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슈퍼스타’ 왜 콕 집어 아우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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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차량의 앞면 모습입니다

‘CES 슈퍼스타’ 왜 콕 집어 아우디인가

기술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자동차 경주 모습

▶ 아우디가 CES에서 유독 주목 받는 까닭

"지상 최대 가전 박람7회의 주인공이 자동차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 전자화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자동차도 전자제품처럼 변한다. 전자화에 앞선 자동차회사가 CES의 슈퍼스타로 떠오른다"

영화 <극한직업>에 나온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는 영화사에 남을 최대 유행어가 아닌가 싶다.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울 지경이지만, 모호한 상황에 워낙 잘 들어맞는 말이라 아직도 곳곳에 패러디가 넘쳐난다. CES도 그중 하나다.

해마다 1월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비자 가전 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가 열린다. 지상 최대 가전 박람회 CES는 첨단 전자·IT 기기 경연장이다. 왠지 전자제품들만 가득할 법한 CES에 10여년 전부터 자동차회사가 하나둘 참가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전자화는 예전부터 진행돼왔지만, 최근 들어 전자화의 범위와 수준은 놀랄 정도로 넓고 높아졌다. 자동차를 기계가 아니라 전자제품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전자제품화가 된 자동차의 CES 참여는 당연한 일. 이제는 주인공이 자동차일 정도로 CES의 핵심 분야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이런 CES는 없었다. 이것은 가전쇼인가, 모터쇼인가?’라는 말이 나올 만큼 CES에서 자동차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자동차회사가 CES로 대거 몰리면서 자동차가 주인공인 모터쇼는 오히려 퇴보하는 추세다. CES를 피해 모터쇼 날짜를 바꾸기도 한다. 자동차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자동차 정비 모습

자동차의 전자화가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이유는 자동차에서 기계와 전자 분야 발전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본질은 기계다. 기계기술 발전은 자동차 초창기부터 끊임없이 이뤄졌다. 나올 만한 기술은 다 나와서 지금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전자장비는 기계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다. 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자장비의 기능과 역할은 고도화됐지만 기계의 영역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정체기인 기계와 달리 전장 분야는 아직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화가 이뤄지면서 IT, 반도체, 통신 등이 융합한다. 커넥티비티, 네트워크, 운전자 보조 기능, 디스플레이. 자율주행, 전기차 등 전장화 분야는 계속해서 넓어진다. 자동차의 정의를 ‘바퀴 네 개 달린 컴퓨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전자와 기계의 분야 역전 현상이 심화했다.

CES에 자동차회사 참여가 늘었다고 해서 모두가 주연은 아니다.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신기하고 새로운 첨단기술을 들고 나와야 주인공이 되고 슈퍼스타가 된다. 자동차가 아무리 전자화 수준이 높다고 해도, 기계 기반 업체가 전자라는 이종 분야까지 잘 해내기는 쉽지 않다. CES에서 전자화에 특출한 자동차회사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동차회사 중 CES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하는 업체는 아우디다. 2011년부터 참가해 해마다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자동차 전자화 트렌드를 주도한다. 디자인과 기술 등 자동차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트랜드를 이끌어온 아우디의 본질이 전장 분야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2019 CES 아우디 가상현실 플랫폼 영상보기
기조연설 장면

◆ 2011 CEO 기조연설

기조연설은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누가 하느냐가 관심거리다. 빌 게이츠 등 IT 업계 거물들이 주로 기조 연사로 나섰다. CES에는 사상 처음으로 2008년 자동차업체 CEO가 연설했다. 자동차와 전자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2011년 CES 기조연설은 루퍼트 스태들러 아우디 회장이 맡았다. 아우디 CEO로서 모터쇼가 아닌 곳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는 처음이다. 스태들러 회장은 아우디가 열어가는 무선 인터넷 시대, 운전자 보조기술과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향상, MIS(Modular Infortainment System), 커넥티드카 등 다양한 전장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아우디는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CES 참가했다. 자동차업체로서 보여줄 새로운 모습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 2012 아우디 커넥트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기름이 없다’고 말하면 구글 지도와 연동해 주변 주유소를 검색해 알려준다. ‘배고프다’고 하면 음식점을 추천해주고, ‘현금이 필요하다’고 하면 ATM이나 은행 위치를 알려주는 식이다. 구글 어스와 스트리트 뷰 등을 아우디 시스템에 맞게 결합해 아우디만의 독창적인 시스템을 완성했다. 인터넷을 비롯한 차 밖의 환경을 차와 연결하려는 아우디의 미래 IT 융합 방안을 아우디 커넥트로 구현했다.

