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단보다 공기저항계수 낮은 SUV가 있다는데
공기저항계수는 공기역학을 가늠하는 척도로 쓰인다. 디자인과 기술의 발달로 공기저항계수는 날로 낮아지고 있다. 공학 지식이 없더라도 매끈하게 생긴 차를 보면 왠지 ‘잘 달리겠다’는 생각을 한다. 공기저항을 덜 받으면 빠르게 달리는 데 유리하다는 상식 때문일 수도 있고, 성능 좋은 스포츠카는 대부분 매끈하게 생겨서 그런 인식이 박혔는지도 모른다.
공기는 좋고 나쁜 성격을 둘 다 갖췄다. 사람이 공기가 있어야 숨을 쉬듯, 자동차도 엔진 내부에 연소가 일어나려면 공기가 필요하다. 배터리 전기차는 공기가 없어도 전기모터 구동에 문제가 없지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전기차여도 화학반응을 일으키려면 공기를 빨아들여야 한다.
슈퍼카나 경주차는 공기를 잘 활용해 성능을 높인다. 공기는 자동차에 꼭 필요하지만, 저항을 일으켜 효율을 떨어뜨린다. 공기저항은 내연기관 자동차나 전기차 가리지 않는다. 공기 저항 때문에 생기는 주행 소음도 마찬가지다. 결국 어떤 자동차든 공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동차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유선형으로 만든다. 물방울은 유선형을 나타내는 대표 사물이다. 물방울 모양이 좋다고 자동차를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 수는 없다. 엔진룸, 승객석, 트렁크로 구분되는 자동차의 기본 구조와 차종에 따른 기본 형태 때문에 유선형으로 만드는 데도 한계가 따른다. 한계는 있지만 공기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 수는 없더라도 최대한 공기저항을 줄이는 쪽으로 다듬는다.
자동차의 매끈한 정도는 공기저항계수로 확인할 수 있다. 공기저항계수(Cd, drag of coefficient)는 간단히 말해서 자동차가 달릴 때 공기가 방해하는 힘이다. Cd값이 낮으면 저항을 덜 받는다는 뜻이다. 차체가 매끈하게 생겼다고 해서 공기저항계수가 꼭 낮지는 않다. 목적에 따라 공기저항을 이용하는 장치를 달면 매끈하게 생겨도 공기저항 계수가 높아진다. 대부분 차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목적을 두기 때문에 수치가 낮을수록 공기를 잘 다스리는 차라고 할 수 있다.
공기저항계수는 0에서 1사이 값을 갖는데 보통 0.3~0.45 선이고, 박스형이고 키가 큰 SUV보다는 납작한 세단형 차가 낮게 나온다. 요즘에는 일반 자동차도 0.2대로 낮아진 모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는 0.2를 한계로 본다. 공기저항계수는 디자인 영향이 크지만 기술적인 요인도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공기저항계수가 낮으면 디자인과 기술이 조화를 이룬 차라고 볼 수 있다. 아우디는 공기저항을 잘 다스리는 브랜드 중 하나다. 오래전부터 공기저항을 줄이는 기술을 발전 시켜 왔고, 정체성을 잘 살리는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공기저항을 줄여왔다.
◆ SUV가 세단보다 낮게 나올 수 있을까?
전기차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공을 더 들인다. 배터리 때문에 차 무게가 일반 자동차보다 무거워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기저항을 줄인다. 아우디 e-트론은 공기저항 계수가 0.27에 불과하다. 0.27이면 세단 중에서도 낮은 축에 속하고 SUV 중에서는 최저 수준이다. SUV는 보통 0.35 정도이고 0.3 아래로 낮춘 모델을 보기가 쉽지 않다.
e-트론은 전기차라고 해도 SUV라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0.27이라는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실현했다. 바닥에 평평하게 커버를 덮고, 공기 통로는 냉각이나 통풍 등 필요할 때만 빨아들이고 평소에는 닫아두고, 휠의 표면은 매끈하게 하는 등 저항을 줄이는 요소를 곳곳에 적용했다. 0.27로 줄이는데 카메라가 달린 버추얼 미러가 큰 역할을 했다. 일반 사이드미러를 달면 0.28이다. 그래도 우수하다.
◆ 쿠페형은 공기저항계수가 더 낮을까? 공기저항계수는?
쿠페는 차 뒤쪽을 매끈하게 뽑아낸다. 보기만 해도 공기저항을 덜 받게 생겼다. 실제로 그럴까? e-트론과 e-트론 스포트백을 보면 답이 나온다. e-트론 스포트백은 정통 쿠페는 아니지만, SUV에 쿠페 라인을 접목한 쿠페형 SUV이다. e-트론도 SUV 중에서는 박스형에서 벗어나 날렵한 디자인을 추구하는데, e-트론 스포트백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뒤를 쿠페처럼 다듬었다. 공기저항계수는 0.25로 e-트론보다 0.02 낮다. 공기저항계수가 낮아진 효과는 주행거리에서도 드러난다. 완전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446km로 e-트론보다 대략 10km 정도 더 달린다.
아우디 A6는 1968년 아우디 100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100은 출시 5년 만에 50만대, 10년 만에 100만대를 돌파하고 스키 점프대 광고에 나와 콰트로를 알리는 등 아우디 주력 모델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우디 100 하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공기저항계수다. 100이 처음 나왔을 때 공기저항계수는 0.37로 당시에는 아주 낮은 수치였다. 1982년 나온 3세대는 0.30으로 당시 양산 세단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당시 일반 세단 평균이 0.40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공기역학이 우수한지 짐작할 수 있다. 2018년 선보인 8세대 A6는 0.24까지 낮아졌다. 50년 남짓한 세월 동안 0.13 줄어들었다.
◆ 아우디 모델 중 공기역학계수가 가장 낮은 차는 R8?
아우디 모델 중에서 가장 매끈해 보이는 차는 R8 쿠페다. 고성능 스포츠카로 넓고 납작해서 땅에 달라붙는 듯한 형태이고 뾰족하게 생겨서 공기도 잘 가를 듯하다. R8의 공기저항계수는 0.35다. SUV 모델보다 높다. 세단 중에서 가장 큰 A8과 비교해보자. A8은 덩치도 크고 세단 형태를 잘 살려 놓아서 왠지 공기저항계수도 높아 보인다. 그런데 A8의 공기저항계수는 0.26에 불과하다. 0.01 수치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데 0.09나 차이가 나다니….
스포츠카는 의외로 공기저항계수가 높다. 공기저항을 줄이기보다는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러 기술적인 이유가 있지만 다운포스 증가가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공기가 차를 내리누르는 흐름을 만들려면 저항을 줄이는 흐름을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한다.
◆ 공기저항계수 역대급 모델은 A4?
아우디 모델 중에는 2015년 선보인 9세대 A4 세단이 0.23을 기록했다. 당시 A4는 이전 세대보다 무게를 120kg이나 줄이고 공기저항계수를 낮추는 등 효율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일반적인 자동차 형태로는 공기저항계수를 0.2 이하로 낮추기 어렵다고 본다. 특수 모델이나 콘셉트카는 0.1대 모델도 있지만 양산차는 0.22가 최저치다. 0.23 이하인 양산차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다. A4는 여전히 공기저항계수 낮은 차를 선정하면 최상위권에 올라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