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6 통해 본 아우디의 지독한 고성능 왜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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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차량의 뒷면 모습입니다

RS 6 통해 본 아우디의 지독한 고성능 왜건 사랑

제품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유럽의 한 세차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자동차는 대부분 왜건과 해치백이다

▶ ‘600마력 이상 + 왜건’, 너무나 독일다운 차 아우디 RS 6

우리와 유럽의 자동차 문화가 다른 부분이 많지만 그중 인상적인 차이 하나를 이야기하라면 바로 왜건 자동차 문화가 아닐까 한다. 왜건은 해치백과 함께 유럽 도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자동차다. 요즘 SUV 열기가 뜨겁다고는 해도 유럽인의 왜건 사랑은 여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짐차 취급을 당하는 등, 구경하기조차 힘든 희귀(?) 모델이 되었지만 유럽에서는 실용파에게, 그리고 고성능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 모두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특히 왜건을 실용적 패밀리카로만 알고 있는 이들에게 고성능 왜건의 존재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 조합에 인색함이 없다.

고성능 자동차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본은 출력이다. 보통 300마력이 넘어가면 고성능 영역의 시작으로 보는데 독일산 고성능 왜건들은 그 두 배가 넘는다. 그래서 ‘초고성능’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참고로 5.2리터급 V10 엔진이 들어간 람보르기니 우라칸이 610마력, 벤틀리 플라잉스퍼 12기통 모델이 625마력이다. 그런데 패밀리 왜건들은 V8 엔진으로 6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고 있다. 그리고 이 독특한 구성을 대표하는 모델 중 하나가 바로 아우디 RS 6다.

빨간 아우디 차량이 길위에 서있다

◆ 아우디의 지독한 고성능 왜건 사랑

현재 600마력이 넘어가는 고성능 왜건은 3가지 정도가 있다. 하나는 메르세데스 E63 S AMG(612마력)이고, 또 하나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포르쉐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다. 포르쉐는 이 모델을 왜건이라 애써 말하고 있지 않지만 기본 파나메라보다 트렁크 공간을 늘린 모델이라는 점에서 왜건으로 분류하는 게 자연스럽다. 터보 S-E-하이브리드는 680마력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RS 6 퍼포먼스 4.0 TFSI V8 모델(605마력)이 있다. RS는 Rennsport라는 단어의 약자로, 우리말로 바꾸면 경주용 스포츠 정도가 된다. A6에 RS 고성능 버전이 포함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5세대부터로 이후 6세대를 거쳐 7세대(2013년 이후)에서는 왜건으로만 출시됐다.

아우디 엔진의 이미지

이는 벤츠나 포르쉐가 고성능 세단과 왜건을 동시에 내놓는 것과는 다른 행보라 할 수 있다. 이후 RS 7이 나오며 선택지가 다시 늘기는 했지만 A6의 초고성능 모델은 어쨌든 왜건으로만 만날 수밖에 없다. 중형 모델 아우디 A4도 이런 공식을 따르는데, A5 쿠페를 기본으로 한 RS 5가 있기는 하지만 A4의 최고 출력을 뽐내는 모델은 왜건인 RS 4 아반트밖에 없다.

아우디 RS 4 아반트
아우디 RS 6 아반트

◆ 스타일과 고마력 패밀리카라는 조합

개인적으로 RS 6를 인상적으로 본 것은 독일 남부 휴양 지역 보덴제 근처 아우토반에서였다. 일흔은 족히 되어 보이던 한 운전자가 무광 회색의 RS 6 아반트 모델을 운전하고 달리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생각해 보면 600마력의 왜건을 마음껏 운전할 수 있는 곳은 독일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우토반에서 시속 200km/h 이상 운전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트렁크 활용도가 높아야 한다는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건 RS 6와 같은 왜건밖에 없다. 물론 세단 특유의 승차감, 그리고 왜건이 주는 고속 직진 안전성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스타일까지 따라주니 독일 운전자들에게 고성능 왜건은 의외로 좋은 선택지가 된다.

아우디 RS 6 실내

◆ 더 강해져 온다는 RS 6 신형

최근 아우디는 RS 6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단종된 걸까? 그렇지 않다. 최근 아우토빌트와 같은 자동차 전문지는 뉘르부르크링에서 위장막을 한 채 담금질하는 아우디 고성능 왜건 모델을 소개하기도 했다. 신형 A6에 맞게 새로운 RS 6 왜건 모델을 테스트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우토빌트는 신형 RS 6의 퍼포먼스 모델은 650마력까지 출력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함께 RS 7도 비슷한 시기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비 효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문제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으로 나올 수도 있다. 어떤 파워트레인이 됐든 중요한 것은 아우디가 고성능 왜건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고 출시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아우디 RS 6 아반트
아우디 RS 6

보통 600마력 정도의 고마력 모델들은 고급 스포츠카이거나 혹은 벤테이가나 우루스 같은 수억 원짜리 럭셔리 SUV가 전부다. 이런 차들은 2명밖에 못 타거나, 짐을 마음 편히 못 싣거나, 너무 비싸다. 그에 비하면 RS 6와 같은 왜건은 5명이 탈 수 있고, 많은 짐을 싣고 달릴 수 있다.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수억 원짜리 럭셔리 SUV와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유럽에 살다 보니 왜건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관심도 없던 왜건이었지만 자주 보면 정든다고, 지금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그래서 왜건 오너가 됐다. 트렁크가 얼마나 편한지, 운전의 안정감이 어떤지 경험하다 보니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 남은 건 고성능 왜건을 타보는 일이다. 내 버킷리스트의 한 줄을 지우는 날이 그리 멀리 있지 않기를 바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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