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디 디스플레이 연구팀이 계속해서 바쁜 이유
요즘 아우디는 계기판을 포함해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3개나 배치하는 구성으로 디스플레이화 트렌드를 주도한다. 디스플레이가 아예 없던 시절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 변화다.
요즘 자동차 트렌드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 확대다. 누가 더 크고 많은 디스플레이를 집어넣느냐 경쟁이라도 하듯, 차 안에 디스플레이가 늘어난다. 차 안에 디스플레이를 넣을 수 있는 곳은 대시보드와 계기판 속 일부로 한정 돼 있었다. 요즘 차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로 디스플레이 배치 영역을 넓혔다. 사이드미러 대신 디스플레이를 넣기도 한다. 과거에는 디스플레이가 없었다. 에어컨 온도나 라디오 주파수 등을 표시하는 작은 창만 달려도 신기해하던 때가 있었다. 화면에 숫자나 그래픽으로 무엇을 표시하기만 해도 첨단 분위기를 풍겼고, 무엇인가 발전한 듯한 인상을 줬다.
디스플레이가 첨단 이미지를 풍기기는 요즘도 그렇다. 화면에 무엇을 표시하는 방식을 보면 전자화가 많이 이뤄졌다고 인식하게 된다. 달라진 점이라면 과거에는 단순히 표시를 화면으로 옮겨 놓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기능을 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차에 기능이 워낙 많다 보니 표시해야 할 정보가 늘었고, 기능도 많아져서 버튼으로만 작동하도록 할 수도 없다. 디스플레이가 기술 발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을 넘어 필수 장비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디스플레이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담고, 알기 쉽고 아름답게 표현하느냐를 중요시하는 시대다.
아우디를 보자. 과거 아우디 모델은 다른 자동차 업체와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가 아예 없던 시절이 있었다. 계기판에도 아날로그 클러스터만 존재했다. 클러스터 사이에 단색 정보창이 들어가면서 계기판도 초보적인 디스플레이화가 시작됐다. 시간이 흘러 디스플레이는 조금 커졌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변화였지만 지금 수준으로 보면 픽셀 단위가 커서 글씨체의 세련미는 좀 떨어졌다. 색상은 단색이었지만 아우디 특유의 붉은색을 적용해 개성은 강했다. 정보창은 해상도가 높아지고 색상을 추가하면서 글씨체도 미려해지고 표시하는 정보의 양도 늘었다.
디스플레이 변화를 살펴보려면 우선 조작부 변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 1970년대만 해도 아우디 모델의 조작부는 스티어링휠 주변에 몰려 있었다. 센터페시아가 없었다는 뜻이다. 당시 차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기능이 그리 많지 않았고, 두 손과 가까운 곳에서 모든 조작을 해결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조작부를 센터페시아로 옮기는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센터페시아 없이 대시보드를 따라 조수석까지 자리 잡았던 조작부를 운전자 쪽으로 다 모았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의 기반이 생긴 셈이다.
이때부터 획기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1994년 선보인 A8의 센터페시아에는 GPS를 결합한 디스플레이를 도입했다. 엔터테인먼트와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디스플레이 하나에 담은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현대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이 기능은 2002년 MMI라는 다기능 인터페이스로 발전한다. 획기적으로 많아진 차의 기능을 MMI를 거쳐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현한다.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 컴퓨터처럼 메뉴를 찾아 들어가 필요한 기능을 실행하는 도구 역할을 해냈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해상도와 크기 등이 변화했고 위치도 대시보드 위로 올라가는 등 진화를 거듭했다.
계기판 사이에 직사각형으로 자리 잡았던 정보창도 꾸준하게 발전했다. 아날로그 클러스터 사이를 메우는 식으로 크기도 커지고, 해상도도 높아지고 색상도 다채로워지는 등 현대화됐다. 결국 클러스터 부분까지 디지털화하면서 정보창과 클러스터가 하나로 합쳐 버추얼 콕핏으로 진화했다.
