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세단 시장 돌풍이 될’ A6 e-트론 콘셉트
콘셉트 자동차는 크게 둘로 나뉜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미래 디자인과 미래 기술 등을 보여주거나 곧 나올 모델, 그러니까 판매될 자동차가 어떤 모습을 할지, 이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 그런 관점에서 오늘 소개할 두 개의 콘셉트 카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 하나는 출시가 코앞에 온 새 모델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2021년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된 A6 e-트론 콘셉트는 당시 최신 플랫폼 PPE를 통해 나오는 아우디 첫 전기 세단이라는 점에서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를 업으로 삼거나 관심이 높은 팬들 사이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일반적으로는 먼저 스타일에 관심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아우디다운 전통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래지향적이고 세련된 A6 e-트론 콘셉트 디자인은 ‘이대로만 나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일부는 보통 제조사들이 콘셉트 모델과 양산형 사이에 차이를 두기 때문에 너무 큰 기대는 말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 초 출시를 앞두고 기대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아우디 디자인 총괄 마크 리히테는 유럽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나오는 아우디 콘셉트 모델들은 양산차에 가깝게 (디자인이) 의도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A6 e-트론 콘셉트와 양산 모델이 90% 이상 일치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얘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실내외에 적용되는 소재와 일부 기능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가 이미 확인한 콘셉트 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디자인 책임자가 한 이야기니 이보다 더 정확한 정보도 없지 않을까.
B필러부터 리어램프로 이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과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후방 램프 스타일, 그리고 독특한 측면부와 기존 세단에 비해 더 역동적인 느낌의 차체설계 등은 타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실내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디자인 장인 아우디임을 고려하면 양산될 A6 e-트론의 실내 또한 얼마나 만족스러울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된다.
A6 e-트론은 그동안 SUV에 주도권을 빼앗긴 세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SUV 편식이 더 심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 속에서 등장할 A6 e-트론은 전기 세단 시장에 강한 자극제이자 돌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A6 e-트론 출시와 관련한 기사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그리고 큰 기대를 숨기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만약 A6 e-트론 콘셉트를 보고 설렜다면 1년 후에 출시될 A6 e-트론 역시 우리를 충분히 설레게 할 것이다.
‘매력적인 장르 파괴주의’ 액티브스피어
A6 e-트론 컨셉트가 곧 나올 신차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면 액티브스피어(Activesphere)는 아우디가 얼마나 자신감 있게 미래 시장을 준비하고 선도할지를 잘 보여준다. 아우디는 이전까지 모두 3개의 스피어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로드스터인 스카이스피어, A8의 미래 버전이 될 플래그십 그랜드스피어, 그리고 패밀리밴의 미래형인 어반스피어다.
그리고 이번에는 도시 밖까지 영역을 넓혔다.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까지 주행이 가능한 쿠페 타입의 크로스오버 콘셉트 카 액티브스피어다. A7 급의 오프로드 버전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으며, 메르세데스 G바겐과 랜드로버 디펜더 등과도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얘기되고 있다. 이런 액티브스피어가 크게 기대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이 차는 기존 오프로드 모델들을 흉내 내지 않았다. 보통 후속 모델들은 영역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기존 모델들의 어떤 점을 닮아가려는 습성이 강하다. 그런데 아우디는 액티브스피어를 통해 온전히 아우디만의 스타일로 오프로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매우 성공적으로 자기 색깔을 만들었다.
또 한 가지는 쿠페 타입에 최저지상고를 잔뜩 높였음에도 균형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최근 폭스바겐그룹은 고급 브랜드 중심으로 온.오프 겸용 모델을 내놓는 것에 적극적이다. 1,500대 한정 판매이기는 하지만 포르쉐는 911 다카르를 공개했고, 람보르기니 역시 우라칸으로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변형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아우디의 액티브스피어처럼 균형감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액티브스피어는 콘셉트 카이고 양산 모델이 나오기까지 4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아우디는 이 콘셉트 모델의 차체 밸런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로드콰트로를 통해 온.오프 겸용 모델에 대한 노하우가 있고, SUV를 통해 지상고 높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에도 일가견 있는 아우디이기에 오프로드 전용 쿠페 모델 도입은 낯설지도, 엉성하지도 않다.
액티브스피어는 또한 고정 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이 차는 단순히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쿠페 타입의 자동차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픽업처럼 짐 싣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많은 해외 매체들이 SUV와 쿠페와 픽업 개념이 절묘하게 섞였다며 액티브스피어의 가변성에 놀라움을 표한 것이다.
장르를, 그것도 여러 개 넘나들면서도 개성과 편의성을 모두 담보한 자동차를 만드는 건 미래 시장에 대한 두려움 없는 도전 의식, 자신감 등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쇼카처럼 콘셉트 카를 내놓고 마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양산을 계획하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우디의 자신감은 액티브스피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우디 A6 e-트론 콘셉트와 액티브스피어는 아우디가 전기차 시대를 얼마나 잘 준비했고, 어떻게 압도적으로 앞서 나갈 준비를 갖췄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이제 우리는 이 멋진 차들이 실제 우리 도로 위를 달리는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