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차체와 고출력의 조합, RS 3
한 해가 끝나간다. 결산과 전망의 시기다. 결산도 좋지만, 전망에 방점을 찍어본다. 미래는 곧 기대감이니까. 새로운 무언가를 기다리면 두근거리잖나. 자동차 브랜드라면 신차 소식이 두근거리게 한다. 다음 해를 수놓을 신차라면 더욱. 아직 출시하려면 시간이 남았지만, 그만큼 기다리는 기대감은 커진다. 아우디의 2023년을 다채롭게 할 신차 4종을 살펴본다. 2023년을 설레게 할 아우디의 새로운 모델들이다.
가장 먼저 RS 3를 꼽고 싶다. 아우디 고성능 라인업인 RS를 확장할 모델. RS 라인업에 합류한 가장 작고 (어떤 면에서) 가장 재밌을 모델이다. 고성능 자동차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모든 면에서 차고 넘치는 고성능에 흠뻑 젖어들게 하는 방식. 그랜드 투어러의 영역까지 품는 RS 6 아반트나 RS 7이 선사하는 고성능이다. 다른 하나는 콤팩트 차체와 고성능을 조율해 경쾌한 재미를 선사하는 방식. 절대적 출력이야 전자가 우위지만, 재미 면에서 우열을 가리긴 힘들다. 콤팩트 차체와 고출력의 조합은 스포츠성의 영원한 모범답안 아닌가. A3 세단을 기반으로 고성능 엔진 품은 RS 3이 아우디가 작성한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RS 3이 눈에 띄는 점은 또 있다. 차량 자체의 성격 외에도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위치다. 우선 이 정도 크기의 고성능 자동차가 별로 없다. 전체적으로 차체가 점점 커진 탓이다. 예전 고성능 콤팩트 세단은 어느새 덩치가 중형으로 커졌다. 과거 고성능 콤팩트 세단의 빈자리가 명확하다. RS 3가 딱 채운다. 거기에 RS 3은 스타일에서 비교 우위를 점한다. 콤팩트한 크기의 고성능 모델이 몇몇 있지만, 심히 과격하거나 다소 중후하다. RS 3는 RS의 디자인 방향성에 따라 기본 모델에 ‘볼드 강조’ 요소를 더한 디자인이다. 기본 모델인 A3의 디자인은 이미 스타일 좋은 콤팩트 세단의 본을 보여줬다. 아담한 차체와 407마력이라는 고출력,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조합. 고성능 루키, RS 3를 향한 기대감을 높인다.
짜릿한 펀치력까지 품은 진정한 패밀리카, SQ7
SQ7도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다. SQ5처럼 Q7의 고성능 S 모델. 왜 이제야 나왔나 싶은 모델이기도 하다. SQ5는 독보적인 모델이었다. 고성능 디젤의 맛깔스런 질감과 Q5라는 보편타당한 구성이 절묘하게 어울렸다. 짜릿한 펀치력까지 품은 진정한 패밀리카랄까. SQ7 역시 그 연장선에서 보다 풍요로운 가치를 지향한다. Q8에는 최상위급 고성능 배지인 RS를, Q7에는 고성능 디젤 엔진 품은 S 배지를 나눠 부여한 점이 흥미롭다. Q7이 지향하는 플래그십 SUV다운 진중함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풍성함을 더한 셈이다. 덕분에 SQ7은 RS Q8과 다른 성격으로 라인업을 더욱 두텁게 한다.
SQ7의 특징은 무엇보다 고성능 디젤 엔진 모델이라는 점이다. 4.0리터 V8 디젤 트윈터보 엔진을 심장으로 품어 최고출력 435마력을 토해낸다. 주목해야 할 수치는 토크다. 최대토크가 무려 91.8kg·m다. 토크가 높은 디젤 엔진의 특징을 더욱 강화했다. 고성능의 결이 조금 다르달까. 이런 특징은 SQ7을 RS Q8과도, 다른 고성능 모델과도 차별화한다. 디젤 모델에 관심이 줄었어도 디젤 엔진만의 장점을 원하는 사람은 있다. 게다가 고성능 디젤 엔진 모델이라면 고유한 장점이 뾰족하다. 넉넉한 공간을 강력한 토크로 호령하는 호쾌함은 독보적이다.
고성능까지 더한 아우디 기술력의 총합, S8
S8도 새롭게 단장해 돌아온다. 최근 출시한 부분 변경 A8의 S 배지 모델이다. S8은 아우디 라인업에서 숨겨진 보석이다. 플래그십 세단인 A8의 성격을 강화한다. 고성능 모델이지만 플래그십 세단의 진중함이 흐트러지지 않는달까. 특히 서스펜션 질감이 뛰어나다. 노면과 운전자 사이에 두툼한 층을 형성해 특별한 공간성을 구현한다. 그러면서 고출력을 흩뿌릴 때는 끈덕지다. 아우디에서 가장 승차감이 좋은 모델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S8을 꼽는다. 아우디로 한정하지 않아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 모른다.
신형 S8은 한층 젊어진 A8의 전면 인상을 이어받는다. A8은 플래그십 세단 중에서 가장 젊은 인상을 풍긴다. 거기에 S8은 S 배지다운 디자인 요소까지 더했다. 남다른 감각 품은 젊은 대형 세단으로서 고유한 캐릭터를 확립한다. A8에 적용한 다양한 기술 역시 S8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미래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여전히 신선하다. 무엇보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현행 S8 이상의 승차감을 보여줄지 최대 기대 요소. S8은 고성능까지 더한 아우디 기술력의 총합이다. 기대할 이유로 충분하다.
Q2
Q2도 새 단장해 돌아온다. 부분 변경 모델이다. Q2는 아우디의 가장 작은 SUV다. Q3가 엔트리를 담당하던 SUV 라인업을 확장했다. 젊은층을 겨냥한 소형 SUV답게 기존 SUV 디자인과 다른 감각을 더했다. 바로 위에 있는 Q3보다 Q8의 디자인 요소를 차용했다. 두텁고 각진 싱글프레임 그릴과 몽톡한 헤드라이트가 특징이다. Q2만의 디자인 요소도 있다. C필러를 다른 색과 재질로 채운 ‘매트 티타늄 사이드 블레이드’다. 사실 Q2의 가장 큰 차별점은 크기다. 프리미엄 브랜드 SUV 중에서 Q2만큼 아담한 모델은 없으니까. 절로 희소성이 생긴다.
신형 Q2는 기존 차별점을 유지한 채 안팎을 다듬었다. 부분 변경 모델인 만큼 변화는 크지 않다. 전면 인상을 더 선명하게 강조하고, 차체의 각을 더 살렸다. C필러에 아우디 포링 로고를 넣은 점도 변화점이다. 부분 변경을 거치며 전반적으로 다부진 느낌을 강화했다. 막내가 큰형인 Q8의 디자인을 품은 특징이 더욱 도드라진달까. 덕분에 프리미엄 소형 SUV로서 주목도를 높인다. 크기보다 가치에 집중하는 사람에게 Q2는 솔깃할 선택지다.
RS3, SQ7, S8, Q2는 각각 크기도 장르도 성격도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라인업을 더욱 활기차게 할 틈새 모델이라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기다리는 설렘을 선사할 모델이라는 점 또한. 2023년, 아우디의 라인업이 보다 다채로워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