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중형 세단 A4는 1994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전신인 아우디 80부터 그 역사를 따진다면 50년을 훌쩍 넘긴다. 이 긴 시간 동안 A4의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흔들리지 않았고, 편안함과 내구성은 물론 주행 성능까지 모든 영역에서 기술 혁신을 통한 성장이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아우디 중형 세단을 강하게 각인시킨 것은 역시 ‘콰트로(quatto)’다.
승용 사륜구동 방식인 콰트로는 아우디 스포츠라는 스포츠 쿠페에 처음 적용됐다. 이 차는 아우디 80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아우디 콰트로는 모터스포츠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바람을 일으켰다. 콰트로라는 이름은 모터스포츠와 프리미엄 중형 시장 모두에서 독보적 위치에 올랐고, 결국 아우디 브랜드의 상징이 됐다. A4는 이런 의미 있는 역사적 배경에서 출발한다.
1995년부터 본격 판매가 이뤄진 A4는 현재 5세대까지 이어졌다. 2015년에 나왔고 2019년 페이스리프트 됐으니 세대교체가 빠른 편인 요즘 트렌드를 생각하면 5세대는 꽤 오랫동안 판매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새로 나온 경쟁 모델들에 비해 유행에 뒤지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독일 시장에선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은 아우디 외에도 벤츠나 BMW 등 최고 인기를 누리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이 태어난 곳이다. 그 어떤 곳보다 이들의 판매 경쟁이 치열하며, 소비자 역시 무척이나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이런 독일에서 아우디 A4가 올해 1분기 경쟁 모델들을 판매량에서 따돌렸다.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아우디 A4는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독일에서 모두 9,105대가 팔렸다. 그 뒤를 3시리즈(8,998대)와 C-클래스(7,353대), 그리고 볼보의 60시리즈(1,638대)가 이었다. 심지어 같은 기간 중 프리미엄 브랜드 전체를 봐도 아우디 A4보다 많이 팔린 모델은 없었다. 누군가의 주장처럼 ‘살 사람은 이미 다 산 끝물’ 모델인 A4가 왜 이처럼 독일에선 여전히 인기를 끄는 걸까?
▶독일 2024년 1분기 프리미엄 중형 세단 판매량(자료=KBA)
-아우디 A4 : 9,105대
-BMW 3시리즈 : 8,998대
-메르세데스 C-클래스 : 7,353대
-볼보 60 : 1,638대
A4 인기가 독일에서 꾸준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편안함에 있다. 독일은 물론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 있는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는 A4 5세대를 평가하며 ‘운전석에 앉은 모든 사람이 여전히 편안함을 느끼는 자동차’라고 했다. 또한 만듦새 또한 거의 완벽하며 소재도 보기에 좋고 느낌 역시 좋다고 했다.
시트의 경우 측면 지지력이 뛰어난데 장거리 여행 시에도 이 시트는 적합하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또한, 소음 차단 역시 우수하며 서스펜션이 무척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탑승자가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중요 요소들이 잘 조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부드러운 4기통 엔진과 훌륭한 듀얼 변속기와의 조화도 주행 시 안락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임을 빼놓지 않고 설명했다.
이런 편안함 외에 앞서 설명된 것처럼 만듦새가 뛰어나다는 점도 A4 인기 비결이다. 단단하게 잘 마감이 된 각종 버튼과 다이얼은 기분 좋은 조작감을 준다. 사용할 때 느끼는 이 아우디만의 탄력적인 터치 느낌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 디테일, 이 독특한 아우디의 터치감은 대충 만들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가치다.
이런 점을 독일인들은 잘 알고 있고 높이 산다. 그래서 늘 아우디 브랜드를 평가할 때 이 부분을 최고로 친다. 그리고 이런 높은 마감 능력은 내구성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정기검사 등을 통해 나오는 결함률 평가에서 A4는 좋은 점수를 받으며 단순히 인상 평가에만 머무는 게 아닌, 실제 데이터를 통해 이 차가 잔고장 없이 오래 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독일인들은 아우디 A4 디자인에 큰 매력을 느낀다. 독일 보도채널 NTV는 중고차 평가 코너를 통해 A4를 사람으로 치면 ‘고상하고 내성적인’ 자동차라고 평했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4는 잘못될 수 없는 자동차라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다. 도발적이지 않으면서 보기에 좋으며, 내구성에서 불평할 점의 거의 없다고 했다.
사실 이외에도 많은 독일 내 평가에서 비슷한 얘기들이 나온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A4는 좋은 디자인에 질리지 않는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 아우디 A4 오너들 모임인 포럼에서도 이런 얘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처음에만 반짝하는 게 아닌, 계속 듣고 싶은 노래처럼 아우디 A4는 은은하게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매력이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이 A4를 지금까지 독일에서 최고의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길을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은 흔히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모델로 먹고 산다는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좋은 차를 만드는 일이다.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고, 오래도록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차를 만드는 게 사실 더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A4는 제격이다.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힘, A4는 그 힘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