파일럿파킹 모습

◆ 2013 파일럿 파킹

주차를 자동으로 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하면서 주차 기술도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주차는 차에서 내려 리모컨으로 스마트폰만 한번 누르면 알아서 주차하는 방식이다. 파일럿 파킹은 자동차가 알아서 주차공간을 찾아가는 기술이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뒤 알아서 주차하고, 다시 불러내면 운전자 앞으로 온다. 초음파 센서 12개, 탑 뷰 카메라 4대, 레이저 스캐너가 주변 상황을 파악해 안전한 주차를 돕는다.

◆ 2014 버츄얼 콕핏

계기판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채웠다. 12.3인치 크기에 1440×540픽셀 고해상도로 다양한 정보를 선명하게 표시한다. 아우디는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최신 프로세서를 넣어 3D 이미지를 강화했다. 초당 60프레임으로 속도계와 태코미터 바늘의 움직임도 정확하게 표현한다. 화면에는 내비게이션, 카메라 뷰, 운전자 지원 기능, 전화, 라디오, 오디오 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을 표시할 수 있다. 속도계와 태코미터는 상황에 따라 화면에 크게 자리 잡거나 작은 크기로 양옆 구석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 2015 900km 자율주행 성공

전시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기술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자율주행차를 운행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900km 구간을 A7 자율주행 콘셉트카가 달렸다. A7 콘셉트카는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고 센서 20개를 달았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전후방 및 측면 레이더 센서로 구성한 측면 보조 시스템을 활용해 앞뒤 자동차, 신호등, 보행자 등을 감지한다. 센서 정보는 중앙 운전자 보조 제어장치(zFAS)가 처리한다. 평균시속 110km로 실제 도로를 주행했고, 이보다 속도가 빨라지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버츄얼 대시보드

◆ 2016 버츄얼 대시보드

버츄얼 콕핏에 이어 2016년에는 버츄얼 대시보드를 선보였다. 대시보드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아우디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콘셉트를 구체화했다. 계기판을 포함한 세 곳에 OLED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물리 버튼 사용을 최소화한다. 디스플레이가 여러 개고 크기가 커서 더 많은 인터페이스를 담고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단순한 터치에서 벗어나 물리 버튼 촉감을 살리고 필기로 명령을 입력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구사한다. 버츄얼 디스플레이는 먼 미래가 아닌 바로 나올 차를 겨냥한 기술이다. 신형 A8을 비롯해 e-트론이 버츄얼 대시보드를 받아들였다.

◆ 2017 인공지능 자율주행

Q7 딥러닝 콘셉트는 자율주행에 새로운 인공지능을 적용했다. 인공지능으로 스스로 학습해 주변 상황에 더욱 똑똑하게 대처한다.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자율주행차에 인공지능은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 받는다. 딥러닝 콘셉트는 전방 200만 화소 카메라와 엔비디아 드라이브 PX2 프로세서가 상호 교신해 자동차 위치를 감지한다. 트레이닝 카메라는 도로와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운전자 반응과 카메라 감지 사이에 상관관계를 읽어낸다. 자동차 스스로 주행 상황을 학습해 현재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 최적화된 판단을 내린다. 자동차는 도로 신호체계를 이해하고 분석해 신호에 따라 주행모드를 변경하고, 경로도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등 높은 자율성을 보여준다.

◆ 2019 가상현실 플랫폼

자동차를 활용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없다. 아우디는 2019 CES에 아우디 익스피리언스 라이드, 아우디 이머시브 인카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였다. 엔터테인먼트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 활용법의 새로운 모습이다. 익스피리언스 라이드는 뒷좌석 승객이 VR 안경을 쓰고 영화, 비디오게임,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경험한다. ‘마블 어벤져스: 로켓 레스큐 런’이라는 체험 콘텐츠도 선보였는데, e-트론에서 VR 안경을 끼고 우주로 이동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실제 차의 움직임에 따라 콘텐츠 경험도 달라진다. 이머시브 인카 엔터테인먼트는 자동차가 멈춘 동안 다양한 액션을 제공한다. 도로 구조나 주변 차 움직임은 그대로 재현하고, 건물이나 보행자를 캐릭터로 변환해 주변이 영화나 게임처럼 바뀐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듯한 체험을 경험한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뛰어넘어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엔터테인먼트 도구로 변신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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