아우디 버추얼 콕핏은 최신 계기판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준다. 아우디는 2014년부터 풀 디스플레이 계기판을 선보였다. CES에 소개한 버추얼 콕핏은 계기판을 통째로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했다. 해상도는 1440×540픽셀이고 엔비디아 테그라 3 프로세서를 넣었다. 3D 기능을 강화하고 초당 60프레임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표현한다. 버추얼 콕핏은 화면 구성이 아주 다양하다. 클러스터 두 개가 크게 자리 잡는 전통적인 구성부터, 클러스터를 작게 양 끝 아래로 배치하고 남은 공간을 내비게이션으로 채울 수도 있다. 차의 거의 모든 기능을 계기판에서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버추얼 콕핏은 2014년 아우디 TTS 모델에 처음 선보였다. 이후 R8을 비롯해 다른 모델에도 쓰이기 시작했다.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선보인 아우디 e-트론 콰트로 콘셉트는 버추얼 대시보드를 품고 나와 버추얼 콕핏에서 한발 더 나아간 아우디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보여줬다. 계기판과 대시보드, 센터페시아에 디스플레이 3개를 배치해 전면적인 디스플레이화 시작을 알렸다. 2017년 선보인 신형 A8은 e-트론 콰트로 콘셉트와 유사한 실내 구성을 갖췄다. 계기판은 2세대 버추얼 콕핏으로 꾸몄고,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10.1인치, 하단에는 8.6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배치했다. 이런 디스플레이 구성은 신형 A7과 2018년 나온 신형 A6로도 이어진다.
e-트론은 현시점에서 디스플레이화의 정점이라 부를 만하다. 디스플레이 3개를 조합한 최신 트렌드를 넘어 사이드미러를 대체하는 디스플레이까지 더했다. 7인치 OLED 디스플레이는 응답성이 빠르고 고화질과 저전력, 넓은 시야각 등 사이드미러를 대체용으로 우수한 특성을 보여준다. e-트론 실내 전면부에 배치한 디스플레이 개수만 5개에 달한다.
아우디는 기술이나 디자인 분야에서 굵직한 트렌드 변화를 주도했다. 계기판 디스플레이화를 비롯해 실내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구성하는 트렌드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 디스플레이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발전 단계는 차근차근 이뤄졌다. 각 시대에 맞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하며 아우디만의 디스플레이 구성으로 발전해왔다.
아우디는 버추얼 콕핏은 이제 아우디 전 차종에서 확대되고 있다. 버추얼 대시보드 역시 적용 차종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 더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공간이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디스플레이화는 여기가 끝일까? 이제 시작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정보의 80%를 시각에 의존한다. 안전을 위해 시선 분산을 줄이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해 스마트카가 발전하려면 디스플레이도 현재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우디 콘셉트카는 미래 디스플레이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선보인 아이콘은 아우디 자율주행의 비전을 보여주는 전기 콘셉트카다. 운전자 없이 달리는 레벨 5 완전 자율주행차인 만큼 실내 공간도 현재 자동차와는 사뭇 다르다. 장거리 주행에 초점을 맞춘 풀 사이즈 크기에 맞게 실내 공간도 편안함과 여유를 중시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디스플레이. 대시보드 전체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뒷좌석까지 디스플레이로 연결했다. 디스플레이 기능 사용을 운전자에 한정하지 않고 탑승객 전체로 확장한 구조다.
지난해 상하이모터쇼에 선보인 AI:ME 콘셉트카 디스플레이는 좀 더 혁신적이면서 현실적이다. 자율주행 단계 레벨 4로 스티어링휠이 달려 있고 운전자가 탑승해야 하는 만큼 그것에 맞게 디스플레이를 구성했다. 디스플레이는 분할하지 않고, 일반 차의 대시보드 위치가 아닌 윈드실드 아래쪽에 좌우로 꽉 차게 배치했다. 3D 방식이고 눈의 움직임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
아우디 콘셉트카는 디스플레이의 발전은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D 또는 투명 디스플레이, 홀로그램 등 아직도 차에 적용하지 않은 디스플레이 신기술이 남아 있다. 언젠가 앞유리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우디 디스플레이 연구팀이 계속해서 바쁜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