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8의 한계는 없다! 일상에서 타고 다니는 600마력 SUV
A8과 Q8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아우디 브랜드 안에서 A8과 Q8은 각각 세단과 SUV 라인업의 기함 역할을 한다. 같은 브랜드 차종이고 분야도 달라서, 아예 두 차를 비교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굳이 어느 차가 낫다고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기도 쉽지 않다. 뜬금없기로는 영화 <친구>에 나온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과 바다 거북이가 시합하면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과 비슷하다. 두 차를 비교한다고 해도,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 또는 개인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SUV가 대세이니 Q8이 낫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고, 전통적으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는 세단이니 A8이 진정한 승자라고 결론 내릴지도 모른다.
정답을 찾기 힘들어도 비교가 의미 없지는 않다. 성격이 다른 두 차를 비교하면 브랜드 전략이나 지향하는 바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성능 수치와 고성능 모델을 기준 삼아 두 차를 비교해보자. 아우디 고성능 모델은 S와 RS로 나뉜다. 힘 관계를 따지면 ‘S < RS’이다. 성격은 조금 다르다. S는 안정적인 고성능, RS는 극한 고성능이다.
A8에는 S8만 있고 RS 8은 없다. RS8 프로토타입이 나온 적은 있지만 일회성 쇼카였다. RS는 없지만 W12 엔진을 얹은 최고 모델이 기함의 자존심을 살린다. 실린더가 많고 배기량이 크다고 해서 W12 엔진의 출력이나 토크가 아우디 모델 중에서 가장 강하지는 않다. 12기통이라는 상징성은 크지만 성능 수치는 고성능 최고 모델보다는 낮다. 최고출력은 500마력에 머문다.
A8과 달리 Q8은 SQ8과 RS Q8 모두 나온다. RS Q8의 출력은 600마력이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기함이라도 SUV Q8이 A8을 앞선다. 단정 짓기는 이르다. 세부 모델로 따지면 평가는 또 달라진다. S8의 최고출력은 571마력으로 RSQ8과 비교해 29마력 낮지만 토크는 81.6kg·m로 같다.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 만약 RS 8이 나온다면 RS Q8과 비교해 더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60 TDI는 S 배지를 달지 않았지만 엔진 제원은 SQ8과 같다. A8 라인업에서 이 정도 성능은 굳이 고성능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성능 잠재력으로 따진다면 A8이 Q8보다 한 수 위다.
A8과 Q8의 비교를 떠나 대형 SUV에 고성능 모델이 두 종류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성능 모델은 브랜드 전략이나 유행에 따라 모델이나 엔진, 성능이 달라진다. 아우디는 주로 세단이나 해치백 계열에 고성능 모델을 뒀다. 엔진도 가솔린만 사용했다. SUV가 인기를 끌면서 고성능 SUV 시장도 커졌다. 아우디도 SUV 라인업에 고성능 모델을 하나 둘 늘렸다. SUV 라인업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 고성능 모델은 SQ5이다. 2012년 파리모터쇼에 공개된 SQ5 TDI는 아우디 SUV 라인업 최초로 선보인 고성능 모델이고, S와 RS 통틀어 디젤 엔진을 처음으로 썼다. 최고출력 313마력, 최대토크 66.3kg·m로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가솔린 모델인 SQ5 3.0 TFSI는 조금 늦은 2013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선보였다.
SQ5가 나온 이후 아우디 고성능 SUV 모델은 급속하게 늘었다. 현재 나오는 차종은 SQ2, RS Q3, RS Q3 스포트백, SQ5, SQ7, SQ8, RS Q8이다. SUV 라인업에 빈틈없이 고성능 모델이 자리를 차지한다. 눈여겨볼 차종은 Q8이다. SUV 모델 중에 S와 RS 모두 갖췄다. 아우디 SUV 중에서 가장 큰 모델인데 고성능으로 퍼포먼스를 강화했다. ‘대형급에 고성능이라니. 굳이…’라는 생각이 들 법하지만, 대형 SUV 시장에는 은근히 고성능 SUV가 많다. 예로부터 고성능 배지를 달지 않더라도 성능이 넘쳐나는 상위 트림 모델이 특별한 시장을 형성했다. Q7에도 한 때 V12 TDI 엔진을 얹은 모델이 나왔다. 최고출력 500마력, 최대토크 101.9kg·m에 이르는 엄청난 성능을 보여줬다.
