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발전하듯이 생산 과정에도 크나큰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의 근간을 뒤바꾼 일대 전환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큰 변화를 꼽자면 1930년대 중반 유선형 차체의 등장이다. 이전까지는 자동차도 바퀴가 외부로 튀어나오고 발판이 달려서 마차와 비슷했다. 유선형으로 바뀌면서 돌출한 펜더가 차체의 일부가 되었고 마차 형태에서 벗어나 요즘 차와 비슷한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또 다른 큰 변화는 요즘 한창 진행 중인 전동화를 들 수 있다. 기름을 태워서 힘을 내는 엔진이 전기모터로 바뀌는 중대한 변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최근 들어 컨베이어 시스템의 근본을 뒤흔드는 방식이 선보이고 있다. 공장 안을 작은 구역으로 나눈 후 로봇을 배치하고, 각 구역에 무인 운반차가 돌아다니며 차체나 부품을 실어 나른다. 무인 운반차나 로봇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새로운 방식을 이용하면 여러 차종을 한 곳에서 생산할 수 있고, 주문 후 완성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공장 건설비용이 줄어들고 물량 확대에도 유리하다. 아우디 역시 자동차 생산 방식의 일대 전환에 맞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컨베이어 방식은 자동차 생산 속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정해진 틀에 따라 차례대로 이어지는 컨베이어 방식으로는 변형 모델 수가 늘어나고 개인 맞춤 옵션을 강화해 자동차 구성이 점점 복잡해지는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다. 아우디는 해결 방법으로 모듈식 조립을 시도한다.
우선 잉골슈타트 공장에서 실내 도어 패널을 조립하는데 모듈식 조립 개념을 테스트하고 있다. 작업은 일정한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무인운반차(Automated guided vehicles, AGV)가 조립하는 구역인 스테이션으로 도어 패널을 바로 가지고 온다. 특정 스테이션에 해당하는 작업이 없다면 우회해서 지나간다. 한 스테이션에 작업 물량이 몰리면 AGV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다음 작업 스테이션으로 넘어간다. AGV는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센티미터 단위로 제어되고, 중앙 컴퓨터 지시에 따라 이동한다.
모듈식 조립을 이용하면 작업 효율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선블라인드 조립하는 데 과거에는 작업자 2, 3명이 순서에 맞게 달라붙어야 했지만, 모듈식 조립을 이용하면 한 명으로도 충분하다. 이전과 비교해 생산시간은 줄어들고 생산성은 20% 정도 올라가는 효과를 얻는다. 작업 공간 구성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어서 상황에 맞는 최적화가 이뤄진다. 또 다른 장점으로 작업자의 부담이 줄고 인체공학적인 작업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덕분에 신체에 제약이 따르는 사람을 작업자로 고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작업의 불규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 예상치 못한 추가 작업을 최소화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모듈식 조립 외에도 아우디는 스마트 생산 구현에 주력한다. 가상 조립 계획은 자원을 절약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협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계획 단계에서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필요가 없고, 스캔 과정에서는 기계와 인프라를 가상으로 리버스 엔지니어링 할 수 있는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를 생성한다.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에 기반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가상으로 조립 라인을 탐색할 수 있다.
스캔 과정에는 스폿이라는 로봇 개를 동원한다. 아우디는 2017년부터 13개 공장 400만m2를 대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해왔다. 10만m2스캔을 수행하는데 3주 정도 걸리고 작업은 밤과 주말에만 가능했다. 계단이나 문 같은 구조적 장애물은 작업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2021년 12월부터는 스폿 개를 투입해 테스트하고 있는데, 48시간 만에 스캔을 수행하고 자율적으로 경로를 파악한다. 수집한 3D 스캔 데이터는 가상 이미지에 통합해 신차 모델 계획에 사용한다.
생산 과정의 디지털 혁신과 최신식 생산 방식의 핵심은 인공지능이다. 잉골슈타트 프레스 공장의 AI 알고리즘은 구성 요소 결함을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은 인공 신경 회로망에 기반한 소프트웨어의 지원을 받는다. 소프트웨어는 아주 작은 결함도 식별해낸다. 이 방식은 구조화되지 않은 고차원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특별한 종류의 머신 러닝에 기반한다. 해당 팀은 몇 달에 걸쳐 수백만 개의 테스트 패턴으로 인공 신경 회로망을 훈련 시켰다.
아우디는 또 다른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용해 네카줄름 공장에서 대량 생산 스폿 용접 품질을 확인한다. A6 차체 구성 요소를 이어 붙이는데 필요한 용접 포인트는 5300여 개다. 지금까지는 생산 직원이 무작위로 초음파 분석을 이용해 검사했지만, 파일럿 프로젝트에서는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품질 이상을 자동으로 감지해낸다.
로컬 서버 솔루션인 에지 클라우드 4 프로덕션은 공장 자동화에서 발상의 전환을 이룬다. 에지 클라우드 4 프러덕션을 활용하면 소수의 중앙 집중 서버와 로컬 서버가 수많은 값비싼 산업용 PC의 작업을 대신한다. 서버 솔루션을 이용해 가상화 클라이언트 수가 평준화되므로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신제품 구매나 운영 체제 변경 등 IT 관련 비용이 줄어든다. 이전에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려면 하드웨어를 새로 사야 했지만, 에지 클라우드 4 프러덕션을 이용하면 소프트웨어 형태 애플리케이션만 구매하면 된다.
에지 4 클라우드 프러덕션은 아우디 프러덕션 랩에서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마쳤고, 네카줄름 볼링거 호페 공장에서 로컬 서버 3개가 작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볼링거 호페에서는 e-트론 GT와 R8이 조립 라인을 공유하는데, 소규모 생산이어서 프로젝트를 테스트하기에 적합하다. 이곳을 기점으로 점차 대량 생산 모델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우디는 반복 생산 체계에서 세계 최초로 중앙 집중식 서버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제조사가 되는데 주력한다.
자동차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미래 비전을 실현한 차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자동차의 발전은 곧 생산 방식의 변화를 뜻한다. 옛날 방식으로 첨단 자동차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아우디의 예에서 보듯이 생산 과정도 첨단화를 향해 간다. 한 세기를 이어 온 방식이 완전히 뒤집히는 크나큰 전환이 아우디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