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BMW,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업계의 이 라이벌들은 자동차로 2시간 안에 이동이 가능한 독일 남부 지역에 모여 있다.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가장 치열한 경쟁 상대인 것이다. 트렌드가 수시로 바뀌고, 한 발만 삐끗해도 소비자로부터 바로 외면 받는 냉정한 시장에서 이들은 기술 혁신과 트렌드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진 적이 없다. 이게 지금 이 순간까지도 현재진행형인 건 어쩌면 라이벌이었기에, 그렇게 100년 가까이 뜨겁게 경쟁했기에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다 보니 독일인들의 프리미엄 자동차 3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경쟁 브랜드에서 좋은 차가 나오면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브랜드를 압박한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말라는 강한 요청이자 응원인 것이다. 물론 제조사들 역시 팬들 요청에 화답한다. 이런 환경 속에 경쟁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게 되었는데 독일 자동차 전문지들은 이런 경쟁을 더욱 부추긴다.적게는 60여 개에서 많게는 100여 개에 육박하는 세부 테스트 항목을 만들어 놓고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벤츠의 동급 경쟁 모델을 불러와 정밀하게 성능을 비교한다. 여기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판매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브랜드와 모델 가치 향상에도 가산점이 붙는다.최근 독일에서 충성 독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가 3사 주요 모델 3가지를 각각 비교테스트한 특집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이번 테스트 결과는 어땠을까?
269~286마력 대의 프리미엄 중형 디젤 사륜 SUV 세 대가 모였다. 2022년 여름에 공개된 신형 GLC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함이다. Q5와 X3는 모두 2017년에 나온 모델. 아무래도 이제 막 나온 GLC에 밀릴 것으로 예상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대로 GLC가 종합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Q5가 2위, X3가 그다음이었다. 하지만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우선 제동력이나 추월가속 등은 매체의 실제 테스트에서 세 모델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실내 소음의 경우 아우디 Q5와 GLC가 비슷했고 X3가 조금 밀렸다. 슬라럼 테스트에서는 Q5가 더 빨랐다. 대신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에서는 신형 GLC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9가지 세부 내용이 포함된 차체 항목에서는 아우디 Q5가 113점으로 1위, GLC가 110점으로 2위였고, X3가 106점으로 3위였다. 실내 구성과 활용도에서 Q5는 경쟁자들보다 앞섰는데 아우디가 늘 높게 평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Q5의 경우 실내 안락함은 물론 구성과 활용성, 그리고 주행 안락함 등에서 여전히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왜 이렇게 꾸준히 잘 팔리는지, 오너들의 좋은 평가가 이어지는지, 테스트 내용을 분석해 보니 공감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사륜 4도어 쿠페 모델들 간의 테스트다. 차체 항목에서 A7 스포트백이 102점, CLS 450이 94점, 8시리즈 그란쿠페가 90점을 받았다. 이 정도면 압도적인 A7의 승리다. 역시 트렁크 공간과 실내 구성과 활용성 등에서 A7이 경쟁자들을 앞섰다. 또한 조립 품질 면에서도 A7의 손을 들어줬다.안전성 항목은 세 모델의 점수 차이가 거의 없었다. 8시리즈가 안전사양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A7은 차선 유지 시스템 등의 정확성이 더 좋다고 평가되었고 제동력에서도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았다. 안락함 항목과 구동계 평가에서도 역시 세 모델 사이의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해당 매체의 실내 소음도 측정에서는 A7이 가장 조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또한 A7은 환경 부문과 가격 항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는데 최종적으로 A7이 601점으로 1위, 그다음 8시리즈가 587점으로 2위, 마지막으로 CLS가 574점으로 3위가 되었다. A7은 안락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실용성까지 고려하면서 또한 즐겁게 탈 수 있는 4도어 쿠페임이 이번 테스트를 통해 다시 증명된 셈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프리미엄 콤팩트 SUV들 간의 대결이었다. 그중에서도 200마력을 훌쩍 넘어가는, 비교적 고성능 엔진이 탑재된 모델들이었다. 결과는 Q3의 승리였다. 우선 차체 항목에서 앞선 테스트 결과와 마찬가지로 Q3가 108점으로 1위, 나머지 두 모델이 100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공간과 트렁크, 견인력, 실내 활용성 등에서 경쟁자들보다 앞섰다는 평가였다.편안함 부분에서도 Q3의 승리였는데 1열과 2열 모두 경쟁자들보다 편안하다고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평가했다. 또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작동 역시 더 쉽게 구성됐다고 진단했다.환경 부문과 가격 부문을 포함한 최종 결과는 Q3가 580점으로 1위, GLA가 571점으로 2위, X1이 567점으로 3위였다.이번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특집 비교테스트는 두 가지를 확인시켜 줬다. 3개 브랜드의 성능 경쟁은 언제나처럼 치열하다 것이며, 그런 가운데서도 아우디는 모델 간 편차 없는 안락함과 공간 활용성, 그리고 그에 밀리지 않는 주행성능의 우수함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런 ‘성능 항상성’이야 말로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아우디다운 특색이자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높은 내구성과 마감 능력, 그리고 질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까지 더해지며 독일에서 아우디의 인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