난다. S7의 심장은 3.0리터 V6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이다. 예전 S7과는 배기량도, 기통수도 줄었다. 하지만 성능과 효율 사이의 저울질은 고성능 모델이라도 피해갈 수 없다. 덕분에 고성능인데도 연비가 흐뭇하다. 리터당 12.0km 달리는 고성능 자동차라니. 절충의 묘는 이렇게도 나타난다. RS와 확실히 선을 긋는 셈이다.

아우디 차량이 오르막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심장이 줄어든 만큼 감성적인 면이 약할 수 있다. 다운사이징의 흐름 속에서 고성능 자동차가 고심하는 부분이다. 음미할 소리의 폭이 줄어드니까. S7은 사운드 제네레이터를 통해 소리의 아쉬움을 달랜다. 증폭한 소리라는 걸 알아도 실내에서 들으면 꽤 자연스럽다. 웅장하게 온몸을 자극한다. 단지 소리만 떼놓고 접하지 않아서다. 소리는 종합적인 감각과 결합한다. 그러니까 시트의 밀도와 질감, 가속페달의 반응성, 조향할 때의 감각이 소리와 맞물린다.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음색이 자연스럽고 풍부하다. 고성능이지만 날카롭지 않다. 예민하게 기분을 자극하기보다는 중후하게 어루만진다. 선 굵은 바리톤의 음색이랄까. 물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격정적으로 변하긴 한다. 전장의 북소리처럼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킨다. 그럴 때면 세련되게 빚은 실내가 S7만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렇게 그란 투리스모다운 풍요로움을 쌓아간다. 엔진 크기와는 별개로 심장으로 느낄 감성은 줄지 않았다.

S7의 거동에서도 그란 투리스모다운 면모가 엿보인다. 고성능을 활용하는 방식 차이다. 보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 집중하느냐, 풍요롭게 하는 재료로 사용하느냐. S7은 후자다. 해서 하체 역시 기본 성향은 안락함을 고려한다. 일상 기준으로 도로를 달릴 때 나긋나긋함까지 느껴진다. 고성능 모델 기준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물론 속도를 높여 밀어붙인다고 흐트러질 리 없다. 안락함 속 고성능 품을 탄탄한 본성이 건재하다. 그 사이를 오가며 달리다 보면 그란 투리스모로서 S7의 매력이 배어 나온다.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하이글로시, 무광 크롬과 가죽이 빚어내는 실내 역시 한층 우아하게 다가온다. 감정의 화학 반응까지 종합된 결과다.

아우디 차량의 사이드 미러입니다.

연주하듯 S7을 몰고 있으면 쭉 뻗은 길이 나오길 기다리게 된다. 주변 풍광은 단순할수록 좋다. 고갯길을 예리하게 달리기보다는 직선, 혹은 완만한 코너에서 출력을 흩뿌리며 달리는 쪽이 더 즐겁다. 크고 묵직한 차체로 짓누르며 질주하는 일련의 과정이 풍요로우니까. 그란 투리스모가 그렇고, S7 역시 같은 성향을 품었다. 이런 즐거움은 더 고성능인 RS도 줄 수 없다. 지향하는 지점이 다른 까닭이다. 물론 RS는 그보다 더 날카롭고 들끓는 감각을 선사할 테지만. S7을 단지 RS7과 A7 사이의 중간 모델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한참 S7으로 나만의 연주를 끝내고 내렸을 때, 자연스레 역순으로 S7을 바라봤다. 처음에 봤을 때와 내려서본 외관 느낌은, 비슷하지만 달라졌다. 검은색으로 간결하게 매만진 외관은 더욱 묵직하게 다가왔다. 무광 은색 사이드미러는 특별한 징표로서 도드라졌다. 타기 전보다 타고 나서 느낀 감흥이 더 커졌달까. 그런 사람 있잖나. 말 섞고 겪어보니 달리 보이는 경우. S7을 운전하며 만끽한 풍성한 감각 덕분이다. 남다르게 여운이 짙은 자동차가 있다. 그렇게 S7은 A7과 RS7 사이에서 고유한 영역을 확보했다. A7이 S 배지를 달면 생기는 변화는 명확했다. 매력적인 그란 투리스모로서 아우디 라인업을 풍성하게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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