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만 일할 수 있다면 꿈의 직장이 따로 없겠다."
꿈의 직장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시대에 따라 기준은 다르겠지만, 요즘 꿈의 직장은 주로 IT 업체를 기준으로 삼는다. 자율 출퇴근과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 문화 공간처럼 꾸며 놓은 사무실, 차고 넘치는 복리후생, 격 없는 조직 문화 등 부러워할 모습으로 가득하다. 꿈의 직장의 조건으로 여러 모습을 꼽지만, 진정한 꿈의 직장은 일하기 편한 환경과 더불어 자기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을 제대로 갖춘 곳이 아닌가 싶다.
자동차 공장은 보안이 철저해서 다니는 사람 외에는 내부 환경을 잘 알지 못한다. 외부에서 볼 때는 선입견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동차 공장 하면 기름 냄새나고 사람과 기계가 복잡하게 얽혀 일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자동차 공장은 환경만 놓고 본다면 꿈의 직장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좀 더 발전한 곳이라 해도 사람의 일을 대신 하는 로봇이 많고, 자동화 비율이 높아서 공장 내부도 과거보다 깔끔하다 정도로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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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어서 자동차 공장도 옛날 모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모바일, 로봇, 가상현실 등 세상을 움직이는 흐름도 바뀌었다. 자동차 공장 역시 시대의 트렌드를 받아들여 첨단을 향해 나아간다. 아우디 공장을 보면 미래 사회의 공장을 보는 듯하다. 자동차만 첨단이 아니라 만드는 환경과 시설도 첨단이다.
아우디는 스마트 팩토리를 목표로 시스템을 개선해나간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작업자를 위한 배려다. 작업자가 건강하고 편하게 일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최신 기술과 장비를 도입한다. 이런 배려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목적인 동시에,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에 작업자의 건강과 작업 편의가 우선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 작업자 건강 챙기는 외골격 장비
외골격 장비는 작업자의 건강을 챙긴다. 자동차 공장에서 작업은 신체 특정 부위에 힘이 쏠리고, 많은 부분이 작업자의 머리 위에서 이뤄진다. 신체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외골격 장비는 백팩 메듯이 등에 걸치기만 하면 된다. 팔 부분을 지지해 머리 위 작업을 돕고 어깨에 걸리는 부담을 줄인다.
도구로 인해 행동에 제약이 따르면 더 큰 불편해지기 때문에, 외골격 장비는 작업자가 필요로 하는 이상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정적인 작업과 동적인 움직임 모두 테스트를 거친다. 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수하게 기계적인 방식으로 움직이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아우디는 이미 4년 전에 인체공학적인 작업 환경을 구축하고자 파일럿 프로젝트로 외골격 장비를 시험했다. 최근에는 더 개선한 장비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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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유지관리 전문가, 모바일 앱
유지관리 전문가는 생산 장비에 대한 정비나 결함 발생 여부를 파악한다. 자동차 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장비 이상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복구해야 한다. 유지관리 스태프는 수많은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아우디 모바일 유지관리’ 앱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시스템 결함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알림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문제를 일으킨 장비의 위치, 대체 장비 여부,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할 인원 대기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클릭 몇 번으로 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최소 단계를 거쳐 빠르게 이뤄지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 가상현실(VR) 트레이닝, 디지털 선반 라벨링
가상현실(VR) 트레이닝도 빼놓을 수 없다. 직원 교육과 신차 개발 등 여러 분야에 가상현실을 적용한다. VR 고글을 쓰고 마치 비디오 게임을 즐기듯이 트레이닝을 받으면 된다. 360도 스캔으로 작업장을 가상화해서 어느 공장에서 일하든지 가상공간에서 모일 수 있다. 공장 또는 부서간 협업을 더 긴밀하게 할 수 있어서 자원과 시간과 공간을 절약하는 효과를 낸다. 가상현실 도구의 정확성은 밀리미터 단위로 높였다. 작업자는 디지털 방식으로 레이아웃과 계획 시스템을 업데이트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다. VR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 계획을 세우고 장비를 세팅한다. 아우디 e-트론 GT는 최초로 실제 프로토타입 없이 제작했다. 올해에는 R8에 적용한다.
아우디는 헝가리 공장에서 디지털 선반 라벨링을 테스트 중이다. e-잉크 디스플레이로 알려진 기술을 활용한다. 선반이 바뀔 때마다 이름, 번호, 부품 배열 등을 디스플레이에 표시해 라벨링 담당이 수작업으로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수량이 부족하거나 위치를 바꿔야 하는 등 정보도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다.
◆ 차원이 다른 무인 운송 시스템
디지털화는 곳곳에서 이뤄지는데 몇 년 전부터 사용 중인 무인 운송 시스템도 그중 하나다. 조립 공정에 부품이 없다면 자동으로 찾아 보충한다. 공장 내 이동은 레이저로 스캔해 최적 코스를 찾아 이동한다. 알고리즘과 머신 러닝 덕분이다. 새로운 무인 운송 시스템은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레이저로 작업자의 다리를 감지하는 기술을 이용해 작업자 주변을 따라다니며 작업자에게 필요한 부품이나 장비를 알아서 갖다 준다.
자동차는 완성품으로만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 디자인이 멋있고 성능 좋고 브랜드 역사가 깊다고 좋은 차가 아니다.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효율성이 높은지, 어떤 첨단기술을 적용했는지,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따진다. 작업자의 건강을 챙기고 일하기 즐겁고 편한 환경을 갖췄는지도 중요하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차를 만드는 과정까지도 발전해야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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