최근 몇 년 사이 고성능이 차별화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고성능 SUV는 모델 종류가 체계화되고 성능도 더욱 강해졌다. 트림의 일부분으로 있던 고성능 모델이 차별화된 배지를 달고 전면적으로 성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함은 자존심이 중요시하기 때문에, 체면을 세우려면 없는 고성능이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고성능 모델 기반이 탄탄한 아우디가 Q8에 고성능 모델을 만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성능을 보자. SQ8은 디젤이다. V8 4.0L 엔진은 터보차저 두 개를 달아 최고출력은 435마력, 최대토크는 91.8kg·m에 이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시간은 4.8초이고 최고시속은 250km에서 제한이 걸린다. 아우디 측 설명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디젤 엔진이다. SUV 모델 중 가장 작은 Q2에 들어가는 1.6L 디젤과 비교하면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감이 잡힌다. 1.6L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은 116마력, 최대토크는 25.5kg·m이다. SQ8은 출력과 토크가 거의 4배에 이른다. 유럽 기준 복합 연비는 1L에 12.8km이다.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한다.
RS Q8은 가솔린 모델이다. V8 4.0L 엔진을 얹는데, 배기량과 실린더 개수는 SQ8과 같지만(엄밀히 따지면 cc 단위 배기량은 다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600마력과 81.6kg·m로 차이를 보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3.8초이고, 시속 200km는 13.7초 만에 도달한다. 최고시속은 250km로 제한하는데, 옵션인 다이내믹 패키지를 적용하면 시속 305km까지 올라간다. RS Q8은 Q 라인업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역동적인 모델이다. 아우디 RS 25년 역사에 처음으로 대형 SUV가 RS 배지를 달고 나왔다. A 라인업 최강자인 RS 6/ RS 7과 엔진 제원은 같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만 0.2초 느릴 뿐이다(RS 6와 RS 7은 3.6초).
Q8에 S와 RS가 잘 어울리는 이유 중 하나는 디자인이다. 아우디 SUV 중에 가장 먼저 나온 Q7은 크로스오버 특성이 두드러졌다. 차체가 길고 지상고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SUV라기보다는 키를 키운 아반트 모델처럼 보이고 바닥에 착 달라붙은 자세가 나온다. 지금도 그 특성은 그대로 이어진다. Q7의 형제차인 Q8도 마찬가지로 크로스오버 느낌이 강하다. 쿠페 감성을 불어넣어 더욱더 늘씬하고 역동적이다. 기본 디자인이 날렵해서 고성능인 S와 RS가 잘 어울린다.
고성능 모델의 매력은 은근한 변화다. 성능은 강력하지만 외모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일반 모델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고성능 모델만의 개성이 드러난다. S와 RS는 기본 모델과 차별을 두기 위해 세부 디자인 요소를 다르게 한다. 곳곳에 붙인 고성능 배지, 차별화한 그릴 디테일, 어두운 톤 실내 색상, 스포츠 시트, 22인치(S)와 23인치(RS) 휠 옵션 등 고성능 모델만의 특징을 살린다.
SQ8과 RS Q8은 기본 형태는 Q8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디테일에서 차이를 보인다 Q8은 아우디 SUV 라인업의 기함으로 통한다. 단순히 숫자가 제일 커서 기함이 아니다. 기함에 걸맞은 성능과 모델을 갖췄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V6 3.0L 231마력 디젤 엔진을 얹은 45 TDI와 V6 3.0L 286마력 50 TDI 두 차종이 먼저 선보였다. 두 엔진의 성능도 부족하다고 할 수준은 아닌데, S와 RS와 비교하면 평범해 보인다. Q8의 진가를 제대로 맛보려면 SQ8과 RS Q8을 타봐야 한다. 고성능 Q8을 기다리는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