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S 6 아반트, 북미 진출부터 세단 부활까지 ‘돌격 앞으로!’ 고성능 아반트의 첫 미국 진출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아우디의 왜건 사랑은 남다르다. 그 애정(?)은 왜건에 500, 600마력짜리 수준의 엔진을 심는 것으로까지 이어졌다. 자신들의 고성능 브랜드 ‘RS’의 시작도 (RS 2라는) 왜건이었을 정도니 말해 무엇할까. 그리고 어느 때보다 환경친화적 자동차가 이슈의 중심에 있는 요즘의 분위기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아우디는 RS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려 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가지 소식이 있다.
아우디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정식으로 4세대 RS 6(C8) 아반트를 공개했다. 등장과 함께 역대 가장 눈에 띄는 RS 6라는 얘기가 나왔다.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자신들의 예상도를 뛰어넘는 모습에 ‘엄청나게 강렬한’ 자동차라고 묘사했다. 황소 같은 모습이지만 세련된 바디 라인은 그렇지 않아도 고성능 왜건을 좋아하는 독일인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22인치짜리 휠은 그 자체로 감탄을 자아낸다. 전면부의 강한 인상만큼이나 뒤쪽의 독특한 범퍼와 디퓨저 조합도 작은 화제다.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다. 이처럼 A6 아반트와 큰 차이를 둔 RS 6는 처음이다. 다른 영역, 무언가 다른 감성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자동차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600마력(최대토크: 800Nm)의 V8 엔진은 3세대보다 40마력 더 출력을 키웠다. 0-100km/h는 3.6초이며, 시속 200km/h까지는 8.4초밖에 안 걸린다. 실내의 세련된 디지털 분위기와 외관에서 느껴지는 마초적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좋은 성능의 서스펜션과 8단 변속기는 부드러움과 강한 주행 성능의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이 따끈따끈한 고성능 왜건을 두고 미국에서 반응이 뜨겁다. 그저 남의 떡으로만 여겼던 RS 6 아반트를 미국인들도 이제 내 차로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RS 6 왜건 모델의 미국 진출은 의외로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메르세데스 AMG E63 S 왜건, 그리고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스포츠 투리스모 등이 판매되고 있다. 이 경쟁에 아우디가 뛰어든 것이다. 출시가 결정되자 현지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RS 6를 소개하는 각종 영상에 달린 댓글만 봐도 그들이 이번 신형 RS 6 아반트를 얼마나 기대하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이는 ‘아우디는 유일하게 세단보다 왜건 디자인을 더 예쁘게 하는 회사’라고도 했다. 지갑을 열 준비가 되었다며 환호를 하는 이들도 보였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미국 자동차 매체들 역시 긍정적으로 RS 6 아반트의 미국 진출을 소개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RS 6 아반트의 미국 진출은 현지 딜러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결정이라는 점이다. RS 6 아반트가 유럽은 물론 북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현지 딜러들이 먼저 수입을 반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에서는 내년 상반기 안에 판매가 시작된다.
◆ 다시 등장할 RS6 세단!
RS 6는 현재 왜건형만 존재한다. 1세대(C5)와 2세대(C6)까지는 왜건과 세단이 함께 판매됐으나 세단의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자 아우디는 C7부터는 오로지 왜건으로만 RS 6를 팔았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아우디가 4세대 RS 6를 왜건과 세단 두 가지로 내놓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조만간 신형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아우디는 왜 세단을 부활시킨 걸까?
현재 독일 프리미엄 3사 중 우리의 준대형에 해당하는 E세그먼트에서 고성능 세단이 없는 것은 아우디 뿐이다. BMW는 M5를, 메르세데스는 앞서 언급한 AMG E63 등이 세단으로 판매 중이다. 다만 BMW의 경우 아우디와 반대로 M5를 왜건이 아닌 세단 형태로만 내놓고 있다.
따라서 아우디도 고성능 세단 모델을 되살려 정면 승부를 펼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RS 7이라는 훌륭한 모델이 이미 자리하고 있다. 자칫 판매 간섭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메르세데스의 경우 AMG E63은 각각 세단, 쿠페, 카브리올레, 그리고 왜건 형태로 존재한다. 고객 입맛에 맞는, 취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한 촘촘한 구성을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만큼은 아니지만 BMW 역시 M4나 8시리즈 등을 통해 쿠페 라인업을 강화했다. 그러니 아우디도 RS 6 세단, 왜건, 그리고 쿠페 모델인 RS 7 등으로 라인업을 짜 고성능 모델의 선택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아우디가 RS 6 세단을 다시 내놓는 것도 바로 프리미엄 브랜드에 요구되는 구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RS 6 세단 등장 소식이 전해지자 “RS는 왜건이지!”를 외치는 독일에서는 예상했듯(?)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다. 한 매체의 조사에서는 RS 6 세단의 등장을 찬성하는 것보다 반대하는 의견이 3배나 더 많았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RS 6 세단은 유럽이 주 시장이 아닌, 세단을 선호하는 비유럽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으니 RS 6가 나온 지도 17년이 됐다. 세단과 왜건에 수줍은 듯 새겨진 레터링으로 RS임을 알아봐야 했던 첫 모델과 비교하면 이번 4세대 변화폭은 놀라울 정도다. 마치 다른 차를 보는 것처럼 A6와 큰 차이가 있다. A6에서 파생된 모델이라는 느낌을 뛰어넘어, 아우디 고성능 디비전을 대표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그리고 이런 의지는 북미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그리고 세단의 재등장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 발휘될 것이다. 물론 의지만으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작심한 듯 RS 6에 투자한 것 같다. RS 6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알 수 없는 게 미래의 일이라지만, 기대해도 괜찮을 듯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