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효과’는 자동차 회사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모델을 내놓거나 세대교체를 단행한 자동차에 의해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보통 출시 후 4~5년 정도가 지나면 부분변경이 이뤄진다. 여기에서 ‘부분변경’은 말 그대로 디자인 일부, 기능 일부를 바꾸는 것을 뜻한다.
부분변경은 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도 있지만 최소한의 비용을 통해 다시 한 번 신차 효과를 보려는 자동차 회사들의 전략에 따라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신차 효과는 경쟁이 치열한 브랜드 사이에서 그 효용성이 두드려져 보이는데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3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는 언제 어떤 차를 출시하느냐에 따라 상호간 판매량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가장 최근에 나온 모델이 가장 구매하기에 좋은 모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아우디 A4나 A5를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판매 중인 아우디 A4는 5세대 모델로 2015년 여름에 공개됐다. 벌써 8년 차다. A4의 부분변경은 2019년에 이뤄졌다. 익스테리어 등에 변화가 있었지만 섀시와 기본 뼈대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경쟁 모델 중 하나인 BMW 3시리즈의 경우 A4보다 3년 뒤인 2018년에 신형이 공개되었고 2019년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또한 2022년 봄 큰 폭의 부분변경이 이뤄졌다. 메르세데스 C-클래스는 더 최근에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2021년 2월 5세대가 공개되었고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3시리즈와 C-클래스는 앞서 언급한 신차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런데 신기하다. 경쟁사 모델보다 출시된지 오래되었지만 요즘 독일에서 아우디 A4가 잘 팔리고 있다.
독일 연방자동차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아우디는 독일에서 모두 33,031대를 판매했다. 이 중에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본토에서 인기 절정인 Q3도,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A3도 아니었다. A4가 5,938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지난해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프리미엄 세단 3시리즈의 경우 같은 기간 3,906대가 팔려 A4 판매량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나타냈다.
A4의 이런 판매 성적은 지난해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중형 세단 파사트(5,993대)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며, 한창 신차 효과를 보고 있는 신형 C-클래스(6,654대)과 경쟁할 만하다. A4의 선전 덕인지 지난 2월 유럽에서 아우디는 월간 판매량에서 메르세데스와 BMW를 모두 따돌리고 브랜드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가장 앞선 기록이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거의 20% 판매량이 늘어난 성적이다.
독일에서 A4의 판매량이 이처럼 오히려 더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올해 초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BMW 3시리즈 왜건, 아우디 A4 왜건, 그리고 볼보 V60 등을 놓고 비교테스트를 진행했다.
당시 총점에서 4점 차이로 3시리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평가, 상품성에서는 나온 지 오래된 모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칭찬을 받았다. 세련된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댐퍼의 유능함이 만든 안락함과 주행 안전성, 거기에 직관적인 스티어링 휠의 작동 등, 좋은 이야기가 가득했다. 또한 2리터 디젤 엔진의 부드러움도 강점으로 평가됐으며 2열 좌석의 편안함과 적재 공간의 넉넉함 등도 경쟁 모델들보다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우토빌트는 해당 비교테스트에서 A4에 대해 8년 차 모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화롭고 세월을 초월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잘 만든 차는 유행을 뛰어넘어 그 자체로 언제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늘 신뢰할 수 있음을 A4가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평가는 A4만이 아니다.
아우디 중형 쿠페 A5 역시 독일에서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A5는 지난 2016년 2세대가 공개되었고 2019년 부분변경이 이뤄졌다. A5는 2007년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우디 모델 중 하나다. 특히 디자인에서 늘 높게 평가되는 쿠페 세단이다. 이는 자동차 팬들의 디자인 관련 투표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스타일과 성능을 중요시하는 젊은 고객부터 안락함을 더 고려하는 장년층까지 소비자 스펙트럼도 넓은 편이다.
독일 최고 자동차 매체인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최근 A5 쿠페와 BMW 4시리즈를 비교했다. 각각 204마력과 184마력의 가솔린 엔진이 들어갔으며 A5는 사륜구동, 4시리즈는 후륜구동 방식이다. 테스트는 비교적 넉넉한 차이로 A5의 승리로 끝났다. 예상외의 완승이었다.
A5는 7개 항목 중 5개에서 앞섰고 2개 항목은 4시리즈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 우선 A5는 디지털 계기반의 조작이 더 쉽고 직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계기반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실내 공간의 실용성, 사용 편의성에서 A5가 더 낫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20마력의 출력 차이는 가속력과 최고속도의 차이를 만들었고 연비효율에서도 A5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A4와 마찬가지로 서스펜션의 안락함, 그리고 콰트로가 주는 주행 안전성 등이 좋게 평가됐는데 이 부분은 아우디의 상징과 같다. 여기에 추가로 A5는 CO2 배출과 같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더 우월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A5는 여전히 전반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흔히들 신모델로 먹고 사는 것이 자동차 회사들의 운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좋은 차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일, 그렇게 브랜드의 평판을 높이고 가치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자동차 시장에서 앞서갈 수 있는 우선된 가치가 아닌가 싶다. 아우디 A4와 A5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