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승기] 새로운 시도와 변하지 않는 가치, e-트론 S의 균형감각
아우디 e-트론을 시승할 때 이렇게 말했다. ‘새로움을 품은 익숙함.’ 이 말은 하나의 방향성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아우디가 전기차를 대하는 자세랄까. 전기차는 새로워야 한다는 들끓는 반응에 대한 아우디의 답이기도 했다. 새로움은 취하되 낯설게 하는 불편함은 걷어내기. 새롭지만 익숙함을 잃지 않는 균형 감각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내공이 엿보였다.
아우디 e-트론은 여느 아우디 모델과 같은 질감을 고수했다. 전기차를 볼 때 최신 스마트폰처럼 혁신만 좇는 게 꼭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고 다시 생각하게 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기차라면 안팎의 질감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했다. 그동안 쌓은 솜씨가 전기차에서도 여전히 통할 거라는 점 또한. 자동차의 가치는 이동성 하나만이 아니니까.
그러면서 아우디 e-트론은 전기차로서 미래를 지향하는 요소 역시 잊지 않았다.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시도랄까.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한 버추얼 미러는 참신했다. 후측방 시야의 중요한 전환점을 이뤄냈다.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시스템 역시 신선했다. 회생제동의 이점은 챙기면서 이질감을 덜어냈다. 새로운 걸 익숙하게 풀어낸 섬세한 배려다. e-트론은 전기차 시대에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상이 여전할 거라는 선포였다. 분명히 전해졌다.
e-트론 S는 e-트론의 성능을 강화한 모델이다. 의도가 명확하다. 앞서 말한 e-트론의 요소를 모두 취하면서 S배지다운 고성능을 주입한 모델. 전기차에서도 아우디의 고유한 고성능 라인업 작명법을 유지한다. 새롭지만 익숙하게. e-트론 S의 외관은 아우디가 S모델에 적용해온 디자인 차별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일단 그릴과 후면에 S배지를 붙였다. 새빨간 사각형과 S 레터링은 계급장처럼 부각된다. 또한 앞뒤 범퍼와 루프 레일, 윈도 몰딩에 S 전용 블랙 패키지를 더했다. 밑줄처럼 검은색으로 디자인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극적으로 바꾸진 않았지만, 효과는 은근히 극적이다. 그동안 봐온 S모델이 증명해왔다. 이런 처리법은 기존 디자인에 자신 있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간결한 방향성을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강조한다.
새로운 변화라면 휠 하우스다. 따로 파츠를 더한 것처럼 휠 하우스를 부풀렸다. 고성능 자동차가 낮고 넓은 차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종종 택하는 형태다. 물론 e-트론 S의 휠 하우스가 튜닝한 것처럼 과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은근히 시선이 쏠린다. e-트론 S의 고성능을 표현하는 새로운 시도로서 돋보인다. 활동적인 SUV의 이미지와도 어울리기도 하고.
실내 역시 S모델다운 요소로 치장했다. 몸이 먼저 변화를 느끼는 부분이 있다. 타공 장식을 넣은 스티어링 휠과 발코나 가죽 컴포트 시트다. 잡아보고 앉아보면 S모델에 타고 있다는 걸 알게 한다. A필러와 지붕을 검은색으로 처리한 ‘블랙 헤드라이닝’도 알게 모르게 실내 분위기를 쇄신한다.
e-트론에서도 느꼈지만, e-트론 S에서도 도어트림 상단에 배치한 디스플레이는 조금 더 특별한 자동차를 탄다고 느끼게 한다. 사이드미러 대신 후측방 시야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면서 인테리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시선 처리에 적응하면 좌우 살필 때마다 흐뭇해진다. 더 잘 보이는 형태와 위치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인테리어에 스며들어 또 다른 장식 요소로서 기능한다는 점에서 아우디의 감각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사뿐하게 움직인다. 다른 단어보다 ‘사뿐’이 어울린다. 덩치 있는 SUV인데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스르륵, 사뿐하게 움직인다. 부드러우면서 정갈한 움직임. 속도를 올려도 이 성향은 그대로 유지된다. 몸놀림이 둔하거나 반대로 덩치에 휘둘리는 기색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 그대로 매끄럽게 움직인다.
반면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등이 시트에 밀착되며 폭발적인 가속력이 실내를 엄습한다. 부드러우면서 강력한, e-트론이 지향한 성격에 S모델다운 강렬함을 더한 셈이다.
e-트론 S에는 양산차 최초로 전기모터 3개를 적용했다. 앞에 하나, 뒤에 두 개. 전기모터가 3개가 힘을 합쳐 내는 최대출력은 435마력. 부스트 모드 시 503마력으로 증가한다. 물론 가속할 때 ‘이게 바로 전기모터 3개가 내는 힘이군’, 하면서 인식할 도리는 없다. 하지만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를 탄다는 뿌듯함은 느낄 수 있다. 시트에 등이 딱, 달라붙는 펀치력을 느낄 때마다.
출력 자체만 보면 압도적인 수치는 아니다. 더 강력한 전기차도 적지 않다. 대신 e-트론 S는 풍성한 출력을 기반으로 시종일관 편안하면서 매끄럽게 움직인다. 날카로운 고성능보다 풍요로운 주행에 방점을 찍었다. 원래 아우디 S모델의 특성이 그렇잖나. 전기차라고 해서 기존 방향성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쌓아온 가치를 전기차로 구현한다.
그동안 쌓아온 가치라는 측면에서 e-트론 S의 하체는 인상적이다. 그러니까 차체와 출력을 받아내는 서스펜션의 성숙도 얘기다. 전기차 역시 자동차다. 전기차라 해도 전기모터만으로 가치를 얘기할 수 없다. 각 요소가 하나로 조합된 총합이 중요하다. 자동차를 보고, 타고, 내리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감흥을 전하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필수다.
e-트론 S의 에어 서스펜션은 너른 품으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한다. 부드러우면서 탄탄하고 끈기 있으면서 쾌활하다. 이 모든 성격을 상황에 따라 적용한다. 운전자가 변화를 눈치 챌 틈도 없다. 운전하면서 그냥 음미하면 그만이다. e-트론 S의 안팎을 그렇게 즐기듯이.
운전을 음미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방향성 아닌가. e-트론 S는 전기차라는 새로운 형태에 기존 가치를 잘 구현했다. e-트론에서 느낀 부분은 e-트론 S에서도 여전히, 아니 더 또렷하게 전해진다. 이러니 유럽에서 e-트론 라인업의 인기가 있을 수밖에. 자동차다운 전기차로서 가치를 높인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으니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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