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지고 싶은 자동차를 꼽는다면, 역시 아우디
자동차의 감성이라면 주로 시각과 청각을 얘기한다. 맞다. 굵직한 한 방으로 손색없다. 눈을 매료하는 디자인은 얼마나 심금을 울리는가. 귀를 통해 심장을 자극하는 배기음은 또 얼마나 벅차오르게 하는가. 보통 스포츠카의 장기다. 하지만 모든 자동차가 스포츠카가 될 수 없고, 다른 자동차라도 감성을 충분히 자극한다. 그때 역시 시각과 청각이 영향을 미친다. 그것뿐일까? 중요한 부분이 있다. 촉감이다. 자동차와 촉감, 낯설지만 영향력이 크다.촉감이라면 손에 닿는 느낌, 그러니까 우선 촉각을 떠올린다. 하지만 촉감에는 촉각만 존재하진 않는다. 시각적 촉감과 청각적 촉감, 촉각적 촉감 모두 촉감 아래 존재한다. 눈으로 보는 어떤 형태와 질감, 색체에 따라 우린 촉감을 느끼지 않나. 매끈한 쇠의 질감에서 서늘함을, 그윽한 나무의 질감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것과 같다. 또한 소리를 통해서도 촉감을 느끼기도 한다. 손에 닿는 감촉, 즉 촉각이야 당연한 연상반응이다. 이런 촉감은 자동차를 바라볼 때 꽤 중요하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일수록 각종 소재에 신경 쓰잖나.알게 모르게 촉감은 자동차의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같은 형태라도 소재에 따라 촉감이 달라진다. 또한 같은 소재라도 가공 기술에 따라 촉감이 달라진다. 외관이든, 실내든 촉감이 관여해 자동차가 제시하는 공간의 질을 높여주는 셈이다. 어쩌면 촉감은 직접적인 디자인보다 더 영향력이 높을 수 있다. 디자인은 개인 호불호가 작용하지만 촉감은 명확하니까. 좋은 건 확실히 좋고, 노력할수록 차이가 생긴다. 자동차에 촉감이 중요한 이유다.
촉감 좋은 자동차. 아우디가 꾸준히 공들인 분야다. ‘디자인의 아우디’를 보다 증폭시킨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아우디 디자인의 간결한 선은 촉감과도 연결된다. 자동차 디자인이 간결하다는 점은 금속 질감이 잘 드러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늘하고 매끈한 질감은 시각적 촉감을 유발한다. 단단해 보이고 말끔한 느낌은 디자인을 넘어 촉감에서 만족감을 준다.일례로 아우디의 철판 가공 능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면과 면을 형성하는 외관의 선은 철판 가공 능력으로 그린다. 그 실력이 디자인을 살리고 촉감을 향상시킨다. 지붕과 차체를 연결하는 이음새가 매끈한 점 또한 아우디의 실력을 증명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외관에서 전하는 서늘한 촉감은 아우디 모델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잘 절삭한 한 덩어리의 질감. 디자인으로 자극한 후 촉감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셈이다.
본격적으로 촉감으로 감흥을 쌓는 건 실내다. 앉아서 스티어링 휠을 잡는 순간부터. 아우디 스티어링 휠은 마치 손과 손을 맞잡은 듯 부드럽다. 단지 가죽이 좋다는 말로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잘 가꾼 피부에 손대는 듯 적당한 탄력과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표면 질감이 미끌거리지 않으면서도 뻑뻑하지 않다. 독특한 감촉은 휠을 쥔 손을 넘어 기분까지 차분하게 한다. 흔히 아우디 실내 질감을 촉촉하다고 한다. 다분히 감성적 단어지만 과장만은 아니다. 적절한 소재와 질감, 탄력이 어우러져 형성한 촉감이다.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무조건 잡아야 하는 스티어링 휠이기에 이 촉감은 강력하게 아우디 전반에 흐른다.자동차 실내에는 무수히 많은 버튼이 존재한다.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확장되는 추세지만 버튼 역할은 여전히 크다. 운전할 때마다 많든 적든 버튼을 누르고 당기고 매만진다. 그냥 버튼이지만, 아우디는 이 부분에 공들였다. 플라스틱 버튼이라도 표면을 가공해 질감의 등급을 높였달까. 물론 이 정도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누구나 고심하는 영역이다. 아우디는 더 나아갔다. 누르고 당기는 그 순간, 버튼이 눌리고 당겨지는 그 저항의 질감을 매만졌다. 뻑뻑하지도, 헐렁하지도 않은 경쾌함. 피아노 건반 누를 때처럼 아우디 버튼을 누를 때 즐거울 수 있다. 창문을 열고 닫고, 주행 모드를 변경하는 등 자동차를 조작할 때마다 새삼 놀란다.
스티어링 휠을 잡는 촉감이, 버튼 누르는 촉감이 뭘 그리 중요하느냐고 할 수 있다. 안전이나 기술 문제는 아니다. 오직 눈과 귀와 손에 닿는 감각의 차이다. 없어도 자동차가 움직이는 데 무방하다. 하지만 언제나 우린 그 이상을 원해왔고, 수많은 브랜드가 그 이상을 지향한다. 아우디는 그 이상으로 가는 방향성에 촉감이라는 지점에 주목했다.자동차가 선사하는 다양한 즐거움 중 공간이라는 개념은 중요하다.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간의 질은 운동 성능과 어깨를 견주는 가치가 생긴다. 아우디를 운전할 때마다 기분이 차분해진 이유다. 마치 잘 재단된 수트를 입고 어딘가로 가는 기분이랄까. 몸을 옥죄지도 그렇다고 헐렁해 거치적거리지도 않은 상태. 피부에 닿는 셔츠의 사각거림이 기분 좋은 긴장감을 선사하듯이. 바지의 부드러움이 편하게 허리를 펴게 하듯이.
흔히 아우디 자동차를 세련됐다고 얘기한다. 그 세련됐다는 단어 속에는 촉감이 쌓아올린 공간 질감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밤이 되면 실내 곳곳에 드러나는 붉은색 아우디 시그니처 라이트 역시 그 촉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검은색 실내에 요소를 또렷하게 하는 붉은색 배합이 도회적인 느낌을 배가하잖나. 이렇게 시각적 촉감부터 촉각적 촉감까지 아우디는 능수능란하게 활용한다. 아우디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자기 영역을 형성할 때 촉감이야말로 알게 모르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누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을 누구보다 먼저 집중해 자기 장기로 만들었다.아우디 TT 실내아우디의 촉감은 몇몇 특정 모델만의 비기 같은 게 아니다. 전 차종에 고루 적용된 방향성이다. 물론 모델별 정도 차이는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위 모델로 갈수록 촉감은 더욱 도드라진다. 그럼에도 어떤 자동차를 타든 그 안에서 아우디가 공들인 촉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출발하는 그 순간, 촉감의 영역이 펼쳐진다.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평가하는 항목은 여러 개다. 아우디는 촉감이라는 항목을 어떤 브랜드보다 높고 넓게 적용했다. 그러고 보면 아우디 시승할 때 이런 말을 많이 했다. 만지고 싶은 자동차. 다 이유가 있었다.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